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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왜 미적대나... 태클 거는 쟁점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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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왜 미적대나... 태클 거는 쟁점 보니

입력
2021.06.25 04:30
수정
2021.06.25 07: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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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 광주에서 대리 수술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11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의 한 병원에서 한 보호자가 환자의 수술을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인천과 광주에서 대리 수술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11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의 한 병원에서 한 보호자가 환자의 수술을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수술실 내부 폐쇄회로(CC)TV 설치에 모든 의사가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우리 병원뿐 아니라 일반병원에서 CCTV를 활용하는 경우는 이미 많아요. 환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고 학술적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거든요.”

24일 서울 강서구 한 종합병원 관계자의 귀띔이다. 전날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국회에서 무산됐지만, 이 병원은 예전부터 원내 7개 수술방 중 일부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병원은 수술방을 출입하는 의료진의 안면인식과 명부 작성을 통해 수술실에 드나드는 사람이 누군지 투명하게 공개한다. CCTV 촬영도 환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미리 동의를 얻은 경우에만, 또 얼굴 등 다른 신체 부위는 절대 찍지 않고 수술하는 환부만 찍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CCTV 촬영에 동의하면 진료비 감면 등 혜택도 준다.

의료진의 거부감은 적다. 아직은 학술적 목적, 그러니까 관련 논문을 작성하거나, 해외 의료진과 의료기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을 때 주로 사용해서다. 취지를 설명하면 환자들도 촬영에 쉽게 동의하는 편이라고 한다.

수술실 내부 CCTV 이미 운영하는 병원 있다

경기도의 한 공공병원도 10여 개의 수술방에 모두 36대의 CCTV를 설치해둔 상태다. 수술방 내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면 수술방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병원의 자체적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운영은 하지 않는다. 이 병원 관계자는 "법률적 정비가 이뤄지면 실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수술실 내 CCTV 설치 문제는 6년간 이어지고 있는 논란이다.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수술을 하는 대리수술 문제 등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CCTV 촬영 의무화에 '찬성 89%'라는 압도적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성사되지 않는 것은 의료계의 일관된 반대 때문이다. 의사협회, 병원협회, 개원의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은 어느 한 곳 뺄 데 없이 모두 반대한다. 이들의 반대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영상 유출 시 환자의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가 침해된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느냐는 불쾌감도 깔려 있다.

환자단체 "의료계 자정능력 없다"

환자단체는 의료계 반대 논리를 근거 없다고 비판했다. 비판의 핵심은 의료계의 자정능력이 없다는 데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대리수술의 경우 외국은 적발 시 의사면허를 취소하고 의사이력도 공개하는데 우리나라는 병원만 옮기면 그만"이라며 "몇 년째 반복되는 대리수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의료계는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CCTV 영상 유출 위험에 대해 안 회장은 "따로 입법을 해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 수술실 '내부'가 아니라 수술실 '입구'에만 의무설치토록 하자는 절충안에 대해서도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를 보면 의료기관 중 60.8%가 이미 입구에 CCTV를 설치한 상황이라 의미 없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소수이긴 하지만, 의료계가 굳이 그렇게까지 절대적으로 반대할 일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대구의 한 종합병원 의사는 “사실 환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건 자신이 담당의사에게 제대로 수술받는지 여부이고, 그걸 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건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며 "의료계도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CCTV 촬영과 열람 요건, 환자나 보호자 등의 요청이나 동의 문제 등을 두고 실질적 해법을 찾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된 의료기기법 일부개정안 등을 논의하는 법안심사소위에서 강기윤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된 의료기기법 일부개정안 등을 논의하는 법안심사소위에서 강기윤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정부도 '의무화' 기울었지만 의료계 설득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여야에 따라 갈리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의 김남국·안규백 의원은 '수술실 내부에 의무 설치'를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CCTV 설치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수술실 내부 설치는 자율에 맡기자"거나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그간 국공립병원 중심 의무화 방안을 거론했던 정부는 이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를 의무화하되,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의료인의 거부권을 인정하고 2년간 유예기간을 두자'고 입장을 바꿨다. 정부도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의무화에 동의한 셈이다.

문제는 의료계 설득이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최근 인천, 광주 등에서 발생한 대리수술 사건 등으로 인한 국민적 불안감을 감안했다"며 "유예기간 2년을 설정한 것도 CCTV 촬영조건을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로 미뤄진 법안 논의 전에 의료계를 만나 설득할 계획이다.

박소영 기자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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