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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라피스의 '온라인으로 배우는 요가·파도타기'

입력
2021.06.22 04:30
수정
2021.06.23 18: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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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맞춤형 웰니스 서비스 개발한 배재호 대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바뀐 것 중의 하나가 집에서 운동하는 홈 트레이닝이다. 지난해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제한 조치로 생활체육시설에 가기 힘든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유튜브 영상 등을 보며 운동을 따라 하는 홈 트레이닝이 널리 퍼졌다.

하지만 영상을 보며 따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배재호(35) 대표가 창업한 더라피스는 이 같은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온라인 건강 서비스 '웰리 루틴'으로 주목받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이다. 덕분에 개인뿐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GS, 위워크, NHN 등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웰리 루틴을 이용하고 있다.

배재호 더라피스 대표가 서울 성수동 회사 옥상에서 온라인 영상을 촬영하는 요가 강사 직원들의 동작을 따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실시간으로 맞춤 지도하는 온라인 요가 교실

지난해 10월부터 제공된 웰리 루틴은 동영상과 쌍방향 온라인 맞춤 교육을 결합해 요가를 가르치는 디지털 서비스다. 이용자들은 사전에 제작된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보며 집에서 요가를 따라 하면 요가 강사들이 온라인으로 전송되는 이용자들의 실시간 요가 모습을 보며 필요한 내용을 바로 알려 준다. 마치 요가 동영상과 실시간 인터넷 방송이 결합된 듯한 방식이다. "실제 요가원에서는 사람들 위치에 따라 강사의 자세가 가려져 제대로 배우기 힘들어요. 이를 해결하려고 카메라 3대를 강사의 위, 옆, 정면에 배치해 시범 자세를 확실하게 볼 수 있도록 영상을 만들어요."

이용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웰리 루틴에 접속해 요가하는 모습을 컴퓨터나 노트북, 스마트폰에 설치된 디지털 카메라로 강사에게 실시간 전송한다. 요가 강사들은 모니터에 수강생들의 영상을 한꺼번에 띄워 놓고 필요한 내용을 알려준다. "강사 1인당 하루에 3, 4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지만 실제 공간보다 힘이 덜 들어요. 찍어 놓은 영상을 계속해서 틀기 때문에 매번 수업마다 시범을 보일 필요가 없죠. 그 시간에 수강생들의 자세를 꼼꼼하게 보기 때문에 오히려 섬세하게 지도할 수 있어요."

지역과 거리를 뛰어넘는 온라인의 장점 덕분에 전국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웰리 루틴을 이용한다. "현재 이용자는 3,000명이에요. 캐나다, 호주, 독일, 일본, 싱가포르에 사는 해외 동포들이나 현지 주재원들이 주로 접속해요. 요가 시설이 많지 않은 지방에서도 이용자들이 늘고 있어요."

100개 강좌에 800개 영상 제공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을 한 뒤 시간표를 보고 원하는 수업을 고르면 된다. 이후 수업 링크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요가 동영상과 함께 이용자의 모습을 영상으로 전송할 수 있는 화면이 나타난다.

강의료는 월 12회 수업 기준으로 10만 원이다. "저가로 제공하는 요가원보다 비싸지만 강사가 직접 실시간 지도를 하면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요."

요가 스타일과 난이도에 따라 구성된 강좌는 무려 100개다. "온라인은 공간 제약이 없어서 많은 수업이 가능합니다. 시간대도 직장인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다양해요. 곧 수업 숫자를 200개까지 늘릴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배 대표는 800개의 요가 영상을 만들었다. "각각의 영상을 모듈처럼 조합해 별도 강좌를 구성할 수도 있어요. 즉 A, B, C의 동작 영상을 섞어서 새로운 강의를 구성할 수 있어 매번 새로 찍을 필요가 없죠."

배 대표는 전문 자격증을 지닌 7명의 요가 강사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이들은 온라인 수업뿐 아니라 서비스 개발에도 참여한다. "요가원을 운영하는 등 수년간 활동한 강사들이 수업을 구성하고 개발 회의에 참여해 서비스를 개선해요."

GS, 위워크, 아모레 등 기업들도 이용

최근 직원들의 심신 건강을 챙기는 기업들이 웰리 루틴을 이용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직원들의 육체 건강과 함께 스트레스를 줄이는 조치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요. 이런 기업들은 퇴근 후에도 업무 생각 때문에 심신의 피로가 높은 직원들에게 머리와 마음을 비워서 충전할 시간을 주려고 하죠."

대표적인 곳이 GS홈쇼핑이다. 더라피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GS홈쇼핑에 '요가 챌린지'라는 사내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위워크 등도 직원 및 입주사들에게 웰리 루틴을 복지 서비스로 도입했다. "위워크 서울스퀘어점과 을지로점에서 입주사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웰리 루틴을 도입했어요."

아모레퍼시픽과 NHN도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웰리 루틴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웰니스 비대면 프로그램 전체를 맡았어요. 사옥에 웰니스 룸을 만들고 상담, 명상, 요가 등을 상시 이용할 수 있게 제공할 예정이에요. 아모레퍼시픽 사원들은 온라인으로 웰리 루틴을 이용할 수 있죠."

다른 대기업들도 웰리 루틴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몇 군데 대기업들과 웰리 루틴 제공을 논의 중이에요. 조만간 두어 군데 대기업이 고객사로 더 늘어날 것입니다."

