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니혼바시 '분신로봇카페 DAWN'?
3종류 아바타 로봇이 근무 시스템
장애인, 환자 등이 집에서 로봇 조종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일을 할 수 없었는데, 여기서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관계를 맺을 수 있어 기쁩니다.”
21일 도쿄 주오구 니혼바시에서 그랜드오픈 행사를 가진 ‘분신로봇카페 DAWN’에서 원격으로 일하는 이라가시 히로유키씨는 아바타(분신) 로봇 ‘오리히메’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는 총 세 종류의 아바타(분신) 로봇이 있다. 하나는 이 카페를 만든 회사 ‘오리연구소’의 대표 상품인 ‘오리히메’로, 높이 23㎝의 탁상용이지만 두 팔을 들었다 내렸다 하고 고개를 상하좌우로 돌리며 손님과 대화를 한다. 120㎝ 높이의 ‘오리히메-D’는 커피를 서빙하고, 가장 복잡한 동작이 가능한 ‘텔레 바리스타’는 ‘프렌치 프레스’ 방식으로 직접 커피를 내린다.
이들 로봇은 손님과 계속 대화하지만 말하는 주체는 인공지능(AI)이 아니다. 일본 전국 각지에서 이 로봇을 조종하며 바리스타로, 서버로, 주문을 받는 사람으로 일하고 있는 ‘파일럿’이다. 총 50명의 파일럿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SL), 이른바 ‘루게릭병’ 같은 난치병 환자나 중증 장애인, 기타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집에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누워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와병 환자도 있고, 손으로 스마트폰 앱 화면을 터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이 회사가 개발한 ‘오리히메 아이(eye)’라는 입력 도구로 파일럿의 눈동자 움직임을 감지해 조종한다. 말하기 어려운 파일럿은 인공 음성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장애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오랜 연구 개발 과정을 거쳤다. 이들이 원격으로 일하는 170㎡의 카페는 입구부터 모든 공간을 휠체어 이동이 편리하고 각종 장애에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애물 없는)로 설계됐다.
현재 개발되거나 사용 중인 대부분의 로봇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동된다. 하지만 2012년 와세다대 재학 중 ‘인류의 고독을 기술로 해결한다’는 가치를 내걸고 오리연구소를 설립한 요시후지 겐타로(吉藤健太朗·34) 대표는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밖에서 일할 수 있고, 사람과 접촉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분신 로봇의 개발을 목표로 했다. 애초 자신이 초~중학생 때 3년 반 동안이나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있었던 고통스런 경험에서 착안, 장기 입원 중인 어린이를 가족과 연결하는 도구로서 개발한 것이 최초의 ‘오리히메’였다.
오리연구소는 인터넷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아 2018~2020년 총 네 차례, 각각 1~2주일 동안 테스트 카페를 열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 개발을 거듭해 상설 카페를 내놓게 된 것이다. 테스트 카페에서 일했던 ‘파일럿’ 중 일부는 모스버거, NTT,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채용돼, 오리히메와 함께 일하고 있다.
요시후지 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이 사람은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전제하에 운영된다”며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도 분신로봇카페에선 일할 수 있고, 사람과 대화하며 연결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연구소의 자문을 맡고 있는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乙武洋匡)는 축사를 통해 “대학교 1학년 때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몇 번이나 떨어지고 나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인가, 앞으로 직업도 가질 수 없는 것인가’ 하고 절망에 빠진 적이 있다”며 “오리연구소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의 취업을 가능케 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파일럿은 도쿄 최저시급 기준인 1,100엔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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