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투기로 F-35 선정... 세계서 15번째
중립국 스위스가 미국으로부터 차세대 전투기 등 55억 달러(약 6조2,5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무기를 구매하는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스위스가 비록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지리적·역사적으로 가까운 EU산(産) 대신 미국산 무기를 자국 방위를 위해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200년간 전쟁을 한 적이 없는 스위스에서 10분 안에 영토를 가로지르는 ‘페라리’는 필요 없다”는 반발 여론도 만만찮아 의회 통과 때까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스위스 연방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스위스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A 라이트닝 2’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지상 탄도미사일 방어체계(GBAD) 구축을 위해 미국 레이시온사의 패트리엇 미사일 5개 포대도 함께 구매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해당 무기들의 구매 비용은 총 55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결정으로 스위스는 미국의 F-35 전투기 프로그램에 합류한 15번째 국가가 됐다. 유럽 지역 내에선 벨기에와 덴마크,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영국, 폴란드에 이어 여덟 번째다. ‘F-35A 라이트닝 2’는 다른 기종에 비해 레이더를 포함한 각종 탐지 기능에 대응하는 은폐 기술이 뛰어나고, 마하 1.6의 속도를 자랑하는 제5세대 전투기다. 위원회 측은 “경쟁기종에 비해 가격이 가장 낮았고, 기술력은 가장 높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반전단체들과 좌파 정당들은 즉각 반발했다. 프리스카 사일러 그라프 사회민주당 의원은 “구매비용이 싸다고 구매하는 건 불합리한 행동”이라며 “유럽 역내에서 해결책을 찾지 않고, 미국에 군사력을 의존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리오나 슐라터 녹색당 대변인도 반대 성명을 내고 “국민들은 ‘공중의 페라리’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표했다. 스위스의 이번 결정은 특히 'EU 대신 미국'을 택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합작회사인 유로삼(EUROSAM)에서 전투기를 구매해 왔던 기존 행보와는 뚜렷이 대비되는 탓이다. CNN은 “스위스가 EU의 전투기 기종과 지대공 미사일 체계 양쪽 모두를 선택하지 않은 건 자칫 EU를 거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논평했다.
다만 스위스의 F-35 도입 등이 큰 차질 없이 현실화할지 아직은 장담하기 어렵다. 전투기 및 미사일 구매 예산안은 내년 초까지 스위스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좌파 정당들은 아예 “구매 여부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비올라 애머드 스위스 국방장관은 “F-35 입찰 가격이 경쟁기종 입찰 가격보다 20억 프랑(약 2조4,500억 원) 낮았다. 폭스바겐(경쟁기종)이 성능이 좋고, 페라리(F-35)가 3배 더 비싸다면 페라리를 사진 않았을 것”이라고 이번 결정의 정당성을 에둘러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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