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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들 횡령·배임' 이기태 차남 수사… 무자본 M&A 드러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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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좋은사람들 횡령·배임' 이기태 차남 수사… 무자본 M&A 드러나나

입력
2021.06.17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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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임원·노조, 이종현 전 대표 관련 3건 고발
경찰, 회사 빚보증 세운 혐의 대해 고발인 조사
특수관계인 회사에 대여 명목 돈 빼돌린 혐의도

코스닥 상장사인 속옷제조업체 '좋은사람들'이 운영하는 브랜드 '예스' '보디가드' 홍보 이미지. 좋은사람들 홈페이지

코스닥 상장사인 속옷제조업체 '좋은사람들'이 운영하는 브랜드 '예스' '보디가드' 홍보 이미지. 좋은사람들 홈페이지

'애니콜 신화' 주인공인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남 이종현(42)씨가 속옷 제조업체 좋은사람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비위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씨는 라임자산운용(라임) 투자사 자금 등을 끌어다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코스닥 상장사 좋은사람들을 인수한 후, 특수관계인들이 운영하는 업체 여러 곳에 회삿돈을 빼돌리고 회사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경영을 악화시킨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6일 이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최모 좋은사람들 감사를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4월 고발 후 2개월 만이다. 이와 별도로 좋은사람들 노조는 서울서부지검에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회사 사외이사 김모씨는 특경법상 횡령 등 혐의로 각각 이씨를 고발했다. 수사당국 안팎에선 이씨에 대한 수사가 횡령·배임 혐의에서 시작돼 무자본 M&A로 범위가 확대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경찰은 이씨가 지난해 말 에이에스피컴퍼니 등으로부터 개인적 용도로 30억 원을 빌리는 과정에서 좋은사람들을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워 60억 원의 부채를 떠안게 한 혐의를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발인 측은 이씨가 대출 과정에서 법인 인감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부채의 이자율은 연 24%에 달한다.

회사 감사 및 노조 측은 지난 3월 에이에스피컴퍼니가 회사 자산을 압류해 강제 경매를 신청하고서야 연대보증 사실을 알았다는 입장이다. 자산 압류는 이씨가 차입금 상환은커녕 담보로 설정한 회사 주식을 임의로 처분하며 계약을 위반한 결과다. 현재 좋은사람들의 7개 은행 예금계좌에 대해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이 집행됐으며, 파주 물류센터 등 회사 주요 자산은 경매에 넘어갔다.

이종현 전 좋은사람들 대표의 CEO 인사말. 좋은사람들 홈페이지

이종현 전 좋은사람들 대표의 CEO 인사말. 좋은사람들 홈페이지

이씨는 또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옛 동업자 등 특수관계인 회사에 단기대여금, 선급금, 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사내유보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수되지 않은 자금만 254억여 원에 이른다. 수사당국은 시세 조종 등의 전력이 있는 이씨가 이른바 '작전'에 회삿돈을 동원했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고발인들은 이씨가 회사 자산이 압류되기 직전 현금 26억 원을 빼돌렸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씨가 좋은사람들을 인수한 과정 자체가 불법적인 무자본 M&A였다는 의혹도 적지 않다. 이씨는 2019년 3월 회사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제이에이치W조합을 만들어 라임 자금이 투입된 에스모(35억 원), 디에이테크놀로지(35억 원), 동양네트웍스(30억 원)의 출자를 받아 인수자금 150억 원 중 100억 원을 조달했다. 이씨는 나머지 50억 원이 자기자본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외부 회계조사 결과 자금 출처에 대해 소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 '보디가드' 등 유명 속옷 브랜드를 보유한 좋은사람들은 이씨가 인수한 지 2년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이씨는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된 후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회사 등기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인사 등에 대해 최종적인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지난해 초 '이용호 게이트'로 알려진 이용호 전 G&G 회장의 횡령 혐의 공범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최근에는 좋은사람들을 인수하기 전 맡았던 코스닥 상장사 제이앤유글로벌(옛 씨앤비텍)과 관련한 주가 조작 및 사기적 부정거래 등의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관련기사 ☞ '애니콜 신화' 이기태 前삼성전자 부회장 차남 '주가 조작' 기소)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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