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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백신 없나" 중국인 남편 조롱에 부부 파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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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백신 없나" 중국인 남편 조롱에 부부 파경 위기

입력
2021.06.07 14:20
수정
2021.06.07 15: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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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쉬시위안, 대만 조롱한 中 남편에 이혼 선언
中 전문가 "백신 접종 불안감이 결혼생활도 방해"
美·日 백신 지원에 中 "대만, 수교국에 백신 보내"
대만 "정치 음해" 반박...美 접종 엑소더스가 관건

대만 배우 쉬시위안(오른쪽)과 중국 사업가인 남편 왕샤오페이. 대만의 코로나19 백신 부족을 지적한 중국 남편의 조롱에 대만 아내는 5일 이혼을 선언했다. 오른쪽 사진은 3월 남편이 결혼 10주년을 맞아 사랑의 징표로 선물한 다이아몬드 반지. 웨이보 타이완뉴스 캡처

대만 배우 쉬시위안(오른쪽)과 중국 사업가인 남편 왕샤오페이. 대만의 코로나19 백신 부족을 지적한 중국 남편의 조롱에 대만 아내는 5일 이혼을 선언했다. 오른쪽 사진은 3월 남편이 결혼 10주년을 맞아 사랑의 징표로 선물한 다이아몬드 반지. 웨이보 타이완뉴스 캡처


“대만에 있는 가족들이 코로나 백신을 전혀 접종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수치스럽고 저속하다. 이것이 (중국과 대만의) 차이다.”

중국 사업가 왕샤오페이(汪小菲)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올린 글이다. 그러자 아내인 대만 배우 겸 가수 쉬시위안(徐熙媛)은 곧바로 “이혼 수속을 밟고 있다”고 빈과일보 등 대만 매체에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중국과 대만의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에 오면 월급 두 배”… 남편의 대만 조롱이 빚은 파경

대만 배우 쉬시위안의 남편 왕샤오페이가 5일 웨이보에 올린 글. "대만에 있는 가족들이 코로나 백신을 전혀 접종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수치스럽고 저속하다. 이것이 (중국과 대만의) 차이다"라고 적었다. 반면 중국에서의 사업은 번창하고 있다며 여러 장의 사진을 첨부했다. 웨이보 캡처

대만 배우 쉬시위안의 남편 왕샤오페이가 5일 웨이보에 올린 글. "대만에 있는 가족들이 코로나 백신을 전혀 접종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수치스럽고 저속하다. 이것이 (중국과 대만의) 차이다"라고 적었다. 반면 중국에서의 사업은 번창하고 있다며 여러 장의 사진을 첨부했다. 웨이보 캡처

타이완 뉴스 등 대만 매체들은 주변 지인들을 인용, “부부는 정치적 견해가 서로 달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파국으로 치달을 정도는 아니었다. 남편은 올해 3월 아내에게 선물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공개하며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둘 사이를 가른 결정타는 남편의 조롱이었다. 왕씨는 웨이보에 “중국 본토 매장은 10개로 늘어 사업이 번창하는 반면 대만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에 오면 두 배 월급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 논란으로 비화하자 쉬씨의 모친은 7일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딸이 홧김에 말한 것이라 진정시키고 있다”면서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부부가 이혼은 피할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반면 중국 여론은 “대만이 백신 공급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우월성을 부각시키는 데 여념이 없다. 셩지우위안(盛九元) 상하이 사회과학원 대만연구센터 주임은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양안 관계와 결혼생활까지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中 “백신 없다더니 수교국 지원”, 대만 “정치공세 음해” 반박

미군 전략수송기 C-17을 타고 6일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한 미 상원의원들이 우자오셰(오른쪽 두 번째) 대만 외교부장(장관)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타이베이=AP 뉴시스

미군 전략수송기 C-17을 타고 6일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한 미 상원의원들이 우자오셰(오른쪽 두 번째) 대만 외교부장(장관)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타이베이=AP 뉴시스

백신이 촉발한 감정싸움은 정부 간 공방으로 번졌다. 대만이 일본(124만 회분)과 미국(75만 회분)에서 백신을 지원받기로 하자 중국이 시비를 걸었다. 환구시보는 6일 “대만인이 접종할 백신 30만 회분을 중남미 온두라스와 파라과이에 보낼 것”이라며 비판했다. 양국은 전 세계 15개에 불과한 대만의 수교국으로, 백신 부족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과 관계 개선을 저울질하고 있다.

대만은 발끈했다. 어우장안(歐江安) 외교부 대변인은 “백신을 정치도구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 공산당은 관영 매체를 통해 거짓말을 쏟아내 대만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전날 미 상원의원 3명이 전략수송기 C-17을 타고 대만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치고받았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트위터에 “우리 국가와 우리의 건강, 우리의 역할을 강력하게 지원한 것에 감사하다”며 공동의 가치와 파트너십을 강조하자, 중국 매체와 전문가들은 “차이 정권이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과의 대립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뤼샹(呂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이 백신 제공을 가장해 대만에 군용기와 상원의원들을 보낸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심각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대만인 “백신 맞으러 미국으로”…열기 잦아들까

차이잉원(오른쪽 두 번째) 총통이 6일 대만을 방문한 세 명의 미국 상원의원을 접견하고 있다. 타이베이=EPA 연합뉴스

차이잉원(오른쪽 두 번째) 총통이 6일 대만을 방문한 세 명의 미국 상원의원을 접견하고 있다. 타이베이=EPA 연합뉴스

대만 이민국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대만에서 미국으로 향한 인원은 4월 5,946명에서 5월 8,346명으로 40% 증가했다. 대만 에바항공은 로스앤젤레스 항공편을 두 배로 늘렸지만 항공권 가격(이코노미석 기준)은 7만 대만달러(약 281만 원)로 평소보다 세 배 넘게 올랐다. 대만 부유층은 750만 대만달러(약 3억 원)를 들여 전세기로 날아가지만 이마저도 7월 말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이 같은 ‘탈출’ 행렬이 끊이지 않는 한 대만은 백신을 쥐고 흔드는 중국의 비아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이다. 대만 인구(2,400만 명)를 감안하면 미국과 일본 지원 백신만으로는 접종이 충분치 않다. 중국은 본토로 건너온 대만인 대상 무료 접종을 두 달째 시행하면서 “대만에서는 월평균 수입의 18%인 7,000대만달러(약 28만 원)를 내야 백신을 맞을 수 있다”며 으스대고 있다.

일단 차이 총통은 “모든 대만인에게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것”이라며 불안감을 달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대만의 코로나19 사망자는 5일 37명, 6일 36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규 감염자는 476명(5일)에서 335명(6일)으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세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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