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기업 지분 다단계 업체 양도 후 범행 공모
주식 담보 100억 차용…허위 보도로 주가 부양
감사 결과 공시 전 주식 처분…75억 부당 이득
'애니콜 신화' 주인공인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남 이종현(42)씨가 시세조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17일 확인됐다. 그는 부친인 이기태 전 부회장이 인수한 회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고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부장 이방현)는 최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투자회사 K사 등기이사였던 이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K사에서 부사장을 지낸 공인회계사 출신 A(54)씨와 유사수신업체 원기산삼 대표였던 B(46)씨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결과 이씨는 이 전 부회장이 2013년 인수한 폐쇄회로(CC)TV 제조·판매업체인 코스닥상장사 제이앤유글로벌(옛 씨앤비텍) 운영과 관련해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앤유글로벌의 실질적 경영자였던 이 전 부회장은 적자가 지속되자 매각 권한을 아들인 이씨에게 위임했다.
이씨는 2015년 11월 원기산삼 대표로 다단계 사업을 하던 B씨와 이 전 부회장 측이 보유한 제이앤유글로벌 지분 200만 주와 경영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취득한 주식 200만 주를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수십억 원을 대출받아 빼돌렸고, 이씨 역시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이앤유글로벌 주식을 담보로 16억 원을 차용했다.
문제는 제이앤유글로벌의 사업부진이 이어지면서 주가가 하락해 주식이 반대매매될 상황에 처하면서 불거졌다. 이씨와 B씨 등은 주가를 유지하고 부양하기 위해 당시 주식시장에서 최고의 호재성 재료로 꼽히던 중국면세점 사업을 이용했다. 제이앤유글로벌이 북경면세점에 독점적으로 물품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K사 부사장이었던 회계사 A씨는 제이앤유글로벌을 인수하고 싶어하는 기업인들에게 "이기태가 내 뒤를 봐준다. 이기태로부터 북경면세점 사업에 30억 원을 지원받도록 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 등은 이 전 부회장을 통한 30억 원 지원은커녕 상대 업체로부터 계약금 수억 원을 받고도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기태 전 부회장의 시세조종 연루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했지만 최종 기소 대상에선 제외했다.
이씨 등은 제이앤유글로벌에 대한 외부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업 능력이 있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IT업체와 함께 보조배터리 대여사업을 시작했고 스마트폰 개발·출시 등 신규사업을 진행하는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제이앤유글로벌은 매출 및 수당 자료조차 제대로 갖고 있지 않았다. 결국 2016년 3월 회계법인에 관련 감사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고, 자본잠식 상태가 들통날 것을 우려해 최대주주인 원기산삼 재무제표 또한 의도적으로 제출하지 않았다. 회계사 출신인 A씨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 결과를 예상해, 이를 이씨와 B씨에게 미리 알렸고 미공개정보인 '감사의견 거절'이 공시되기 전에 보유주식을 처분하도록 했다. 이렇게 매도한 주식으로 회피한 손실은 총 7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씨는 지난해 2월 '이용호 게이트'로 알려진 이용호 전 G&G 회장의 횡령 혐의 공범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가 대표를 맡은 후 2년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속옷 제조업체 좋은사람들 측도 6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달 이씨를 고소했다. 좋은사람들 측은 이씨가 취임한 후 수백 억원대 사내유보금이 유출됐다며 추가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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