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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간부들 성추행 숨긴 이유 "코로나19 방역 위반 드러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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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간부들 성추행 숨긴 이유 "코로나19 방역 위반 드러날까 봐"

입력
2021.06.07 13:00
수정
2021.06.07 14:10
0 0

사망한 성추행 피해 부사관 대리인 김정환 변호사
"사건, 은폐 주도 간부 지인 개업식에 참석해 발생"
"국선변호인, 도움 제대로 안 줘 고발"
"피해자, 여러 차례 강제추행 문제제기 못 해"

6일 오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에서 이 중사의 지인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에서 이 중사의 지인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내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 피해자 이모 중사의 유족을 대리하는 김정환 변호사는 사건이 발생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의 간부들이 해당 사건을 은폐하려 시도한 이유 중 하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회식이 금지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회식에 피해자를 동원한 상황을 지목했다.

회식 참석자들이 방역수칙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까 두려워 성추행 문제제기조차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 같은 경우 (2차 가해가) 아주 죄질이 안 좋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2차 가해가 모두 이뤄졌기 때문에 이 사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데에는 이러한 2차 가해가 큰 원인이 되었을 거라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회식 참석자들 피해 본다'며..."상상초월 2차 가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7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김 변호사는, 피해자 이 중사가 가해자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날 '문제의 회식' 상황이 "군 내부의 단합을 위한 회식 자리거나 공식적인 회식 자리가 아니고, 지금 이 사건의 은폐에 깊이 관여된 간부의 지인이 개업식을 한다고 해서 회식이 이뤄졌던 것"이라며 "(피해자는 해당 자리에) 근무를 바꿔 가면서까지 동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간부들이 코로나19 시국에 징계가 두려워 은폐를 시도했다는 지적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지금 만 하루 이상 회유가 지속됐다는 걸 봤을 때, 군 기강 자체에 문제가 생길까 봐 아마 그렇게 회유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날 KBS 방송사가 입수해 공개한 피해자 이 중사 남편의 진술서에 따르면 20전비 부대 상관인 노모 상사, 노모 준위 등은 문제가 불거지면 회식 참석자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협박하며 가해자 장 중사와 마주치지 않게 하겠다고 이 중사를 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사의 남편 또한 회유의 대상이었다. 김 변호사는 "(군 간부 측에서) 가해자의 인생, 가해자가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가해자의 인생이 불쌍하지 않느냐, 이런 류의 내용으로 용서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도, 국선변호인도... "석연찮아"

4일 오전 충남 계룡대 정문. 뉴스1

4일 오전 충남 계룡대 정문. 뉴스1

김정환 변호사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사건 후 군 수사 당국의 조치도 엉망이었다. 김 변호사는 우선 성추행 사건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사건 목격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성추행이 발생했을 당시 차량 운전자인 부사관은 유일한 목격자이지만 군사 경찰에 사건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 진술이 없는 상황에서 양자 간 주장이 극명히 엇갈리는 상황이라 공모 혹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정황이 될 수 있다.

차량 내 상황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블랙박스 또한 유족 측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차량 내 블랙박스가 존재한 만큼 무조건 범행을 밝히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면서 "목격자 진술이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또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장 중사의 휴대전화 역시 제때 확보하지 않았다.

군 검찰 측은 압수수색 영장은 받아 놨는데 피의자가 출석해서 임의제출할 때 받았고 영장을 집행하진 않았다고 했지만, 김 변호사는 "영장을 받아놓은 시간부터 임의제출할 때까지의 시간차가 있는데, 그때 충분히 증거 인멸을 할 만한 우려가 있었고, 그런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족 측은 최초에 이 중사를 대리한 국선변호인 또한 고소할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유족들 입장에서는 국선변호인이 피해자와 관련한 여러 가지 조력을 정상적으로 했었다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법률검토를 했을 때 충분히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추가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면담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전화 통화도 두 차례에 불과한데, 그 부분 관련해서도 피해자 조사의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서 닿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과연 피해자가 어떠한 도움을 받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도 있다... 1년여 동안 강제추행 문제제기 못해"

정의당 충남도당과 충남지역 50여 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4일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이 발생한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앞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고인을 애도하는 뜻으로 정문에 국화를 꽂고 있다. 서산=연합뉴스

정의당 충남도당과 충남지역 50여 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4일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이 발생한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앞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고인을 애도하는 뜻으로 정문에 국화를 꽂고 있다. 서산=연합뉴스

현재 유족 측은 이 중사 직속 상관 3명을 고소했다. 이 가운데 1명은 다른 자리에서도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변호사는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이 사건 회유에 가담한 인원들부터 시작해 1년여에 걸쳐서 여러 번 강제추행이 있었고, 피해자가 그것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걸 보고 그걸 답습해서 추행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뒤늦게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김 변호사는 "검찰단에서 철저히 수사해 줄 거라고 믿고 있다"면서도 "증거 확보 부분에서부터 철저하게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군사경찰만 관련해서 초동 수사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고 있는데, 수색의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고 조금 더 폭넓게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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