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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화재로 일터 잃은 직원들 "전환배치하면서 월급 깎았다" 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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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화재로 일터 잃은 직원들 "전환배치하면서 월급 깎았다" 원성

입력
2021.06.24 16:30
수정
2021.06.24 19: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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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과 및 노조와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과 및 노조와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재로 근로계약서가 불탔으니 다시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덕평물류센터보다 급여가 낮았다. 덕평이 원래 높은 편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퇴사 처리한다니 어쩔 수 없이 작성을 했다."

24일 만난 쿠팡 직원 A씨의 하소연이었다. 그는 경기 이천의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상시직(계약직)으로 일했다. 덕평센터 화재사건 이후 21일, 수도권 내 다른 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쿠팡 측이 '노동자들 생계를 보장하겠다'며 모든 직원에 대한 전환배치를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막상 출근해보니 예상과 다른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 출근한 물류센터에선 전환배치된 인력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다. 동료들 중엔 월급이 줄어들었다거나 의사와 무관한 곳에 강제 배치된 사례도 많았다. A씨는 "급히 전환배치를 해야 하는 회사 측 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너무 일방적이고 강압적이어서 사실상 퇴사를 유도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사고 이후 1,500여 명에 달하는 계약직 노동자들의 재고용 문제를 두고 노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회사 측은 "약속대로 대부분의 인력에 대한 전환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으나, 노동자 측은 "일방적 전환배치로 비용만 절감하려 든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실제 이날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는 쿠팡 노동자들이 모여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한민 민주노총 전국물류센터지부장은 "전환배치 과정에서 쿠팡은 실업수당을 논의하지도 않고 21일까지 전환배치를 선택하라는 안내 문자만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쿠팡물류센터지회(쿠팡 노조)도 화재 사건 발생 이후 쿠팡이 전체 노동자들에게 전환배치 신청을 유도하고 응답이 없는 경우 가까운 센터로 배치하겠다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센터에 가기 어려운 노동자가 퇴사할 경우엔 '출퇴근 3시간 이상'인 경우에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통보했다. 쿠팡 노조 관계자는 "전환배치 돼서 다른 센터로 갔더니 '덕평난민'이라며 차별하거나 계약서를 새로 썼는데 월급이 크게 줄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이날 "화재로 일터가 없어진 노동자들에게 휴업수당과 함께 타 센터로 전환배치하겠다던 발표도 실상은 강제전보였다"며 쿠팡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전환배치는 희망지를 최대한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있으며 23일 기준, 배치를 원하는 전체 1,484명 중 1,446명(97%)에 대한 배치가 완료됐다"며 "나머지 직원들도 최대한 희망지에 배치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도 급여는 계속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환배치 과정에서 달라지는 업무로 급여가 줄어든 일부 직원에 대해선 사전에 해당 내용을 설명하고 협의하에 전배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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