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기증했는데 수술비 부담하고 고용 불안까지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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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 기증했는데 수술비 부담하고 고용 불안까지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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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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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 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콩팥을 기증했는데 사회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식을 위해 콩팥을 제공한 사람이 일반인과 비교해 건강 상태는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기증 후 수술비 부담과 고용 불안 등 불이익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재 국내에서는 콩팥 이식이 연간 2,000여 건이 시행되고 있다. 이중 50% 정도가 뇌사자가 아닌 생체 공여자에게서 기증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한광협)이 콩팥 이식을 위해 콩팥을 제공한 공여자 대상으로 공여 전후 건강 상태와 사회경제적 변화를 분석했다.

보건의료연구원은 7개 국립대병원에서 1979년 1월~2018년 12월 콩팥 이식을 위해 콩팥 적출술을 받은 생체 콩팥 공여자 2,051명과 일반인(건강 대조군) 2,051명을 매칭한 후향적 코호트 자료를 토대로 비교했다.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고요산혈증(남성 7㎎/dL 이상, 여성 6 ㎎/dL 이상) 유병률은 공여자 및 일반인에서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히 상승했다.

공여자의 경우 요산 농도가 1995~2000년 4.6%에서 2012~2016년 11.5%로 올라갔다. 같은 기간 일반인은 6.5%에서 16.5%로 급증했지만 두 집단 간 유병률 상승은 별 차이가 없었다.

이 기간 고혈압(수축기 혈압 140㎜Hg 이상) 유병률은 공여자가 7.2%에서 18.5%였다. 일반인은 같은 기간에 10.5%, 24.4% 유병률을 보였다. 두 집단 간 유병률 차이는 별로 없었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1995~2000년에는 두 집단 간 유병률이 32%로 비슷했다. 2012~2016년에는 공여자에서 40%, 일반인에서 50%까지 올라갔다.

과체중 및 비만(BMI ≥25㎏/㎡) 유병률은 모든 기간에 공여자가 일반인보다 환자 비율이 높았지만 두 집단 간에 차이는 별로 없었다.

연구팀은 공여자의 콩팥 기능이 회복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1982~2018년 콩팥 공여자 1,358명에게 만성콩팥병 위험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식 후 초기에 측정한 추정 사구체 여과율(eGFR)이 높으면 콩팥 생존율이 높았다.

반면 초기 수치가 낮으면 1개월 후 측정한 추정 사구체 여과율 변화량에 따라 콩팥 생존율에 차이가 생겨 공여 후 콩팥 기능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

2003~2016년 7개 국립대병원에서 시행된 생체 콩팥 공여자와 매칭된 일반인 각 1,701명을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 생체 콩팥 공여자의 사망률이 높아졌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수준 및 거주 지역을 보정했을 때 생체 콩팥 공여자와 대조군 간의 사망률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주목할 점은 생체 콩팥 공여자는 일반인보다 고용 안정이나 소득 분위(分位)가 상승할 확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이 2003~2016년 7개 국립대병원에서 콩팥 이식을 받은 공여자 1,369명과 같은 수로 매칭된 일반인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변화를 확인한 결과, 공여자는 공여 후 다소 불리해졌다.

공여자들은 콩팥을 기증한 뒤 피고용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고, 새로 고용될 가능성도 일반인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이런 고용 불평등은 공여 2년 후부터 나타나지 않았지만 장단기적으로 경제적 영향이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여자의 소득 분위가 상승할 확률은 일반인보다 0.5배로 유의미하게 낮았다. 반면 공여 전과 비교해 소득 분위가 내려갈 확률은 1.4배였다. 이런 경향은 공여 후 5년까지 유지됐다.

연구진은 서울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콩팥 공여자 240명을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변화를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34.2%에서 사회경제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중 ‘공여 시 발생한 수술 비용으로 어려워졌다’가 69.5%로 가장 많았다. ‘수술 후 각종 보험 가입·유지 제한 경험’이 54.9%, ‘휴학·휴직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42.7%였다.

공여 전후로 일을 할 수 없었던 날은 67일 정도였다. 직업을 가진 공여자는 이중 35일이 무급 휴가로 나타나 충분한 요양 및 휴무를 보장받지 못했다.

공여 전후로 검사 및 수술, 입원비 등에 대해서는 40.8%가 ‘공여자가 전액 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혜자가 전액 부담’이 35.4%로 뒤를 이었다. 이중 개인 사보험 혜택을 받았다고 응답한 공여자는 24.2%로 공여 시 사보험 보장 영역은 크지 않았다.

현재 보험 체계상 모든 공여자에게 기증 시 시행된 검사 및 수술비 일부가 콩팥 이식 수혜자에게 주어지는 희소 난치성 질환 산정 특례 적용을 받아 환급이 이뤄진다. 하지만 비용 환급을 받지 않았다고 응답한 공여자가 25.8%에 달했다.

연구책임자인 이하정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최근 생체 콩팥 공여자의 장기 안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생체 콩팥 공여자의 대사 위험도와 장기 생존율이 매칭된 건강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최근 대사증후군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이런 경향을 유지할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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