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 6개로 'V' 모양 조각된 거대 사슴 발뼈
獨?니더작센주 아인호른휠레 동굴서 발굴
"실용적 용도 아니라 '상징'으로서 새긴 듯"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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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의 근연종(생물의 분류에서 가까운 정도가 깊은 종류)으로 추정되는 네안데르탈인이 실용적 목적이 아닌 ‘상징적 차원’의 기호를 남겼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현생 인류와 마주치기 전, 이미 예술적 전통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었다고 추정할 만한 유물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현생 인류의 영향권 아래에서만 문화 유물이 탄생했다는 기존 고고학적 상식은 일대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콜로지 앤드 에볼루션’에 따르면, 독일의 한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이 줄무늬 문양을 새겨 둔 사슴뼈가 독일 니더작센주(州) 아인호른휠레 동굴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2017년 이후에 더크 레더 니더작센주고고학연구소 연구원 등이 찾아낸 이 뼛조각은 이미 멸종된 희귀 거대 사슴의 발뼈로 △길이 5.5㎝ △너비 4㎝ △두께 3㎝의 크기였다고 한다.
연구진은 해당 사슴 발뼈에 6개의 대각선이 의도적으로 새겨져 ‘갈매기(V)형 무늬’가 만들어졌다면서 “실용적 용도가 아니라, 기하학적 패턴이 중심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 중 네안데르탈인의 가장 복잡한 문화적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발견된 몇몇 유물에도 네안데르탈인이 남긴 흔적이 포착되긴 했지만, 이번 발굴은 네안데르탈인에게 ‘상징’의 개념이 있었다는 점을 뜻한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시점'에 있다. 현생 인류가 해당 지역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4만6,000년 전이다. 그간 고고학계는 유럽에서 발견된 석기시대 미술품의 대부분이 현생 인류의 작품이라고 추정해 왔다.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 공존한 후에야, 상징을 담은 물건들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학설과는 배치된다. ‘V 무늬’가 새겨진 사슴뼈가 방사선 탄소 연대측정 결과, 최소 5만1,000년 전에 남겨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현생 인류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연구진은 “지리적·시간적 격차를 따져 볼 때 네안데르탈인이 뼛조각을 제작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네안데르탈인이 추상적 문화 표현을 한 것이 현생 인류의 문화적 영향 때문이었다는 (지금까지의) 가설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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