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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저하 막을 히든카드로 떠오른 '이민 확대'

입력
2021.05.29 04:3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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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진국, 인국 문제 대응 위해 이민정책 적극 활용
일본은 민족주의 장벽 높아 실패
인구 감소국 한국도, 이민 문호 넓혀야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 에 3주 단위로 토요일 연재합니다.


지난 12일 경기도 시흥시청에서 열린 '법무부-시흥시가 함께하는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귀화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2일 경기도 시흥시청에서 열린 '법무부-시흥시가 함께하는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귀화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인구 위한 이민? 노동 수입과 영구 정주의 엇박자

출산 반등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줄어드는 인구를 즉시 회복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정책당국은 이민카드를 자주 거론한다.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이민정책까지 꺼내려는 것은 ‘인구 감소=잠재 위기’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 등식이 꼭 맞는지 논란도 여전하다. ‘인구 증가=유효수요=생산능력’이 유효할지에 대해 생각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맞을지 몰라도 현재는 더는 ‘인구=국력’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반면 인구는 중대한 생산·소비 주체로 건강한 사회 유지를 위해서는 공급 확대가 절실하다는 논리도 있다. 다만 고려 변수가 많아 인구만으로 사회전체의 성장·번영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시·방치할 수도 없다.

사회 흥망과 인구 변화는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다. 국제유입의 유효성과 부작용을 넘어 이민카드의 확대 적용이 세계적인 표준정책이란 점도 고려 대상으로 편입된다.

인구 감소에 맞선 세계표준의 룰 ‘이민 확대’

선진국은 자연 감소를 이겨낼 유력한 인구공급망으로 나라 밖에서의 이민 확대를 선택했다. 인구 증가·사회 유지에 긍정적인 우수자원을 자국사회에 흡수하고자 경쟁적인 이민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난민·불법이민과는 별개로 건강한 사회버팀목이 될 정주예비자라면 매력적인 러브콜을 날린다.

경쟁도 뜨겁다. 자격 요건만 충족되면 다양한 루트·지원을 통해 손쉬운 정착을 돕는다. 미국·호주·캐나다 등 전통적인 이민국가부터 서유럽까지 뛰어들었다. 국제판 인구쟁탈전인 셈이다.

선진국의 이민 확대는 인도주의보다 실리주의에 가깝다. 인구 감소 파고에 맞선 경제적 지속 가능성이 출발점이다. 미국·유럽 등 다민족·다인종 포용정책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이유다. 진입 문턱을 낮추면 인구절벽은 완화된다. 그만큼 매력적인 카드다.

미국은 이민천국이다. 원류부터 이민국가였으니 사회 발전은 이민사와 맥이 닿는다. 미국 인구(3억3,145만 명) 중 이민인구는 14%(4,640만 명) 수준이다. 2011~15년의 평균치 이민정책을 적용하면 2060년까지 1억2,700만 명이 더 는다.

반면 이민을 막으면 2035년 총인구는 감소한다(美센서스국). 단순이민자만 연 140만 명이니 그럴 만하다. 개도국보다 높은 인구증가율은 30~40년에 걸친 왕성한 이민행렬 덕이다. 인구증가율의 40%는 이민효과로 보인다. 단 최근 좀 달라졌다. 2010~20년 7.4% 늘었는데, 이는 2차 대전 이후 최저치다(국세조사·2020년). 이전의 10년 단위 과거결과는 13.1%, 9.7%였다. 출산 저하와 이민 감소의 이중충격이 컸다. 히스패닉계를 필두로 한 이민 감소가 한몫했다.

이민인구의 높은 출산 경향도 포인트다. 부자·고학력일수록 저출산이라 미국 출산의 상당지분은 이민인구가 맡는다. 다만 최근 주민·이민 출산율은 동시다발 하락세다. 외국태생 이민여성의 출산율은 더 낮다. 2019년 출산율은 1.76명인데, 이민(2.02명)과 주민(1.69명)의 격차가 벌어졌다.

이민출산조차 인구유지선(2.1명)을 깼다. 2008년은 각각 2.75명, 2.07명이었다. 10년간 주민출산은 0.38명 줄어들었는데, 이민출산은 0.73명으로 더 감소했다. 이민에 적대적이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코로나19의 확대가 컸던 걸로 추정된다. 출산 감소를 볼 때 이민 증가가 인구 유지에 도움이 안 되니 더 제한하자는 논리로도 활용된다.

서구와 다른 일본적 반면교사 ‘민족주의 장벽’

미국만이 아니다. 저성장·인구병을 타개하는 ‘이민 확대→인구 유지’ 셈법은 서구사회의 공통 경험이다. 적어도 경제적 효능감과 탁월성은 공감된다. 다만 민족주의와 핏줄의식이 강한 한중일은 사뭇 다르다.

