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각지에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7곳을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북한이 호응하면 곧바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할 수 있도록 미리 필요한 준비를 해놓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이후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북한을 향해 재차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통일부는 3일 제321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증설에 남북협력기금 11억8,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의 주목할만한 성과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추진을 지원키로 한 것"이라며 "90세 이상 초고령 이산가족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한순간도 잊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고령 이산가족의 이동 편의성과 감염병 상황에서의 안전한 상봉을 고려해 상봉장 증설을 결정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대상 지역은 △경기 의정부 △강원 강릉·원주 △충북 청주 △충남 홍성 △경북 안동 △전북 전주 등 7곳이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전달하지 못하고 2년간 보관해온 북측 상봉장 설치 지원 물품도 이번 공사에 활용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보관 기간이 길어질수록 성능 저하 등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일단 국내용으로 돌려 쓰고, 추후 북한과 협의가 진전되면 다시 구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7곳의 추가 상봉장이 8월 완공되면 국내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은 총 20곳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대화와 협력 재개를 위한 긍정적 여건이 조성됐다고 보고,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장관은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준비 등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면서 남북관계의 조속한 복원을 위해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 또한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보다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정상화 등 남북 간 경협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 장관은 지난 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만나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오는 4일과 9일에도 금강산 골프장 건설에 참여한 아난티그룹의 이중명 회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과 면담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다만 정부의 대화 재개 노력에도 북측이 호응하지 않으면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