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1점에 등급 바뀌는데 오류 못 거른 기재부... '얼빠진' 공공기관 평가

알림

1점에 등급 바뀌는데 오류 못 거른 기재부... '얼빠진' 공공기관 평가

입력
2021.06.24 18:00
수정
2021.06.24 18:17
18면
0 0

'준정부기관' 평가단, 배점 잘못 적용
기재부는 소극적 대응으로 검증 놓쳐
95개 준공공기관 평가 결과 바뀔 듯
LH 등 공기업도 재점검… 기재부 "오류 없어"

안도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18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2020년도 경영평가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안도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18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2020년도 경영평가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무더기 오류가 뒤늦게 발견됐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각 기관의 배점을 잘못 적용하면서 평가 결과가 뒤엉킨 것이다.

당장 ‘준정부기관’에 포함되는 95개 기관의 평가 등급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의 평가는 유지될 전망이다.

평가점수 1점 차이로 평가 등급과 성과급, 심지어 기관장 해임 여부까지 갈리는 경영평가 특성상 평가 오류가 불러올 파장은 크다. 평가단이 실수를 저질렀지만, 이를 종합해 발표하는 기획재정부는 오류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기재부도 이번 사태의 관리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평가지표 가중치 잘못 적용… 공기업은 오류 없어

24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5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일주일 만에 수정해 다시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경영평가 결과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관의 평가지표 배점 적용에 오류가 발생한 것인데, 1984년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공공기관 경영평가 전신)가 도입된 뒤 배점 오류로 평가등급이 바뀌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가 결과를 받아 든 일부 기관이 지나치게 낮은 점수에 대해 평가단에 의문을 제기했고, 평가단은 부랴부랴 확인에 나섰다. 그 결과 각각의 평가 지표를 점수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배점을 잘못 적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관마다 특성이 다른 점을 고려해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평가단이 서로 다른 가중치를 확인하지 않고 점수를 매긴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사회적 가치 구현’ 지표에 포함되는 세부지표 ‘일자리 창출’의 경우 기본 배점은 3점이지만 기관에 따라 1.5~4.5점에서 배점을 정할 수 있다. 대신 △사회통합 △안전관리 △상생협력 등 다른 지표의 배점을 조정해 총점만 동일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만점이 4.5점인 기관도, 1.5점인 기관도 똑같이 3점 만점으로 점수를 준 것이다.

단 1점 차이만으로도 평가 등급이 바뀔 수 있는 공공기관 평가 특성상 크지 않은 점수 차이에도 결과가 뒤바뀔 수밖에 없다. 재평가를 통해 몇몇 기관의 등급이 상향 조정되면, 등급 커트라인 언저리에 있던 일부 기관의 등급은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준정부기관 직원 기준 B등급을 받으면 월 기본급의 6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지만 C등급으로 내려가면 성과급이 40%로 깎인다.

경영평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평가, 감사평가가 각각 이뤄지고, 평가단도 별개로 구성된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평가는 준정부기관 평가다. 이에 준정부기관 평가단이 점수를 매긴 54개 준정부기관과 41개 강소형 기관의 평가 등급이 뒤바뀔 수 있다.

기재부는 다른 평가단의 평가에 대해서도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당장 공기업 평가에서는 오류가 발생하지 않아 공기업에 속하면서 낮은 등급을 받은 LH, 한국마사회 등의 평가 등급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평가 결과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이 된 기관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평가단 독립성’ 논란에 최소한의 검증도 못해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은 평가단에 있다. 평가 독립성을 위해 기재부가 평가 기준을 마련하면 교수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보고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문제가 발생한 분야의 평가단 해촉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종합 검증해 발표하는 기재부가 관리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관가에서는 지난해 기재부가 경영평가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가 평가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검증 부실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 평가 기간 중 이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된 터라 기재부가 작년보다 관리에 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정성, 객관성을 위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점수를 매기고, 기재부는 개입할 수 없는 구조”라며 “평가단이 발표한 결과 자료를 믿고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