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폭풍우에 또 무너질라...美 붕괴 참사 아파트 전면 철거키로

알림

폭풍우에 또 무너질라...美 붕괴 참사 아파트 전면 철거키로

입력
2021.07.04 20:00
수정
2021.07.04 21:18
0 0

강풍 폭우 예보에 남은 건물 안전 위험
철거 작업 위해 수색·구조 또다시 중단
코로나 감염도 발생... 작업자 건강 우려
"설계보다 철근 양 적어... 건축상 결함"

미국 상업위성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3일 위성 촬영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아파트(콘도) 붕괴 참사 현장. AFP 연합뉴스

미국 상업위성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3일 위성 촬영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아파트(콘도) 붕괴 참사 현장. AFP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에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일부 붕괴한 12층 아파트(콘도)가 완전히 철거된다. 플로리다에 상륙할 예정인 초강력 열대성 폭풍이 무너지지 않은 나머지 건물마저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더딘 수색·구조 작업은 ‘자연재해’라는 더 큰 난관을 맞닥뜨리면서 사실상 ‘일단 멈춤’ 상태에 들어가게 됐다. 게다가 응급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사고 현장엔 ‘바이러스 경계령’까지 내렸다. 그야말로 ‘3중고’다.

폭풍우에 또 무너질라… 남은 건물 철거 착수

3일 플로리다 주정부는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콘도 전면 철거를 결정했다. 총 136채 중 55채 부분이 붕괴했는데 나머지 부분도 해체하기로 한 것이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건물이 구조적으로 너무나 위험해서 주민들이 다시 돌아가도록 해선 안 된다”며 “만약 남은 건물도 무너진다면 또 다른 재앙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초 이달 말 철거를 계획했으나, 열대성 폭풍 엘사가 예보됨에 따라 “수색팀을 보호하기 위해선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판단해 시기를 앞당겼다.

1급 허리케인으로 발달했던 엘사는 카리브해를 지나면서 열대성 폭풍으로 다소 약화해 시속 37㎞ 속도로 플로리다를 향해 북상하는 중이다. 빠르면 5, 6일 플로리다 남부 해안에 상륙할 전망이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와 서프사이드시 당국은 엘사 상륙 전 건물 해체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철거는 1, 2층 기둥에 구멍을 뚫고 기폭장치를 설치해 폭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방 수사관들도 현장에 투입돼 남은 건물에서 붕괴 원인을 추정할 만한 증거를 수집하고 기록했다. 현장 상황이 시시각각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플로리다주 당국은 엘사에 대비해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등 15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발령했다. 앞서 엘사가 강타한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에선 최소 3명이 사망했고, 바베이도스에서도 가옥 1,100채 이상이 부서지고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플로리다에도 강풍과 최대 강수량 152㎜에 이르는 폭우가 예보돼 있다. 구조·수색 작업은 철거 준비를 위해 3일 오후 4시부터 멈춰 선 상태인데, 기상 상황과 폭풍 피해 규모에 따라 중단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서프사이드가 폭풍우를 견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시 주민들이 3일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콘도 붕괴 현장을 둘러싼 벽에 붙은 추모 메지시를 바라보고 있다. 서프사이드=AFP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시 주민들이 3일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콘도 붕괴 현장을 둘러싼 벽에 붙은 추모 메지시를 바라보고 있다. 서프사이드=AFP 연합뉴스


코로나에 구조팀 건강 위험… 끝없는 ‘악재’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도 참사 현장을 덮쳤다. 구조대를 돕던 응급의료진 6명이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같은 팀의 관계자들은 추가 감염 우려에 모두 현장을 떠났고, 다른 작업자 424명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생존자 구출을 책임진 구조팀의 안전과 건강에도 비상이 걸린 셈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자체 분석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에서 18세 이상 성인 인구 65%가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았고, 56%는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하지만 최근 급속히 퍼지는 델타(인도) 변이 바이러스 영향으로 지난 2주간 일일 신규 감염자가 55% 폭증하며 ‘재확산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앨런 코민스키 마이애미데이드 소방서장은 “불행하게도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또 다른 어려움을 안겼으나, 지난 1년간 우리가 다뤄 온 문제이기도 하다”며 “버니지아주, 뉴저지주 등에서 온 팀들이 현장을 계속 지킬 것”이라고 했다.

악재가 거듭되자 실종자 가족과 이웃 주민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참사 열흘째인 이날도 생존자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시신 2구를 추가 발견해 사망자는 24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121명이 됐다. 이들은 여전히 건물 잔해 더미에 매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원인 규명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NYT는 전문가들을 인용, 해당 건물을 지을 때 설계도보다 철근을 적게 사용한 탓에 건축상 결함이 생겼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프사이드 시당국의 의뢰로 붕괴 원인을 조사 중인 유명 구조공학자 앨린 킬셰이머는 “옥외 지상 주차장 아래 콘크리트 슬래브와 건물의 수직 기둥을 연결하는 데 사용된 철근 양이 최초 설계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공학아카데미 회원인 설계 전문가 샨카 나이어도 “붕괴된 건물 서쪽에 있는 기둥 3개를 찍은 사진을 보면 철근과 설계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표향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