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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외친 윤석열… '준비 됐나'엔 물음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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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외친 윤석열… '준비 됐나'엔 물음표 남겼다

입력
2021.06.30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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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알린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알린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주자'로서 처음으로 국민 앞에 섰다. '국민 기자회견'이라 이름 붙인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거침없이 지적해 보수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왜 윤석열이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를 명확하게 설명하진 못했다.

'윤석열의 비전, 윤석열식 공정, 윤석열표 정책은 무엇이고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반복됐지만, 윤 전 총장의 답변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으며 정치의 링 위에 오른 첫날 점수를 충분히 따지 못한 것이다.

'윤석열표 비전'은 '공정과 상식'

윤 전 총장은 올해 3월 총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30년간 검사로 살았다. 다른 정책 능력을 보여준 적은 없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 전 총장이 얼마나 준비돼 있는 지도자인가를 1차 검증하는 자리였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을 비판했다.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 정책,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았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을 고통에서 구출할 국정 운영 비전으로 △공정과 상식의 가치 회복 △국민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기술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 △먹고사는 현안 해결과 미래 준비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각론은 충분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경제 성장 방법론으로 "'자유' '법치' '공정' 등의 가치를 지키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정책 핵심 기조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를 내걸었다. 그 실현 방안에 대해선 "외적이 침입했을 때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공동체와 자유를 지킬 수 있는 것처럼, 복지 문제도 자유시민의 책무이고 권리"라며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복지와 성장 중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느냐'라는 질문엔 "둘은 하나라고 본다. 지속 가능한 복지 재정을 위해 성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자회견장엔 '공정과 상식으로 국민과 함께 만드는 미래'라고 적힌 대형 걸개그림이 걸렸지만, '미래'에 어떻게 도달할지는 아직은 물음표로 남았다.

'윤석열표 비전' 구체성엔 물음표

윤 전 총장의 정책 관련 답변은 자주 구체성을 놓쳤다. 당정청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공시가 기준 상위 2%에만 물리기로 한 데 대해 "큰 의미 없다.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집값이 안정되고 예측 가능해야 하고, 국민들이 필요한 종류의 주택을 용이하게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일관계 개선 방안에 대해선 "외교는 실용주의와 실사구시, 현실주의에 입각해야 하는데, 이념 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문재인 정부를 겨눴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동원 문제, 안보·경제·무역 협력 등 현안을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는 주적인가, 파트너인가'라는 질문에는 "검찰총장 국회 인사청문회 때는 북한을 주적이라 규정했다. 그러나 군사적 주적이라고 해도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를 위해 협력할 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 윤석열인가" 시원한 답변 못 했다

윤 전 총장은 대권 도전 이유를 "정권 교체를 향한 국민의 열망"에 돌렸다. 그러나 '정권 교체의 주역이 왜 윤석열이어야 하는지'라는 물음 앞에선 여러 번 멈춰 섰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저 아니면 안 된다, 그런 건 절대 아니다"라고 답을 피하거나, "약간 명확하지 않더라도 양해 바란다"고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자신의 대권행에 따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를 지적하는 물음엔 "국민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답했다.

'윤석열 현상'은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에 대한 실망에서 싹텄다. '정권 눈치를 보지 않는 검사'였던 윤 전 총장이 공정의 가치를 바로잡아 줄 거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윤석열의 공정'이 무엇인지 역시 물음표로 남았다. 그는 "국민의 생애 전 주기에 기회의 균등, 공정한 기회의 보장이 큰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지만, '기회의 공정'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어떻게 실현할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선 경쟁자들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선 "24년 전 성남지청에서 뵐 때 변론을 잘하셨다"고 답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최 전 원장은 인격적으로 참 훌륭한 분이고 저는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그 말씀만 드리겠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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