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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친해지세요,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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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친해지세요,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겁니다”

입력
2021.06.03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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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언어' 저자??데이비드 앨런 시블리
감수자 이원영 박사 연구원 인터뷰

'새의 언어' 저자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 윌북 제공

'새의 언어' 저자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 윌북 제공

미국의 대표적인 조류 관찰자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60)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새 덕후다. 조류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일곱 살 때부터 새를 쫓아 다닌 덕분에 지금까지 3,000여 종의 새를 만났다. 그가 새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방법은 ‘그림’이다. 새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날갯짓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시블리의 생생한 조류도감에 전 세계 탐조 팬들은 열광한다. 펭귄박사로 잘 알려져 있는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도 그중 한 명. 두 사람은 4월 출간한 ‘새의 언어’(윌북) 책의 저자, 감수자로 인연을 맺었다. 새는 평생의 친구이자, 인생의 스승이라며 새 예찬론을 펼치는 두 사람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캘리포니아 덤불어치'의 모습. 어치는 먹이를 숨기는 데 전문가다. 대개 땅에 작은 구멍을 파고 그 속에 먹이를 넣은 다음 나뭇잎이나 작은 돌을 덮어 숨기는데 어치 특유의 비범한 기억력과 길찾기 능력으로 숨겨둔 먹이의 위치를 다 찾아낸다고 한다. 윌북 제공

'캘리포니아 덤불어치'의 모습. 어치는 먹이를 숨기는 데 전문가다. 대개 땅에 작은 구멍을 파고 그 속에 먹이를 넣은 다음 나뭇잎이나 작은 돌을 덮어 숨기는데 어치 특유의 비범한 기억력과 길찾기 능력으로 숨겨둔 먹이의 위치를 다 찾아낸다고 한다. 윌북 제공

먼저 팩트 체크부터. 우리와 비슷하게 영어권에서도 머리 나쁜 사람을 ‘새대가리(bird brain)라고 놀리는 표현이 있다. 새의 지능이 낮다는 편견에서 나온 말인데 새들이 알면 무척 억울해 할 일이다. 50년 동안 새를 관찰해온 시블리는 “새의 뇌 공간은 인간보다 작지만, 더 많은 뉴런이 존재한다”며 “정말이지 매우 모욕적인 말”이라고 펄쩍 뛰었다.

“어떤 사람들은 새가 본능에 따라 좀비처럼 행동하는 무리라고 여기지만, 모든 새에겐 자의식이 있어서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저마다의 목표에 맞춰 전략적으로 행동합니다.” 학습 능력, 공간 기억력 등이 특히 뛰어난데 어치와 까마귀의 경우 다섯 살 아이 못지않은 이해 수준으로 난해한 퍼즐도 풀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새는 만족감, 불안, 자부심 등의 감정도 풍부하다. 그는 새들의 독특한 표정과 미묘한 동작과 자세에서 이런 변화를 포착한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오현태 작가 촬영. 윌북 제공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오현태 작가 촬영. 윌북 제공

이원영 연구원은 새의 매력은 ‘새로움’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아침 출근길에 보는 까치, 참새라 할지라도 똑같은 행동을 매일 반복하지 않더라고요.” 오랜 시간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저마다의 독특한 생활방식을 만들어온 새의 생애를 관찰하며 이 연구원은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새가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는 문제는 퍼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해요. 어떤 건 쉽게 풀리기도, 어렵기도 하지요. 끝없이 몰입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기도, 훨씬 위대한 세계로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시블리) 그러려면 새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시블리는 각자의 집 뒷마당에 새들이 둥지를 짓고 지낼 안전한 공간을 허락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퀘이커 앵무'의 모습. 세계 곳곳에서 많은 종의 앵무새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어린 앵무새들을 애완용으로 팔기 위해 둥지를 찾아 습격하는 일이 자행되면서다. 윌북 제공

'퀘이커 앵무'의 모습. 세계 곳곳에서 많은 종의 앵무새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어린 앵무새들을 애완용으로 팔기 위해 둥지를 찾아 습격하는 일이 자행되면서다. 윌북 제공

이 연구원도 동의했다. “요즘 도심 속 까치가 전신주에 둥지를 트는 과정에서 전력사고를 많이 일으키다 보니 까치 번식철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둥지를 없앤다고 들었어요. 그보다는 까치가 둥지를 틀 만한 나무가 많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새와 인간 모두에게 훨씬 더 효과적이고 이로운 일 아닐까요.” (이원영)

두 사람은 새를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할수록, 인간의 삶은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 단언했다. 머리를 식히고자 잠시 머문 공원에서 들리는 새소리에 안식과 차분함을 느껴본 이들이라면, 두 사람의 말이 허풍이 아님을 알 것이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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