상징 사례가 일본이다. 오죽 반감이 심해 이민정책이란 말 자체를 삼간다. 재류자격 확대정책 정도로 순화(?)된다. 이민정책은 유야무야의 반복이다. 2000년 ‘21세기 일본구상’에서 많은 외국인을 받자 했지만, 총리 교체 후 이슈는 사라졌다. 2008년 인구 감소 기록 이후 자민당에서 ‘이민입국’을 내놨으나, 역시 없던 일로 치부됐다. 그럼에도 이민실리는 일본행을 늘린다. 일본의 체류외국인은 288만 명으로 8년 연속 늘었다(2020년 6월). 다만 비중은 총인구의 2.24%로 5%에 근접한 한국의 절반이하다. 이민을 둘러싼 배타성은 공고하다. 이민을 국민·이웃으로 보기보다 단순한 수입노동자로 여기니 정주 개선보다 체류와 노동만 강조한다. 언어·문화·관습의 차이를 거부하는 폐쇄성이 상당하다. 외부자로 배제하니 차별은 자연스럽다.

열도개방론(列島開放論)으로 불리던 일본의 이민정책은 실패에 가깝다. 전문직의 외국인 동료라도 예외는 아니다. 밖(소토·外)과 안(우치·?)을 구분하는 독특한 분리문화 탓이다. 일자리를 뺏는다는 볼멘소리부터 치안대국의 범죄 급증을 염려하는 구체론까지 있다. 그럼에도 혁명적 이민정책 외에는 일하는 젊은 인구를 보충할 수 없다는 위기감은 거세다. 쇄국을 개국으로 전환할 마지막 기회라고 설득한다. 기대처럼 될지는 미지수다. 경직·보수적인 일본문화와 갈등·위협적인 이민현실은 부딪힐 수밖에 없다.

4월 28일 워싱턴DC에서 이민 개혁 지지자들이 미등록 이민자에 대한 시민권 취득과 구금 및 추방 중단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28일 워싱턴DC에서 이민 개혁 지지자들이 미등록 이민자에 대한 시민권 취득과 구금 및 추방 중단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 수입→영구 정주’로 인식 바꿔야

한국의 인구 감소는 최고령사회인 일본보다 급경사다. 출산율(0.84명)은열도침몰론의 일본(1.37명)보다 턱없이 낮다(2020년). 이 때문에 이민정책은 강력한 유인체계로 부각된다. 상당한 기대효과가 대전제다. 2019년부터 자연감소에도 총인구가 증가한 건 국제 유입 때문이다. 240만 명까지 늘어난 체류외국인의 파워다. 향후 20년에 걸친 1,700만(1955~75년생) 생산가능인구의 퇴장행렬(연평균 ±85만명)을 메워줄 잠재그룹으로 인식된다.

물론 필요하다고 채택·확대되지는 않는다.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갈등은 강렬하게 부딪힌다. 그만큼 이민정책은 공론화가 어렵다. 실제로도 이민정책은 폐쇄·보수적이다. 기대효과만큼 예상 갈등에 민감하다. 검열적 회피 성향이 발휘돼 답보상태를 반복한다. 이슈 때마다 조금씩 제도는 바뀌나,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다. 선제적인 과감한 정책 실행보다 소극행정발 부처의제에 그친다. 일본과 꽤 닮았다. 순혈주의적 민족의식이 낳은 짙은 배제감이다. 체류외국인 다수는 이방인 신세다.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다문화가정을 필두로 이민 2세는 부모와 달리 한국인임을 당연히 여기나, 외부시선은 따갑기 그지없다. 빈곤의 재생산에 따른 사회비용은 물론 이민투표가 정치 지형을 바꿀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이민 관련 찬반 갈등은 오해와 착각에서 비롯된다. 대부분 이민정책을 영구 정주보다 노동 수입으로 해석해서다. 인구 유지를 위한 수단(노동 수입)과 지향(영구 정주)을 분리해 바라본 결과다. 서구는 ‘노동 수입=영구 정주’가 일반적이나, 한국은 그렇잖다. 이 때문에 잠깐 머물다 돌아갈 사람에 방점을 찍는다. ‘이민정책=노동 수입’의 선입견이다.

이민은 원래 그렇지 않다. 타국이지만 뼈를 묻을 의지와 능력을 중시한다. 이기적 이민정책이나, 조건 완비라면 색안경을 벗어버린다. 전문인력은 특히 반긴다. 반면 한국은 고급인재일지언정 단기체류가 많다. 중요한 건 배타적 노동 수입을 넘어 융합적 영구 정주를 위한 이민정책의 수립·실천일 수밖에 없다. 이민이 일자리를 뺏는다는 가설도 감정론일 따름이다.

선행연구를 종합하면 이민발 고용 경합은 거의 없다. 일자리 자체가 달라서다. 줄어드는 일자리는 이민이 아닌 기술·혁신일 확률이 높다. 역으로 이민으로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분석까지 있다. 세금 낭비도 마찬가지로 이민 덕에 재정이 좋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은 현역이민의 경제활동에 비례하는 까닭이다. 이민카드가 유효하다면 이런 착각 해소·갈등 저감부터 노력하는 게 타당하다. 인식과 현실의 괴리가 만든 엇박자를 해소하는 게 먼저다. 인구 규모를 유지하며 늙음 속도를 조절하는 사회는 이민 확대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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