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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로나 걸린 미국인 쿠바 관타나모 보내자' 제안" 폭로

입력
2021.06.22 14:32
수정
2021.06.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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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기자들, 트럼프의 '코로나 대응' 담은 책 출간
"대선 승리 위해 미국 내 확진자 줄이기에만 혈안
?확진자 늘어난다며 진단검사 확대도 반대" 비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인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 세인트 존스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고 서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인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 세인트 존스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고 서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미국 밖에서 감염된 자국 국민을 테러범 수용소가 있는 쿠바의 관타나모 만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코로나19 감염자들을 미국 본토로 데려오면 국내 확진자 수가 늘어나, 작년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렸던 자신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참모들의 만류로 해당 시나리오가 실현되진 않았으나, 트럼프는 그 이후에도 코로나19 진단검사 확대에 반대하는 등 방역보다 대선 승리를 우선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자사 기자들인 야스민 아부탈렙과 데이미언 팔레티가 쓴 '악몽의 시나리오, 역사를 바꾼 대유행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라는 책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며 이 같이 보도했다. 이달 29일 출간되는 이 책은 두 기자가 백악관 고위 참모 및 정부 보건 책임자 등 180명 이상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2월 백악관 상황실 회의 중, 외국에서 감염된 미국인에 대해 논의하다 "우리가 소유한 섬이 있지 않느냐. 관타나모가 어떠냐"라고 참모들에게 물었다. 이어 "우리는 상품을 수입하지, 바이러스를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감염된 미국인을 본토에는 입국시키지 말고, 관타나모로 보내자는 의미였다.

2017년 1월 쿠바 관타나모의 미국 해군기지 앞을 관광객들이 서성이고 있다. 관타나모=AFP 연합뉴스

2017년 1월 쿠바 관타나모의 미국 해군기지 앞을 관광객들이 서성이고 있다. 관타나모=AFP 연합뉴스

다만 트럼프의 이런 제안은 참모들의 반대로 실행되진 않았다. 쿠바 관타나모 만은 미국이 1903년부터 영구임대하며 해군기지로 사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곳에 알케에다나 탈레반에 연루된 테러리스트들을 가두는 '관타나모 수용소'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식 재판 없이 구금이 이뤄지는 데다, 고문 의혹도 제기되는 등 가혹한 수감자 처우로 인해 유엔에서도 인권 문제를 들어 폐쇄를 요구하는 악명 높은 곳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인을 테러 용의자와 같은 곳에 격리한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며 트럼프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책은 또, 트럼프가 대선 승리를 위해 방역보다는 확진자 수 줄이기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고 비판하는 내용도 담았다. 연방정부의 코로나19 검사 확대를 '(공식 집계된) 확진자 수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는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작년 3월 18일 앨릭스 에이자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 나는 검사 때문에 대선에서 질 것"이라며 "어떤 멍청이가 연방 정부가 검사하도록 했느냐"고 소리를 질렀다고 저자들은 전했다.

더불어 트럼프는 지난해 2월 국무부와 복지부의 코로나19 대응 관료를 해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이 일본 크루즈선에서 집단감염된 미국인들을 본국으로 데려오도록 했다는 이유였다. 책은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책임자 해임을 요구해 일부 정부 관료들과 언쟁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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