더라피스에서 제공하는 웰리 루틴은 요가 강사가 동작을 따라 하는 수강생들의 자세를 실시간 영상으로 보며 지도하는 서비스다. 더라피스 제공


모션 캡처와 AI 기술까지 도입

배 대표는 영화 촬영에 쓰이는 모션 캡처 기술을 온라인 수업에 도입할 예정이다. 모션 캡처 기술은 사람의 동작을 촬영해 컴퓨터가 디지털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에 적용해 마치 사람 같은 동작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3차원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요가 동작을 가르치는 서비스도 도입할 생각입니다."

인공지능(AI) 기술도 개발을 끝냈다. "강사들이 한 화면에서 여러 수강생을 보면 더러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이때 AI가 강사가 덜 주목한 수강생을 찾아내 더 많은 지도를 하도록 알려주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어요. 강사의 화면에 수강생마다 호명 숫자가 표시되죠. 현재 내부 시험이 끝났고 올여름부터 적용할 예정입니다."

파도타기도 온라인으로 배운다

배 대표는 웰리 루틴을 요가에 국한하지 않고 다도, 싱잉볼, 파도타기, 서예, 건강식 등으로 확장한다. 분야별 강사들도 따로 뽑을 계획이다.

특이한 것은 조만간 시작 예정인 온라인 파도타기 강좌다. "파도타기는 지상 훈련이 중요해요. 지상에서 자세를 바로잡는 훈련을 충분히 해야 바다에서 제대로 파도를 탈 수 있죠."

이를 위해 배 대표는 전문 파도타기 교육업체와 손잡고 요가와 같은 방식으로 온라인 지상 강좌를 제공할 예정이다. 온라인 교육을 받은 이용자들은 주말에 파도타기 캠프에서 실습을 한다.

배 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명상과 요가를 하며 차를 함께 마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강좌를 섞은 온라인 구독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매달 비용을 내고 수업을 들으며 마음과 몸의 건강을 함께 찾도록 구성할 계획입니다. 여름 휴가철에 맞춰 시작할 예정이에요."

배재호 대표는 여러 번 스타트업을 창업하며 심신이 지친 자신을 위해 세 번째 스타트업인 더라피스의 웰니스 사업을 결정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삼성전자 입사 포기하고 스타트업 창업

원래 배 대표는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된 디자이너였다. 국민대 산업디자인학과 재학 중 삼성디자인멤버십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된 상태였는데 포기하고 2012년에 비대면 영어 교육 스타트업 밀당영어를 창업했죠."

두 번째 창업 멤버로 합류한 회사는 뇌파 연구로 유명한 AI 스타트업 룩시드랩스다. 룩시드랩스는 AI가 뇌파와 시선을 분석해 생각만으로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곳이다. "룩시드랩스에서 3년간 가상현실(VR) 콘텐츠를 기획했어요."

두 번의 스타트업 창업으로 배 대표는 에너지가 고갈됐다. "스타트업은 완전 몰입형으로 일해요. 영혼을 갈아 넣는다는 표현 그대로 몸과 마음을 바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해요."

문제는 너무 지친 상태에서 쉬는 방법을 몰랐다. "이대로 계속하면 쓰러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떻게 쉬어야 회복할 수 있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심신의 건강을 되찾는 웰니스 사업에 관심을 가졌죠."

"너무 지친 나를 위한 창업"

2019년 자주 방문했던 베트남 다낭에서 세 번째 창업한 더라피스는 심신이 지친 배 대표를 위한 스타트업이었다. 웰니스 여행으로 시작한 사업은 대성공이었다. "스파 전문가들과 심신 휴양을 위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으로 여행을 떠나서 잘 쉬고 오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어요. 매출이 매주 200%씩 성장했죠."

그러다가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해외 여행을 갈 수 없게 되자 지난해 3월에 갑자기 매출 0원이 됐다. 일부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휴직까지 했다. 그 상황에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결정된 투자까지 받은 상태여서 배 대표는 어깨가 무거웠다. 그는 바로 사업 전환을 결심했다. "직원들과 투자자들에게 대한 책임감이 컸죠. 길게 고민하지 않고 여행 대신 온라인 사업으로 전환을 결정하고 몇 달간 준비해 지난해 10월 웰리 루틴을 시작했어요."

배 대표가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시장 예측이었다. "시장이 열릴지 아닐지 사업을 해봐야 압니다. 그만큼 답이 없고 막막해 계속 두드려야죠. 사업을 하려면 이를 즐겨야 해요."

다행히 웰리 루틴 서비스는 시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서비스에 지갑을 여는 사람을 찾았어요. 더 좋은 서비스로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을 고민할 단계입니다."

일본 진출과 메타버스 서비스 준비

이를 위해 배 대표는 내년에 일본 진출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제공하는 웰리 루틴을 일본어 버전으로 만들어 가져갈 예정입니다."

그는 또 웰리 루틴을 메타버스 등 가상 공간에서도 제공할 방침이다. "메타버스에서 웰리 루틴을 제공하려고 가상공간 업체와 준비 중이에요. 메타버스에서 요가나 명상을 배우는 거죠."

궁극적으로 배 대표는 코로나19가 가라앉으면 여행 사업을 웰리 루틴에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아시아의 웰니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요가 강사와 요가 여행을 떠나고 차 전문가와 중국 차의 산지를 다녀오는 문화여행 프로그램 등을 다시 하고 싶어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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