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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험 잊고 단순한 '정상' 복귀는 심각한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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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험 잊고 단순한 '정상' 복귀는 심각한 실수"

입력
2021.06.10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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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석학에게 듣는다]
<하>?프랭크 스노든 美 예일대 교수

편집자주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치열합니다. 내년까지 전 지구적 차원의 집단면역을 달성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제 '코로나 패닉'을 넘어 '코로나 이후'를 고민할 때입니다. 한국일보는 창간특집으로 국내외 석학에게 코로나 이후에 대해 물었습니다.

프랭크 스노든 교수 저서 '감염병과 사회'.

프랭크 스노든 교수 저서 '감염병과 사회'.


인류의 비극 중 하나는 같은 실패를 되풀이한다는 점이다. 14세기 시작된 흑사병(페스트)으로 수많은 인명을 잃고도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이 닥치자 인류는 또 유사한 피해에 시달렸다. 1918~19년 스페인 독감으로만 65만 명을 잃은 미국은 이후 100년간 감염병 대응 조직조차 제대로 꾸리지 않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물론 역사의 교훈을 바탕으로 한 진보도 있었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와 베니스 사람들은 2차 페스트 대유행을 겪으며 격리 원칙, 감염병 전용 특수 병원 및 복장,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감염병 대응 정책의 원류를 창안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본능을 넘어 사회제도로 안착하고 실행됐다. 이런 교훈은 인류의 지혜로 각인됐다.

그러나 갈 길은 멀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에 확인된 감염병 대응 체계 미비, 국가의 무능, 경제와 사회 불평등 심화, 인종 혐오 같은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류는 더 큰 비극을 마주할 것이다. 감염병 관련 역사학, 사회병리학 분야 세계적 석학인 프랭크 스노든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한국일보 창간 67주년 기념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교훈으로 공중보건체계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랭크 스노든 미 예일대 역사학 교수. 스노든 교수 제공

프랭크 스노든 미 예일대 역사학 교수. 스노든 교수 제공


-저서 ‘감염병과 사회’에서 페스트부터 코로나19까지 인류와 바이러스의 싸움을 되짚었다.

“감염병은 전쟁, 혁명, 경제위기, 인구통계학적 변화 같이 널리 알려진 다른 요인과 동등하게 인류 역사 ‘큰 그림’의 주요 부분으로 간주돼야 한다. 감염병은 인류의 생활 수준, 도덕 가치, 사회관계, 종교적 믿음에 초점을 명확히 맞추면서 사회를 살필 수 있는 필수적인 렌즈를 제공한다.”

-역사 속 감염병 대응에서 인류가 얻은 게 있다면.

“책 ‘감염병과 사회’에선 페스트, 콜레라, 천연두, 결핵, 에이즈, 황열병, 말라리아, 발진티푸스부터 오늘날 영향을 미치는 주요 감염병까지 면밀히 살펴봤다. 이 모든 질병들은 경제, 지정학, 전쟁 결과, 종교적 믿음, 예술, 정치, 공중보건과 같은 인간 삶의 중요한 측면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영향의 중요한 예 중 하나가 ‘선페스트(bubonic plague)’의 반복적 위협을 통제하기 위한 집단적 수단으로 르네상스 시대인 15세기 이탈리아 도시국가에서 시작된 공중보건의 발전이다.”

-인류가 감염병에 취약하게 된 사회적 조건은 무엇인가.

“감염병은 결코 무작위적인 사건이 아니다. 미생물은 기관이 없다. (바이러스가) 사회에 들어오면 사회가 만들어내는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예를 들어 19세기 산업혁명 시대는 콜레라와 장티푸스에 유리한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냈다. 인간의 배설물에 오염된 음식과 물이 입을 통해 분변으로 이어지는 경로로 확산된 것이다. 1918~19년의 스페인 독감은 (인류) 전체의 산업화된 전쟁이 유발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했던 4월 29일 인도 뉴델리 화장장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들의 시신이 화장되는 동안 한 남성이 화장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뉴델리=AP 연합뉴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했던 4월 29일 인도 뉴델리 화장장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들의 시신이 화장되는 동안 한 남성이 화장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뉴델리=AP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퍼진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는 세계화 시대 첫 번째 주요 감염병이다. 세계화의 본질은 빠르고 격렬한 상호 연결성이다. 빠른 도시화, 급격한 인구 증가, 국가 내 그리고 지구 북반구와 남반구의 불평등 확대, 기후변화, 대기오염과 서식지 파괴로 특징지어진 환경 파괴, 무한한 경제 성장과 제한 없는 시장을 찬양하는 신자유주의 이념, 비행기 컨테이너선 철도 도로를 통한 사람과 상품의 빠른 대량 이동이 영향을 미쳤다.

