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만들고 외국인 K팝 그룹 제작... '공장형 한류'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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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만들고 외국인 K팝 그룹 제작... '공장형 한류'에 무슨 일이

입력
2021.06.12 04:30
수정
2021.06.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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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표준 된 한국 대중문화]?②

방시혁(왼쪽) 하이브 의장과 루시안 그레인지 유니버설뮤직그룹 의장이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아이돌그룹 제작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는 외국인 멤버들은 하이브에서 춤과 노래 등을 지도한다. K팝 DNA를 갖춘 미국 아이돌그룹이 탄생하는 것이다. 하이브 유튜브 캡처

'도깨비' 등을 만든 드라마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미국 유력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애플TV플러스, 영화 '미션임파서블7' 등을 만든 스카이댄스미디어와 미국 드라마를 제작한다. 드라마 제작사 국내 드라마 판권을 미국 방송사 등에 판 적은 있지만, 직접 현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엑소 등을 기획한 SM엔터테인먼트(SM)와 방탄소년단을 제작한 하이브 등 국내 K팝 기획사들은 MGM텔레비전, 유니버설뮤직과 손잡고 현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서 잇따라 외국인으로 구성된 K팝 아이돌그룹을 내놓는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왼쪽)와 마크 버넷 MGM 텔레비전 회장. 두 사람은 올해 미국에서 K팝 DNA를 갖춘 현지 아이돌그룹 제작에 나선다. SM 제공


그래픽=김문중 기자.


"한국 대중문화, 혁신 새 기준"

방탄소년단 등 한류 스타를 넘어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 한류 콘텐츠를 배출한 한국의 대중문화 시스템이 팬데믹 이후 해외 시장을 키울 혁신의 무기로 조명받고 있다. 스타와 콘텐츠 수출에 집중됐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젠 기획사가 한류의 원동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영국 유력 월간 모노클"한국이 대중문화 혁신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평했다. 1980년대 홍콩, 1990년대 일본이 했던 아시아 문화 전초기지 역할을 이제 한국이 하고 있다는 평가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는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와 저스틴 비버의 매니지먼트사인 미국 이타카홀딩스를 10억5,000만 달러(약 1조1,151억 원)에 지난 4월 인수했다. 10년 전만 해도 업계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미국 드라마 제작에 나선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들어 화제를 모은 드라마 '도깨비'(2016). 공유(왼쪽)와 김고은이 출연, 판타지 로맨스 연기로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았다. tvN 제공


미드 제작비의 6분의 1... 저비용 고효율

영상 콘텐츠 제작사의 북남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에 참여한 미국 드라마는 M.O 월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더 빅 도어 프라이즈'다. '시트 크릭'으로 에미상과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작가 겸 프로듀서 데이비드 웨스트 리드가 극본을 맡았고, 10부작으로 제작된다. 방송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튜디오드래곤이 미국에서 단독 및 공동으로 진행 중인 드라마 제작 프로젝트가 18개다.

JTBC스튜디오는 최근 미국 콘텐츠 제작사 윕을 인수했다. 윕은 미국 방송계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피버디상을 받은 '디킨슨' 등을 제작한 회사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가 미국의 제작사를 인수하기는 이번이 처음. 한국 대중문화 업계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미국 의학 드라마 '이알'은 회당 평균 제작비가 1,100만 달러(약 122억 원) 수준이다.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전지현이 출연하는 올 하반기 기대작 '지리산'의 회당 제작비 20억 원의 6배를 웃돈다. 높은 완성도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빠르고 제작비 대비 효율이 높은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해외 시장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JYP엔터테인먼트 수장인 가수 박진영. SBS 제공


그룹 니쥬는 멤버 9명이 모두 일본인으로 구성됐다. 박진영이 앨범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들은 JYP에서 춤과 노래 훈련을 받고 데뷔했다. JYP 제공



"이상적 직장 상사" 조명받는 리더십

북미와 일본에선 K팝 DNA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본 음반사 관계자에 따르면 JYP엔터테인먼트는 '니지 프로젝트' 2탄을 기획 중이다. 지난해 '니지 프로젝트' 1탄을 거쳐 박진영이 프로듀싱하고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여성그룹 니쥬에 이어 K팝 DNA를 갖춘 일본 K팝 그룹이 또 탄생하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 한 보험사가 진행한 '이상적인 직장 상사' 설문조사에서 박진영이 5위를 차지했다""체계적인 K팝 트레이닝 및 제작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를 매니지먼트하는 이타카홀딩스를 하이브가 지난 4월 전격 인수했다. 현대카드 제공


OTT 바람 타고.... 북남미로 퍼지는 K오디션


K팝 제작 시스템은 기획사의 아티스트 발굴 및 육성(A&R) 과정이 핵심이다. 2~6년의 연습생 기간을 거친 뒤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데뷔시키는 게 특징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연예인을 10여 년 동안 계약으로 묶어 두는 '노예계약'이 빈번하게 이뤄졌지만, 2010년대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견제로 전속 계약 기간이 최대 7년으로 정해진 뒤 인권 침해 논란이 잦아들었다. 이런 과도기를 거친 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들이 줄줄이 나오자 해외에서도 K팝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대신 K팝 기획사를 협업 파트너로 앞다퉈 찾고 있는 것이다.

해외 OTT업계는 K팝 아이돌 양성 시스템을 보여줄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한류 팬을 사로 잡기 위해서다. 워너브러더스의 OTT인 HBO맥스와 멕시코를 기반으로 한 제작사 엔데몰샤인붐독은 CJ ENM과 손잡고 남미에서 활동할 K팝 아이돌그룹 멤버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공동 제작한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서구에서 공장형 아이돌이라 불리며 비판하던 K팝 시스템이 이젠 업계의 표준이 되고, 미국에서 되레 역수입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아시아 시장이 커지면서 이 선수촌 방식의 제작 시스템 유행이 당분간은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변화 양상의 명암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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