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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고두심 "늘 여자로 남길 갈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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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고두심 "늘 여자로 남길 갈망하죠"

입력
2021.06.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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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빛나는 순간'서 제주 해녀 연기
지현우와 멜로 호흡 맞춘 고두심

배우 고두심이 '빛나는 순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명필름 제공

배우 고두심이 '빛나는 순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명필름 제공

영화 '빛나는 순간'은 배우 고두심으로 완성된 이야기다. 제주 출신인 고두심이기에 극에 완벽히 녹아들었고 또 노년에 찾아온 사랑을 깊은 내공으로 빚어냈다.

21일 고두심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빛나는 순간'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빛나는 순간'은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과 그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PD 경훈(지현우)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 고두심이 연기한 고진옥은 '바다에서 숨 오래 참기'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제주 해녀다. 어느 날 고진욱 앞에 서울에서 내려온 다큐멘터리 PD 경훈이 나타나고, 그를 만나면서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하나 둘 마주하게 된다.

먼저 고두심은 작품을 본 소감으로 "깔끔하고 예쁘게 나왔다"면서도 "(최근 극장가가)걱정도 되지만 백신도 많이 맞고. 정부 정책도 문을 연다. 희망이 보이긴 한다. 많은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다. 조금 떨리는 마음이 있지만 과감하게 개봉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의 소감을 두고 "멜로가 파격적이지만 좋았다. 해녀의 내면이 강하게 그려져야 하는 작품이었다. 어느 배우보다 한국에서 내가 가장 가깝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나를 놓고 썼다길래 공감했다. 소준문 감독이 나를 꼬시려고 '제주도 하면 고두심이고 고두심의 얼굴은 제주도의 풍광'이라더라"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배우 고두심이 '빛나는 순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명필름 제공

배우 고두심이 '빛나는 순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명필름 제공

실제로 소준문 감독은 해녀들의 삶과 노년 여성에게 찾아온 사랑의 감정을 깊이 있게 연기해낼 인물로 처음부터 고두심을 점찍어놨었다. '빛나는 순간'의 시나리오는 고두심을 두고 그려낸 이야기다. 고두심은 해녀 설정을 위해 어린 시절 해녀들과 함께 했던 기억을 되살려 캐릭터에 이입시켰고 물 공포증을 이겨내고 수영을 다시 배울 정도로 역할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을 드러냈다. 중학생 때 바다에 휩쓸렸던 트라우마가 있다고 고백한 고두심은 영화 '인어공주' 당시에도 물 공포증을 이겨내지 못해 대역으로 대체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랬던 고두심이 이번에는 직접 바다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번 작품은 대역으로 될 일이 아니다. 나이를 가늠해봤을 때 올 만큼 왔다. 해녀 역을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 또 촬영장이 고향 바다였고 제주 해녀 상군들이 많이 나와있다. 저들이 나를 건져줄 것이라는 안도감이 있어 힘이 됐다. 잘난 척하느라고 한 번 더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물 공포증을 이겨냈다. 지금 제주도에 넣으면 어떻게든 헤엄을 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두심에게는 제주 출신 배우로서의 사명감이 크게 남아있었다. 과거에는 '제주의 딸', '제주 대표 배우'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름표를 받아 들게 된 고두심이다. 그는 스스로를 두고 제주의 혼이 있다고 단언했다. 고두심은 "제주는 제게 고향이자 부모"라면서 남다른 의미를 되새겼다.

그런 만큼 2개월 간의 촬영 현장은 행복함으로 가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상경했기 때문에 '빛나는 순간'의 제주 올 로케이션 촬영은 기쁘고 반가운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고향에 찾아온 '빛나는 순간' 팀을 위해 고두심은 돔베 고기 등 각종 현지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멜로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고두심은 "엄마가 아닌 여자로 이야기를 이끈다. 이에 여자는 나이가 들든 안 들든 '여자'라는 끈을 놓을 수 없다. 지금 이 나이에 육체적인 사랑을 갈망하겠냐.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면 치유가 된다면 사랑"이라면서 "늘 여자로 남길 갈망한다. 항상 나는 누군가의 할머니, 엄마로 불린다.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진옥이 끝까지 여자라는 것을 주장한다는 게 인상 깊었다. 흔치 않지만 특별한, 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다가갔다"고 설명했다.

함께 호흡한 지현우를 향한 애정도 드러났다. 고두심은 "속이 깊고 생각하고 내뱉는 성격이다.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신뢰감도 깊다. (멜로로 호흡하기에)전혀 무리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배우 고두심이 '빛나는 순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명필름 제공

배우 고두심이 '빛나는 순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명필름 제공


고두심은 작품의 주 소재인 제주 4.3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두고 실제 경험을 되살려 더욱 호소력 깊게 그려냈다. 어린 나이에 벌어진 일이지만 그가 살던 동네 모든 이들이 그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당시를 두고 "내가 본 듯, 겪은 듯 살았다. 제주도에는 친척 네 제사에도 모두 간다. 가 보면 앞집도, 옆집도 모두 울고 있다. 동네가 몰살당한 곳이다. 어린 나이에 그걸 들으면서 컸다. 어머니 아버지 집에 가까이 사람이 참 많이 죽었다. 그런 것을 토대로 연기를 했다. 당시 감독님도 놀랐다. 너무 절절하니까 컷 소리를 못 했다. 더 하라고 해도 하겠더라.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니었다. 대본을 읽는데 그림이 그려졌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신들린 것처럼 연기했다. 연기하는 나도 놀랐고 현장 스태프들도 흐느꼈다. 우리 작품으로 억울하게 죽은 혼의 분이 풀리길,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그간 드라마와 영화 외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고두심이기에 '아는 형님' 출연은 대중의 기대를 모았다. 녹화 현장을 떠올리던 고두심은 "있는 것 없는 것 다 깠다. 재밌었다. 사실 사적인 자리에서도 그렇게 논다. 내면의 끼가 있다. 그동안 얌전한 엄마 역을 하려니까 고충이 있었다. 끼를 발산하는 역은 안 주시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오랜 시간 여배우로 살아왔지만 고두심은 오로지 연기 표현에만 집중했다. 멜로극 '빛나는 순간'에서도 고두심은 아름다워 보이는 것보다 해녀로서 제대로 표현되길 원했다. 연기 가치관에 대해 "예쁘고 싶은 욕심은 전혀 없다. 당초 연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어떻게 캐릭터를 표현할지만 고민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을 했던 배우들은 예쁜 것만 한다. 하지만 나는 '전원일기'로 병풍 역을 오래 했다. 또 나는 콤팩트를 하루 종일 바르지 않는 여배우다. 제가 얼굴에 그렇게 자신이 있겠냐. 그저 배역에 가깝게 다가가려 하는 것이다. 비주얼적으로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그 동안 어머니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기억되었던 고두심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한 여성의 삶과 내면 깊은 곳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작품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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