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7월부터 '1차 접종자→노마스크' 시행 계획
전문가들 "마스크 없는 일상 좀 빠른 감 없지 않아"
"백신 접종해도 공공장소서 꼭 마스크 착용 필요"
면 마스크 아닌 비말 차단 덴탈 마스크도 괜찮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인센티브 도입을 발표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걱정이 여전합니다.
지난달 26일 정부는 백신 1차 접종자에 한해 7월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어요. 야외에서는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고, 1차 접종이라도 예방 접종을 받았을 경우에는 타인으로의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죠.
하지만 여론은 설왕설래 중입니다. 노마스크 지침이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도움이 될 것이란 옹호가 있는 반면 자칫 방역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죠.
특히 온라인에서는 "지금도 거리에 노마스크가 많은데 7월이 되면 어떤 상황이 될지 두렵다", "아이들을 위한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노마스크로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너무 불안하다" 등 일부의 노마스크가 긴장감 해이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습니다.
1차 접종자 '노마스크', 안심해도 될까
백신을 맞으면 보호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지난달 29일에도 2차 접종까지 마친 요양보호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도 있었죠. 이를 포함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4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에 감염되는 '돌파감염' 사례로 보고됐습니다.
원칙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접종되는 백신들은 2회 접종을 받아야 완전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백신의 효과는 1차 접종에서 바이러스로부터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항체를 생성하고 2차 접종을 통해 더 강한 면역을 얻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2차 접종을 받지 않으면 일정 기간 뒤 항체가 사라져 백신의 효과가 줄어들죠.
2차 접종을 마치고도 감염이 되는 '돌파감염' 사례가 나오는 상황에서 1차 접종을 한 상황이라면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변이 바이러스 문제도 있습니다. 인도, 브라질 등에서 유입된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확산세가 빠를 가능성이 있고, 백신의 효과를 저해할 유려도 있어요.
실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달 16일부터 22일까지 분석한 신규 확진자 가운데 18.1%인 777명을 대상으로 변이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277명에게서 변이가 확인됐습니다. 35.6%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다수 전문가들이 1차 접종자의 노마스크 인센티브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죠.
해외 '노마스크' 지침, 어디까지 왔나?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요. 백신 보급과 접종을 일찍부터 서둘렀던 미국 등 일부 국가들 역시 마스크 착용 규정을 완화하는 추세입니다.
다만 백신을 완료한 사람에 한해서 노마스크를 허용했다는 점이 우리와 다릅니다. 접종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들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 내에선 백신 접종을 두 차례 모두 완료한 사람은 버스와 병원을 제외한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접종자를 구별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여전히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지침을 유지하고 있는 주가 많죠.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영국과 이스라엘에서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습니다. 이 경우 역시 백신 접종을 두 차례 마친 사람만 해당됩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각국의 마스크 의무 해제 움직임에 대해 '백신이 감염 예방에 100% 효과적인 것은 아니고,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요약하면 백신 접종이 상당히 진행된 일부 국가들에서는 2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을 대상으로 노마스크 정책을 시작했지만 전문가들은 백신의 한계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이유로 신중론을 펴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1차 백신 접종률은 3일 기준 전 국민 대비 13.1%입니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비율은 4.3% 수준입니다. 다만 보건당국은 7월이 되면 전 국민의 25%가 1차 접종을 완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어요. 국민 4명 중 1명이 1차 접종을 했지만 나머지 3명은 여전히 전파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죠.
전문가, "접종해도 마스크 쓰기 등 생활방역 필수"
감염병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이 10%를 넘는 수준에서 마스크 없는 일상을 계획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읍니다. 예방접종 완료가 아닌 1차 접종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단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죠. 미착용자를 대상으로 접종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말입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등 생활방역 수칙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2차가 아닌 1차 접종으로 노마스크를 허용하는 나라는 선진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접종률이 낮은 상황과 확진자 3명 중 1명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점을 감안하면 노마스크 지침은 전문가 입장에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원석 고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실외라는 것이 산이나 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 1차 접종만 한 상황에서는 접종 효과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며 "전문가들이 권고할 때까지 마스크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스크, 종류보단 지속력이 중요해"
결국 상당한 접종률에 도달할 때까지 코로나19 확산 이후 써 온 마스크 착용을 계속해서 지켜야 한다는 얘깁니다.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1차 접종자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등 생활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개인·집단별로 방역 수준이 달라진 데다, 무더운 여름철이 다가오는 상황. 이 대목에서 어떤 마스크를 써야 하느냐는 물음도 생깁니다.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마스크는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높은 KF-80, KF-94, 여름철 마스크 착용 부담을 덜기 위해 만들어진 KF-AD(비말 차단용 마스크), 수술용 마스크 등입니다.
감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한 마스크를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됩니다.
밀폐, 밀집 지역 등 감염 위험이 높은 곳이나 기침이나 발열 등 증상이 있는 경우는 KF-80, KF-94 마스크 착용이 권장되지만 차단 효과 외에 마스크 착용 지속성 등을 감안하면 일상생활에서 KF-AD 마스크나 덴탈마스크를 써도 무방하다는 얘깁니다. 각자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만으로 감염 차단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최원석 교수는 "특정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고 고집하기보다 마스크를 꾸준히 쓰고 있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면 마스크만 아니라면 식약처 허가를 받은 마스크 중 어떤 마스크를 써도 무방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1차 백신을 맞은 분들이라도 집단면역에 이를 때까지는 개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꼭 착용하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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