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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국경세 도입 초읽기…‘녹색 보호무역주의’ 우려 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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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국경세 도입 초읽기…‘녹색 보호무역주의’ 우려 비등

입력
2021.07.07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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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국경세 도입되면 국내 철강산업 직격탄?
EU, 자국기업들에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유지 시사
"EU 기업 이중보호" 비판 목소리 커져

이탈리아를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20일 로마에서 마리오 드라기(오른쪽) 이탈리아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한 뒤 EU가 조성한 경제회복기금 지원 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EU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피해를 본 회원국을 위해 7,500억 유로(약 1천16조 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설치했으며, 23개 회원국이 이 기금의 지원을 신청했다. AFP 연합뉴스

이탈리아를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20일 로마에서 마리오 드라기(오른쪽) 이탈리아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한 뒤 EU가 조성한 경제회복기금 지원 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EU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피해를 본 회원국을 위해 7,500억 유로(약 1천16조 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설치했으며, 23개 회원국이 이 기금의 지원을 신청했다. AF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 도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녹색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탈(脫) 탄소 규제가 약한 일부 국가들의 EU 수출엔 직격탄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당장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중국과 러시아 등은 EU의 탄소국경세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가능성 등을 언급하면서 강경한 자세다. 우리나라도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여부 검토와 함께 대응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EU, 14일 탄소국경세 도입 방안 발표...자국 산업 역차별 해소 목적

6일 외신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EU는 이달 14일 탄소국경세 도입 방안을 발표한다. 탄소국경세는 EU보다 탄소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들의 제품에 부과될 일종의 추가 관세다.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은 형평성을 내세운 유럽연합 내 기업들의 불만과 무관치 않다.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탄소배출권 가격이 EU에서 최근 톤당 50유로(약 6만7,000원)에 육박하자 유럽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탄소배출 규제가 약한 외국 제품보다 낮아지는 역차별이 발생, EU 내 산업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비난도 커졌다.

이에 EU는 지난달 탄소배출 감축에 적극적인 국가와 소극적인 국가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관련 법안을 제정, 탄소국경세 도입에 필요한 토대를 마련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지난달 기준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약 1만6,000원으로 EU의 4분의 1 수준”이라며 “EU는 자국으로 수출되는 제품들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해 낮은 탄소 규제로 얻는 외국 기업들의 혜택을 상쇄시킬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EU, 탄소국경세를 경제회복기금 상환 재원으로 전용..."WTO 규정 위반"

하지만 EU의 이런 방침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환경을 위한다는 명목에서 도입된 탄소국경세가 무역 제한으로 연결될 소지 또한 다분해서다. 특히 아직까지 산업 발전을 위해선 탄소 규제에 동참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 등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게 EU의 탄소국경세 부과는 또 다른 무역 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 우리나라 철강 업계도 EU의 탄소국경세가 부과되면 손실을 피할 순 없다. EY한영회계법인에 따르면, 우리나라 철강의 경우 지난 2019년 EU 수출액이 3조3,000억 원인데, 이중 5%(1,600억 원)를 탄소국경세로 낼 것으로 추산됐다.

EU에서 정한 것으로 알려진 탄소국경세의 쓰임새도 문제다. EU는 탄소국경세로 모인 재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의 상환에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EU는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회원국에게 지원할 목적에서 7,500억 유로(약 1,016조 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준비했다. 통상법 전문가인 제니퍼 힐만 WTO 상소기구 전 위원은 "환경 분야의 공정경쟁 촉진을 위한 탄소국경세가 다른 정책 목표를 위해 교역국에 차별적으로 부과된다면 WTO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U의 탄소국경세가 사실상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유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EU는 다른 국가들에 대해선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면서도 시멘트와 철강 등 역내 기업에 대해선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유지를 시사, EU 내 기업을 이중 보호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EU 내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역내 기업들이 해외로 떠났다”면서 “유럽 경제가 코로나19로 가라앉아 이런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려는 의도도 깔린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 러시아 등 반발 거세져...우리 정부도 WTO 위반 여부 검토

다른 나라들에 할당될 EU의 탄소국경세 부과 규모의 적정성 역시 논란거리다. 실제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탄소 배출량 측정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탄소국경세 대상국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셈이다. 단 테한 호주 통상장관은 최근 “EU의 탄소국경세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글로벌 성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G20 국가들은 새로운 무역 및 투자 장벽 조성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아예 보복관세로 대응할 태세다.

우리 정부는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에 대한 대응방안의 일환으로 WTO 협정 위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은 탄소중립이라는 인류 공영의 목표 차원과 일치하는 만큼 우리 정부가 홀로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른 국가들과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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