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백신 접종 하던 날

입력
2021.06.20 22:00
27면
0 0
16일 서울 노원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 연합뉴스

16일 서울 노원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 연합뉴스


지난 3월 AZ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 이상반응은 상당히 심했다. 접종 후 8시간 즈음부터 열이 났고 몸살이 올라왔다. 팬데믹 이후 처음 났던 열이었다. 접종을 받은 의료진들 또한 비슷한 반응이었다. 우리는 서로 수액을 놓으면서 근무했다. 다음날까지도 앓았지만 다행히 48시간 이후부터는 증상이 사라졌다. 동료들도 비슷했다. 근래 2차 접종은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접종을 완료한 지금은 병원이나 일상생활에서 상당히 홀가분하다.

코로나19 백신은 모든 질병을 통틀어 인류가 가장 빨리 개발에 성공해서 승인된 백신이다. 백신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기적적이면서도 다행인 일이다. 현시점에서 코로나19에 대항하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무기다. 하지만 이상반응 또한 분명하며 급하게 승인된 만큼 부작용 또한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몸살을 앓으면서 약간의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나는 의료진으로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되지 않으려면 필수적으로 백신을 맞아야 했다. 모두가 이런 생각으로 집단 면역에 가까워진다면 이상적이다. 하지만 전국민에게 분명한 이상 반응과 혹시 모를 부작용을 통과하도록 설득하는 일은 험난한 작업일 것이다.

근래 대규모 일반인 접종이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접종에 동참한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현재 응급실에는 백신 관련 환자가 넘쳐난다. 역시 예견된 상황이다. 백신 종류를 불문하고 치명적인 부작용은 드물지만 이상 반응은 흔하다. 백신에 의구심이 들 정도의 강한 증상이다. 그중 혈전은 입증된 대표적인 부작용이며 진단하기 까다롭다. 인체 전 부위에 혈전이 생길 수 있고 그에 따라 증상도 다양하며 진단에 특별한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상반응과 연결된 많은 증상이 혈전 증상과도 비슷하기에 많은 환자가 찾아오고 있다.

전국민이 접종하는 백신에서 부작용과 이상 반응을 알리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아무리 드문 부작용도 홍보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과한 보도에서 발생한 일종의 공포심도 어쩔 수 없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의 전화 문의가 쏟아지고, 근래 백신을 맞은 환자들은 현재 증상과 백신의 관련성을 묻는다. 대부분은 지나갈 이상 반응이거나 인과 관계가 멀어 보이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내가 환자였어도 그렇게 질문할 수밖에 없다. 몸이 겪는 이상 반응은 분명하고 부작용 사례를 들었으며 증상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유추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어떤 부작용이 밝혀질지 모른다. 덕분에 의료진의 업무는 증가했고 검사도 늘었지만, 다행히 대부분은 무탈히 지나가고 있다.

정리하자면 모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코로나19의 해악과 비한다면 접종의 이득은 명백하다. 전국민 백신 접종은 대의적으로 필요하다. 치명적인 부작용은 드물지만 그럼에도 만에 하나 발생할 부작용을 놓칠 수 없다. 지금의 의료 현장은 혼란스럽지만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모두가 백신을 맞아야 하고 증상이 있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또 언론은 부작용을 알려야 하며 국가는 사례를 수집해야 하고 과학자는 이를 바탕으로 연구해야 한다. 모두가 이처럼 대처하고 있다. 지금까지 팬데믹은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낳았고 이 또한 그중 하나일 것이다. 다행인 점은 이것은 그나마 희망이 보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모두 견뎌내야 한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