돼지농장을 통해 중국 우한에 바이러스가 도달했든, 습지나 시장, 심지어 실험실에서 우연히 유출됐든 간에 코로나19는 높은 수준의 대기오염, 이동성이 높은 거주민,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의 조건을 선호한다는 점이 발견됐다. 중국 전역에 퍼진 코로나19는 우리 세계의 주요 취약점을 이용해 지구 전체에 걸쳐 연속적인 파도를 몰고 왔다.”

-미국은 왜 이렇게 초기 대응에 실패했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여러 이유에서 참담했다. 주요 요인은 과학 부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병을 ‘중국 독감’, ‘쿵 플루(Kung fluㆍ쿵푸+플루)’라고 부르고 치료제로 표백제를 옹호한 데서 증명됐듯이 (그들은) 의학, 과학, 공중보건을 외면했다. 국수주의자 트럼프는 이 질병을 국제적인 비상사태로 간주하기를 거부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 대처에 있어 정부의 실질적인 지도력 포기였다. 결과는 혼란이었다.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며, 위기 대처를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상반된 메시지와 정책의 불협화음만 있었다.”

-미국의 공공의료체계도 엉망이었다.

“미국은 사실 공공보건의료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 스페인 독감 때 이 문제는 이미 논의됐다. 당시 공중보건국을 지휘했던 루퍼트 블루는 의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단일한 국가전략을 채택하기 어렵다고 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의료경찰’, 현대식으로 말하면 공중보건 권한은 여러 주(州)에 있고, 연방 정부는 국경과 관련된 범위 내에서만 질병 위협에 대처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그 결과 공중보건국은 자금, 숙력된 인력, 법적 권한, 실험실 등이 부족했다. 블루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개헌과 적절한 자금 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스페인 독감 대유행으로 65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1918~19년 경험은 빠르게 잊혔다. 개헌도 되지 않았고, 공중보건국 자금 지원도 이후 100년 동안 중단됐고, 감염병 대응을 지휘할 조직 구조도 수립되지 않았다.”

-일반 의료체계는 어떻게 작동했다고 보나.

“미국 의료체계는 감염병에 대응하는 데 불평등하다는 게 입증됐다. 이윤을 위한 의학이 모두를 위한 보건 개념을 이겼기 때문이다. 의료의 우선순위는 예방보다는 치료였고,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문제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건강은 인권이 아닌 상품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의료)제도에서 배제되고 신뢰할 수 있는 진료에 접근하지 못했다. 병원이나 요양원의 건강보험 역시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적시 공급 경영 논리를 따르면서 코로나19 발생 초기 커다란 문제에 직면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막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1일 워싱턴주 커클랜드의 요양시설 '라이프 케어 센터'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커클랜드=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막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1일 워싱턴주 커클랜드의 요양시설 '라이프 케어 센터'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커클랜드=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가 민주주의를 위협했다는 평가도 있다.

“감염병이 닥쳤을 때 개인의 권리와 공중보건의 필요성 사이에 긴장관계가 있다. 자유, 면허, 의무라는 세 가지 중요한 개념을 구분하지 못해 많은 중요한 문제가 혼란스러워졌다. 세 개념 중 어느 것도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하면 안 되고 항상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유도 절대적일 수 없고, 권리는 의무에 의해 제한되기도 한다. 공동체의 안녕과 생존을 위해 공동체 전체의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 공중보건 측면에서 당국의 합법적 명령에 따른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부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면허와 의무를 거부하는 것이고, 생존을 위한 공동체의 권위를 부정하는 일이다.

헝가리 벨라루스 폴란드 등에서는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이유로 공중보건을 가장해 권위주의 통제를 확대하기도 했고, 일부 권위주의 지도자들은 비상사태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보다는 흔들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공중보건 위기 대처에 무능함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트럼프가 한 예다.”

-코로나19는 인종 불평등, 외국인 혐오 문제도 드러냈다.

“감염병 역사에서 반복되는 주제 중 하나는 비극을 자연적인 사건이 아니라 악마의 음모로 생각해 비극을 설명하려는 시도다. 음모를 믿는 사람은 죄 있는 당사자를 찾아내 처벌하려 한다. 이것이 희생양과 마녀사냥의 길이다. 1347년 흑사병 발병 다음 해 이게 질병이 아니라 범죄라는 의견을 바탕으로 ‘유태인들이 유럽 전역에 걸쳐 우물을 중독시켜 기독교를 파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반(反)유태 폭력의 해일이 유럽을 휩쓸었다. 그 결과 위정자와 분노한 폭도가 유태인을 없애기 위해 힘을 합쳤고 이는 홀로코스트의 전조가 됐다.

