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재용, 아버지와 닮은 궤적...'삼성 총수 부재' 족쇄 푸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재용, 아버지와 닮은 궤적...'삼성 총수 부재' 족쇄 푸나

입력
2021.06.03 04:30
3면
0 0

문 대통령, 李 사면에 "국민 공감 많다"
멈췄던 삼성 경영시계 재가동 기대
미중 무역분쟁·車 반도체 품귀 상황
경쟁사들, 이미 천문학적 투자 계획 중

2020년 10월 14일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0월 14일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이 무르익고 있다. 당초 "검토한 적 없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던 청와대 기류가 눈에 띄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4대 그룹 대표가 가진 오찬에서도 읽혔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에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며 "지금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의 의중이 사실상 이 부회장 사면에 실린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 사면이 확정될 경우,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과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회장은 2009년 '동계올림픽 유치'란 사명을 부여받고 단독으로 특별 사면됐고 이후 성공적 임무 수행과 함께 경영일선에 복귀한 바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1년 7월 7일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올림픽 유치가 발표되자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1년 7월 7일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올림픽 유치가 발표되자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전쟁' 전략 수립 역할 필요

이 회장은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았지만 4개월 만인 2009년 12월 31일 특별 사면됐다. 이유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였다. 이미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던 우리나라 입장에선 폭넓은 해외 인맥을 가진 이 회장의 역할이 절실했다.

18개월 동안 이 회장은 총 170일간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를 설득했다. 이 회장의 노력 덕에 우리나라는 결국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따냈다.

이 부회장에게 '부친의 올림픽'은 반도체다. 현재 글로벌 화두인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의 전략 수립을 이 부회장이 감당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이미 세계 각국이 반도체 전쟁에 참전한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에서 절대적인 부분을 책임진 반도체에 대한 미래 청사진 제시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 부회장은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까지 1위가 되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이 부회장이 사면으로 경영활동에 복귀할 경우 삼성전자는 곧바로 대규모 투자 및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5년간 대형 M&A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연초보단 나아지긴 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코로나19 백신에 목마른 상태다. 재계에서도 수차례 이 부회장에게 '백신특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것처럼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수 부재에 멈췄던 대규모 투자·M&A, 재개될 것"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도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진 않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로 인해 대규모 투자 결정 등 정상적인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미·중 무역갈등과 함께 세계 주요국들이 반도체를 두고 패권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발빠른 결정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경쟁사들은 올해 초 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 가운데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놓으며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추격해야 하는 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 1위인 대만 TSMC는 올해 280억 달러(약 31조 1,600억 원)를 포함해 향후 3년간 시설투자에 1,000억 달러(약 111조 3,000억 원)를 집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지으려던 공장을 애초 1개에서 6개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왕국' 인텔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 달러(약 22조 2,600억 원)를 들여 파운드리 사업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선 아직까지 최종적으로 결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순 없다"면서도 "이 부회장이 사면된다면 국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