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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로봇 수술해도 개복·복강경보다 5년 생존율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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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로봇 수술해도 개복·복강경보다 5년 생존율 높아"

입력
2021.07.05 23: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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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형일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김형일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암에 걸렸을 때 로봇으로 수술하면 5년 생존율이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김형일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암에 걸렸을 때 로봇으로 수술하면 5년 생존율이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위암은 국내 암 발생률 1위 암이다(2018년 기준). 외과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암이기도 하다. 수술이 많은 이유는 내시경적 절제가 극히 초기 위암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암 수술로는 개복, 복강경, 로봇 수술 등이 있다.

‘위암 로봇 수술 전문가’ 김형일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로봇 수술은 기존 수술법보다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고 합병증도 줄일 수 있게 되면서 5년 생존율도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보다 짧지 않고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최근 미국종양외과학회지인 ‘종양외과학 회보(Annals of Surgical Oncology)’에 로봇 수술이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보다 생존율 및 무병 생존율이 높고 재발률은 낮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위암 로봇 수술은 2005년 형우진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가 최초로 시행했으며, 김 교수가 형 교수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위암 로봇 수술을 많이 시행했다.

-위암에 로봇 수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첨단 수술 기구인 로봇을 환자에게 장착하고 수술 의사가 원격 조종해 시행하는 수술법이다. 환자 환부에 구멍을 뚫은 뒤 수술용 카메라와 로봇 팔을 넣은 뒤 의사가 몇 미터 떨어진 콘솔에서 원격 조정해 수술한다. 수술 대상이 3차원으로 크게 확대되고 로봇이 의사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기에 집도의는 환자 배 속에 들어간 것처럼 생생하게 수술할 수 있다.

로봇 수술은 복강경 수술의 진화된 수술법이다. 복강경 수술은 환자 배에 작은 구멍을 내 수술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인 카메라와 기구를 활용하지만 로봇 수술은 의사가 누릴 수 있는 이점이 훨씬 많다. 유연한 로봇 관절과 형광 영상 지원이 대표적이다. 또한 의사가 편안한 자세로 수술할 수 있다.

어디론가 이동한다고 하자. 걸어가는 것을 개복 수술이라고 한다면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은 복강경 수술이다. 그런데 자전거 속도가 느리고 여름철에 더워서 타기 어려워 에어컨까지 달린 자동차로 가는 것이 바로 로봇 수술이다.”

-로봇 수술의 장점을 꼽자면.

“기존 수술법보다 절개 부위가 줄어 흉터가 적고 회복이 빠르고 통증도 줄일 수 있다. 확대된 화면을 제공하는 카메라로 더 나은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다관절 기능을 갖춘 로봇 팔로 섬세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멀티 디스플레이(tilepro)를 이용해 제3의 영상신호(내시경ㆍ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 등)를 원할 때마다 쓸 수 있다. 의사의 미세한 손 떨림을 방지하고 수술 여유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울 때도 쉽게 수술이 가능하다. 3차원적 시야와 형광 물질을 이용한 림프관 조영술을 이용해 정교한 림프절 절제도 가능해졌다. 유착이 심해도 로봇 수술이 가능해졌고, 이전에는 갑자기 출혈이 생기거나 수술 범위가 크면 개복 수술을 많이 했지만 술기 발전으로 로봇 수술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위암은 왜 발생하는가.

“위암 발병 요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유전보다 더 위험한 발병 인자가 식습관이다. 짜고 매운 음식, 훈제ㆍ절인 음식 등에서 생기는 '나이트로소아민' 같은 발암물질이 위암을 일으키는 주원인으로 추정된다. 음주ㆍ흡연ㆍ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ㆍ유전 등도 발병 요인으로 꼽힌다. 유전성 위암 비율은 3%가 되지 않는다.”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기거나 재발한다면.

“합병증은 원인에 따라 분류되지만 최근 해결 난이도에 따른 분류가 선호되고 있다. 합병증 난이도 1~2는 간단한 처치ㆍ영양제ㆍ항생제ㆍ이뇨제로 해결하는 비교적 경증 합병증이다. 난이도 3은 내시경 처치ㆍ영상의학적 시술ㆍ재수술 등이 필요하다. 난이도 4는 활력 징후가 불안정해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다. 난이도 3~4의 합병증이 입원 기간이 늘고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인데, 문합부 누출과 복강 내 감염이 흔하다.

재발이 절제하고 남은 위에 국한됐다면 완치할 수 있다. 재발은 엄밀히 말해 남은 위벽 조직에서 암이 새로 생긴 것으로 남은 위를 절제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그러나 복막 재발ㆍ간 전이ㆍ폐 전이ㆍ뇌 전이 등은 진단을 빨리 하기 어려운 데다 일단 발생하면 완치 가능성이 낮아 첫 수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암 수술 후 환자가 해야 할 일은.

“과식하지 말고 천천히 식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위암 수술 후 과식하면 역류와 장폐색을 일으킬 수 있다. 수술 후 남은 위장은 원래대로 커지지 않으며, 남은 위장과 다른 장기가 기능을 대체할 뿐이다. 또 위 절제술 후 초기에는 식사를 조심하다가 어느 정도 지나면 식사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소화가 잘 되는 환자도 있지만 일부는 식후 30분에서 2시간 사이에 어지러움ㆍ손떨림ㆍ식은땀이 날 수 있다(덤핑증후군). 이를 예방하려면 되도록 천천히 먹어야 한다. 또 체중이 많이 빠져 걱정하는 수술 환자에게는 근력 운동이 좋다. 수술 후에는 잘 먹어도 지방이 잘 늘지 않기 때문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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