에이즈 초기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동성애자 책임이라고 하면서 동성애 혐오가 급증했고,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은 서구에서 광범위한 반(反)아시아 정서를 낳았다. 이런 배경에서 코로나19가 음모이론과 국수주의 폭력을 일으킨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경제 불평등 심화도 문제였는데.

“코로나19는 국가 간, 국가 내에서 경제 불평등을 절대적으로 심화시켰다. 세계의 부유한 나라들은 여전히 제한된 공급물자를 대부분 독점하고 있고 효과적인 백신 개발은 이런 국제 격차를 더 심화시켰다. 동시에 이런 국가 내에서도 빈곤층과 소외계층이 가장 높은 고통과 사망률을 경험한 것은 물론 질병과 경제 봉쇄로 인한 불황 영향도 가장 컸다. 특히 여성의 경우 서비스업 같은 가장 피해가 컸던 분야에서 주로 일하고, 학교 폐쇄와 같은 정책도 여성들에게 (남성들과) 불균형한 영향을 끼쳤다.”

-국가 간 백신 공급 불평등도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의 교훈 중 하나는 전 세계가 같은 처지에 있다는 것이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주장하듯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남반구에 코로나19가 통제 불능 상황으로 퍼진다면 이 바이러스는 계속 진화할 것이고 더 쉽게 전염될 수 있다. 바이러스는 국경을 인식하지 못하며 더 많은 죽음이 선진국에도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백신 형평성을 달성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윤리와 함께 합리적인 자기 이익 (챙기기 측면에서도) 두 가지 모두의 이유로 중요한 정책이다.”

화이자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연합뉴스

화이자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점차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환자 수가 크게 줄고 예방접종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도구, 즉 백신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다른 모든 접근 방식을 포기하면서 불안감도 존재한다.

미국에서 코로나19에 승리를 선언하려는 경향에 나는 회의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문제고, 기존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도 아직 미지수다. 미국에는 또 백신을 맞지 않은 수백만 명이 있고, 코로나19는 단순히 한 나라 문제가 아닌 국제적 문제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수준에서 감염병이 통제되지 않는 한 미국은 안전하게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성급하게 조기 승리를 선언했다 (코로나19가) 급증한 나라도 많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단순히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사회가 팬데믹 경험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운 게 없다는 의미가 된다. 코로나19 이후 미래에도 다른 감염병의 도전이 뒤따를 게 분명하다. 더 이상의 비극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2020년에 그렇게 준비되지 못했던 취약지점을 이해하고 해결해야 한다. 의료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 부족, 광범위한 빈곤과 경제 격차, 환경 파괴, 국제 협력과 준비성 부족 같은 문제들을 모두 정확히 해야 한다. 단순히 이 경험을 잊는 것은 심각한 실수다.”

-우리가 되새겨야 할 교훈 하나를 꼽는다면.

“공중보건의 초점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와 모든 감염병은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은 화재다. 공중보건조직은 화염을 통제하고 진압하는 임무를 맡을 소방대다. 화재 발생 시 개별적으로 즉시 진화하는 것 이상으로 화재를 일으키는 점화 요인과 연료를 식별하고 제거하는 광범위한 작업도 공중보건조직이 수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2020ㆍ2021년에 드러난 4개의 위기, 즉 환경 파괴, 인구 과잉과 과밀, 불평등 증가, 바이러스에 대한 취약성은 서로 얽혀 있었다. 덜 오염되고, 인구가 덜 밀집되고, 경제적으로 덜 계층화되며, 팬데믹의 도전에 더 저항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회를 재구성하는 게 필요하다. (자족도시 개념을 강조한) ‘20분 도시’ 아이디어가 강력한 신호탄이 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11일 델라웨어주 뉴어크 크리스티아나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있다. 뉴어크=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11일 델라웨어주 뉴어크 크리스티아나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있다. 뉴어크=AP 뉴시스


프랭크 스노든 교수는 누구?

올해 75세인 스노든 교수는 1975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 이탈리아사, 파시즘, 사회사, 의료사가 주요 연구 분야다. 예일대에서 역사와 의료사를 가르쳤다. 14세기 흑사병(페스트)부터 최신 감염병까지 역사 속 인류의 대응과 실패를 되짚으며 공중보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감염병은 인간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0월 저서 ‘감염병과 사회’를 출간하면서 “20세기의 가장 큰 오류는 감염병 종식이 머지않았다는 믿음”이라고 지적했다. 몇 개월 뒤 중국,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 위협을 사전에 경고한 그의 통찰은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각광을 받았다. ‘감염병과 사회’는 지난해 12월 한국어판도 출간됐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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