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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잠에서 깼을 때 유독 두통이 심하면…혹시 뇌종양?

입력
2021.07.11 21:40
수정
2021.07.12 00:5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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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장종희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1년에 500명 가까이 뇌종양 수술을 집도하는 장종희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유독 두통이 심하고 구토까지 나타난다면 뇌종양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1년에 500명 가까이 뇌종양 수술을 집도하는 장종희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유독 두통이 심하고 구토까지 나타난다면 뇌종양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뇌종양은 우리 몸의 ‘컨트롤 타워’인 뇌 속에 생긴 모든 종양을 통틀어 말한다. 뇌는 감각ㆍ운동신경이 연결된 중요한 기관이어서 뇌막ㆍ뇌척수액ㆍ두개골로 둘러싸여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뇌종양이 커지면 두개골 때문에 더 이상 늘어날 공간이 없어 뇌압이 상승하면서 두통 등 증상이 발현된다. 종양이 압박하는 부위의 뇌가 담당하는 특정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 뇌종양은 2016년 4만7,000명에서 2020년 5만9,00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1년에 500명 정도 뇌종양 수술을 집도하는 ‘뇌종양 치료 전문가’ 장종희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장 교수는 “뇌종양은 발생 부위 특성상 수술을 꺼리는 환자가 적지 않은데 그러면 종양이 커지면서 더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뇌종양을 설명하자면.

“뇌종양은 발생 부위에 따라 원발성(뇌조직ㆍ뇌막에 생긴 경우)과 전이성(다른 암이 혈관을 타고 전이된 경우)으로 나뉜다. 또한 악성도에 따라 교모세포종ㆍ뇌전이암ㆍ수모세포종 같은 악성과 뇌수막종ㆍ뇌하수체종양ㆍ신경초종 같은 양성이 있다.

사실 뇌종양 초기일 때는 증상이 거의 없다. 어느 정도 종양이 커지면 뇌압이 올라가면서 심한 두통에다 오심ㆍ구토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뇌종양 증상이다. 이때 두통은 주로 잠에서 깬 이른 아침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구토도 뿜어내는 듯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또한 종양이 커지면서 안압이 상승해 시야가 뿌옇게 흐려질 수 있다. 종양 발생 부위가 뇌척수액 통로라면 뇌척수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해 수두증이 발생하고 뇌압 항진 증상이 나타난다.

이처럼 뇌종양 증상은 종양이 생긴 부위에 따라 다르다. 뇌종양이 시력 관장 부위에 생기면 시력이 떨어지고, 운동 담당 부위에 생기면 특정 부위가 움직이지 않는 마비가 올 수 있고 종양이 뇌 표면을 자극하면서 경련, 발작을 겪기도 한다.

이렇듯 뇌종양 위치에 따라 증상이 제각각이어서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적지 않다. 뇌 특성상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뇌종양은 유전되지 않으며, 방사선이나 화학 물질 과다 노출, 바이러스 등이 위험 인자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뇌종양은 어떻게 치료하나.

“크게 수술ㆍ방사선ㆍ항암 화학 요법 등이 있다. 뇌에는 혈관 내 이물질이 뇌로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는 뇌혈관장벽(BBB)이 있다. 이 때문에 항암제의 뇌 유입이 어려워 항암 화학 요법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최근 뇌 속으로 침투가 잘 되는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치료 효과가 좋아지고 있지만 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여전히 중심적인 치료법이다.

구체적인 치료 원칙은 원발성이냐 전이성이냐에 따라 다르다. 뇌수막종ㆍ신경초종 같은 원발성 양성 뇌종양은 대부분 수술이 원칙이다. 종양 크기가 작으면 방사선 치료법의 일종인 칼을 대지 않고 뇌 병변을 치료하는 ‘감마나이프 수술’을 시행한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듯, 뼈를 통과하는 감마선을 이용해 칼을 대지 않고 종양을 죽인다. 뇌 병변만 감마선을 집중적으로 쬐므로 한 번만 치료해도 효과적이고 전신마취나 장기간 입원하지 않아도 된다. 수술이 어려운 병변에도 접근 가능하고, 비교적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치료 효과는 80~90% 정도다.

원발성 악성 뇌종양은 재발 위험이 높고 수술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수술로 종양을 최대한 제거한 후 악성도에 따라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추가한다. 종양의 절제 정도는 환자의 치료 결과와 예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이므로 종양을 최대한 제거해 재발 위험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전이성 뇌종양은 크기가 작거나 개수가 적으면 감마나이프 수술을 시행한다. 병변(病變)이 너무 많거나 퍼져 있다면 방사선 치료를 원칙으로 한다. 또 병변이 너무 크다면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추가할 수 있다.”

-뇌종양 환자 중 수술을 꺼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뇌 부위 특성상 수술할 때 위험 부담이 크다. 두개골 안에 존재해 공간 제약이 크고,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뇌조직과 많은 신경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양이 발생한 뇌 부위가 중요 기능을 담당하면 수술 후에 일시적 혹은 영구적 신경학적 장애가 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술을 기피하면 종양이 커지면서 더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또 신경학적 장애를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악성 종양을 소극적으로 제거하거나, 짧은 시간에 종양이 재발해 환자 생명을 크게 단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추가 치료로 인한 합병증, 재발한 종양이 남기는 신경학적 장애 등 또 다른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뇌종양 수술은 종양 부위를 최대한 제거하면서 뇌 손상은 최소화하는 2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해야 한다.

따라서 뇌종양 환자는 치료에 두려움을 갖기보다 주치의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뇌종양과 수술로 인한 신경학적 장애는 적극적이고 꾸준한 재활 치료로 회복될 때가 많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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