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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의 씨앗’ 만성 췌장염, 80%가 술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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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의 씨앗’ 만성 췌장염, 80%가 술 때문

입력
2021.06.13 20: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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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췌장염에 걸리면 '최악의 암'으로 불리는 췌장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8배나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만성 췌장염에 걸리면 '최악의 암'으로 불리는 췌장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8배나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2002년 한일 월드컵 영웅인 유상철(50)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췌장암 투병 끝에 최근 숨졌다. 췌장암은 명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치료ㆍ예방이 어려운 암이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2.6%에 불과할 정도로 '최악의 암'이다.

주광로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50대 이상에서 처음 당뇨병이 진단됐거나, 그동안 앓았던 당뇨병이 악화했을 때에도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50세 미만인데 △췌장암 가족력도 없고 △만성 췌장염도 없고 △체중 감소, 식욕부진 등이 없다면 췌장암일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만성 췌장염이라면 췌장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정상인보다 8배 높아진다. 만성 췌장염은 술 때문에 80%가 발병하는 만큼 금주 또는 절주가 예방의 최선책이다.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 외에도 가성 낭종ㆍ담관 협착ㆍ십이지장 협착ㆍ당뇨병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췌장. 게티이미지뱅크

췌장. 게티이미지뱅크


◇만성 췌장염 환자, 췌장암 위험 8배 높아

'이자'라고도 부르는 췌장은 길이가 15㎝ 정도로 가늘고 긴 장기로, 위 뒤쪽에 위치해 십이지장과 연결되고 비장과 인접해 있다. 췌장은 우리 몸 가장 깊숙한 곳에 여러 장기로 둘러싸여 있어 ‘은둔의 장기’로 불린다.

췌장은 머리ㆍ몸통ㆍ꼬리 등 세 부분으로 나뉜다. 십이지장에 가까운 부분이 머리, 중간이 몸통, 가장 가느다란 부분이 꼬리다. 췌장은 음식물 소화를 돕는 기능과 인슐린ㆍ글루카곤 호르몬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한다.

췌장에서 발생하는 대표적 질환이 췌장염이다. 발병 원인은 담석과 술이다. 담낭(쓸개)에서 나온 담즙이 딱딱하게 굳어 만들어지는 담석이 담관(담즙 통로)를 통해 췌장에 이르러 담관ㆍ췌관을 막으면 담즙과 췌장액이 역류해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술이 췌장염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술을 마시면 췌장액 안의 단백질이 양이 많아지고 끈적해져 췌장액 흐름을 방해해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급성 췌장염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야 할 정도로 극심한 복통을 일으키며,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중증 급성 췌장염은 췌장 괴사나 농양, 가성 낭종 같은 국소 합병증, 폐 기능 부전, 저혈압 쇼크 등 전신 합병증까지 일으킬 위험이 아주 크다.

만성 췌장염은 오랫동안 술을 마신 사람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알코올이 직접 췌장 세포를 손상하고 췌장액 점성(粘性)을 높여 췌장액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만성 췌장염의 대표적인 특징은 상복부 통증이다. 다만 통증 정도와 주기는 개인차가 있다. 음식을 먹으면 통증이 더 심해지고, 황달도 나타날 수 있다. 소화되지 않은 지방이 그대로 대변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췌장이 소화 효소인 췌장액을 십이지장으로 배출해 소화를 돕고 인슐린 등을 만들어 혈당 조절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만성 췌장염의 가장 큰 문제는 급성과 달리 췌장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췌장이 80% 정도 파괴될 때까지 증상이 없을 때가 많다.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췌장이 상당히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다. 장재혁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염은 음주가 주된 발병 원인이므로 금주나 절주가 최선의 예방책”이라며 “만성 췌장염은 2차적으로 당뇨병은 물론 췌장암까지 생길 수 있기에 평소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고광현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만성 췌장염의 20~30%가 췌장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성 췌장염 환자는 췌장암을 조기 발견ㆍ치료하기 위해 6개월~1년마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내시경검사 등을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재발 잦은 췌장염, 금주가 필수

췌장염 진단은 통증 파악 후 원인이 될 수 있는 담석증 유무와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혈액검사로 췌장에서 분비되는 효소 수치를 측정하고, 복부 초음파, CT 검사를 시행한다. 추가로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 내시경 초음파검사 등을 진행해 원인을 찾기도 한다.

급성 췌장염 환자의 90% 정도는 초기에 입원해 금식하고 수액 치료를 받으면 큰 합병증 없이 7일 이내 낫는다. 하지만 환자의 25%는 췌장염이 재발하므로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고 합병증 예방에 힘써야 한다. 특히 담석에 의한 췌장염은 조기에 내시경으로 담석을 제거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담낭절제술을 받는 것이 좋다.

만성 췌장염은 금주가 필수다. 통증 조절과 손상된 췌장 기능을 보충하기 위해 췌장 효소, 인슐린 투여 등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동반된 합병증을 내시경이나 수술로 치료할 수 있고 합병증이 생겼다면 평생 관리해야 한다.

이상훈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염을 예방하고 재발을 막으려면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며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정상인보다 8배 높으므로 6개월에서 1년마다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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