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천하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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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천하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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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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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라제기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

넷플릭스가 2월 독점으로 선보인 한국 영화 '승리호'. '승리호' 이후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한 독점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지 못하다. 넷플릭스 제공


“당분간 넷플릭스를 끓을까 합니다.” 요즘 영화계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듣는 말이다. 볼 만한 영화나 드라마가 더 이상 없다는 의미다. 영상 콘텐츠를 미치도록 소비하는 사람들이니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까. 평범한 이용자들의 입에서도 “넷플릭스에 요즘 볼 게 없다”는 푸념이 곧잘 나온다.

넷플릭스도 일부 인정했다. 1분기 유료 계정 증가 수치가 예상보다 적었을 때 나름 분석을 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제작에 차질이 빚어져 오리지널 신작을 많이 선보이지 못한 점을 요인으로 꼽았다. 넷플릭스는 1분기에만 유료 계정 수가 600만 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380만 개 증가에 그쳤다.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과의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경쟁이 치열해진 건 실질적인 요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자체 판단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코로나19 탓만 할 수 있을까.

3월 개봉한 한국 영화 ‘자산어보’는 극장 흥행전선에서 패퇴했다. 제작비 60억 원이 들어갔는데, 34만 명가량이 봤다. 극장 매출은 약 30억 원으로 투자사와 제작사에 떨어지는 돈은 15억 원 정도다. 하지만 ‘자산어보’ 관계자들은 크게 낙담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국내 OTT 티빙과 독점 공급 계약을 하며 받은 돈으로 손실액을 많이 줄여서다. 160억 원이 투여된 ‘서복’(4월 개봉)도 엇비슷한 처지다. 극장에서 고작 38만여 명이 봐 손실액이 ‘자산어보’보다 클 수밖에 없는데 극장과 티빙 동시 공개를 택하면서 재정적 타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한국 영화 매출의 76.3%(2019년 기준)가 극장에서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게임의 법칙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산어보’와 ‘서복’의 사례는 요즘 OTT시장 ‘독점 싸움’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준다. 티빙과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등 국내 OTT들은 독점 콘텐츠 선보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에다 디즈니 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도 K콘텐츠 확보 싸움에 뛰어들었으니 이런 격전지가 없다.

OTT시장의 경쟁 과열을 알 수 있는 예는 또 있다. 영화 스태프의 몸값이 최근 급등했다. 웬만한 촬영감독은 한 달에 1,000만 원씩 받고 일한다. 극장 시장이 붕괴 직전까지 갈 정도로 영화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는 데도 일급 스태프에는 일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OTT들끼리 오리지널 드라마와 자체 영화 확보에 몰두하면서 일부 스태프는 기이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OTT 이용자들 사이에서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기도 하다. 최근 닐슨클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티빙 이용자 수는 334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웨이브는 373만 명으로 올해 최고치에 달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791만 명으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토종 OTT들이 킬러 콘텐츠를 늘리고, 연말까지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가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를 개시하면 넷플릭스의 시장 점유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만 해도 넷플릭스 천하였다. “넷플릭스 한국 사무소가 있는 서울 종로1가에서 종로5가까지 한국 영화인들이 줄을 서 있다”는 우스개가 떠돌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불과 1년도 안 돼 넷플릭스 천하는 ‘OTT 춘추전국’으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OTT 당사자들은 피가 마르겠지만 콘텐츠 제작자들은 당분간 콧노래를 부를 듯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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