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래 반장 "완제품 생산, 기술 이전에도 도움"
이재갑 교수 "다음 팬데믹 대응 노하우도 확보"
미국 백신 공여는 저소득 국가 우선일 듯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mRNA 백신의 완제품을 국내에서 위탁 생산하게 됐음에도 당장의 백신 수급에는 의미가 없고 핵심 기술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와 전문가는 국내에서 완제 생산을 하는 것이 앞으로 국내 백신 공급에 유리해질 뿐 아니라 기술 이전과 향후 mRNA 백신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반장은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분기부터 모더나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완제(병입) 충전 공정을 담당하게 된 것이 "무균 공정이나 혹은 제조 품질을 유지하는 등의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해야만 가능한 것"이라면서 "완제 생산 같은 경우 제대로 할 수 있는 나라들이 소수"라고 설명했다.
또 백신 완제품이 국내에서 나오면 백신 수급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손 반장은 "국내에서 수억 회분의 완제품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우선 공급받는다든지 혹은 배달을 하고 공급받는 효율성 측면에서 굉장히 유리한 점들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억 회분의 모더나 백신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에 공급 계약이 체결된 4,000만 회분의 백신과는 별개일 수 있다. 하지만 생산 기반이 마련되면 해외로부터 백신 완제품 자체를 직접 들여오지 않아도 바로 국내에서 생산된 백신을 공급할 수 있고 전체 생산량을 파악하기도 쉬워진다.
같은 날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일단은 완제품이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 자체가 제일 중요한 의미"라며 "전 공정을 다 만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병입부터 들여와서 국내 공급을 최대한 빨리 당길 수 있게 한 실리적 선택"이라고 봤다.
더 나아가 전체 생산 공정 및 기술 이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손 반장은 "(최종 생산 과정에서) 끝까지 백신의 품질을 관리하고 있어야 하기 떄문에, 품질상 문제가 없는지 다양한 공정 확인을 거치게 되는데 이를 통해 기술적 이전이 일어나게 된다"고 했다.
이 교수도 "(한국) 국립보건연구원과 모더나사가 연구·개발 협력을 맺기로 했는데, 중·장기적인 부분에 있어서 mRNA 백신 개발은 연구·개발 형식으로 습득하고, 공정을 먼저 개발해서 국내에 빨리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고 보면 되겠다"고 했다.
백신 스와프 안 된 이유? "한국 여건 좋아 저소득 국가 먼저"
이렇게 국내 코로나19 백신의 생산 기반을 확충하게 됐지만, 백신 스와프 등 당장의 백신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은 실현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이 해외에 백신 8,000만 명분을 공여하기로 했지만, 우선 백신 공급이 훨씬 곤란한 중·후진국에 먼저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영래 반장은 "세계적으로 백신 급한 나라가 굉장히 많은데, 이에 비해 한국의 상황이 그렇게 열악하지는 않아 한국을 먼저 지원할 타당성이 떨어졌던 측면들이 있다"고 했다. 또 "국내 공급의 경우 상반기 1,300만 명 접종을 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해 큰 차질이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은 한국군 55만 명에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갑 교수는 "(백신을 한국에 공여하기엔) 저소득 국가의 상황이 너무 안 좋은 상황"이라며 "미국이 일단 한국에 성의 표시는 해야 하는 상황이라 한국군에 주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55만 명분이 들어오면 군에 배치돼 있던 물량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상반기 백신 접종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반장은 "백신 공급 문제는 내년까지도 세계적 논쟁거리가 될 텐데, 한국과 미국이 이 문제에 공동의 대응을 하기로 한 것"이라며 "국제적인 차원에서 백신의 공급능력을 배가할 수 있는 역량 측면에서 한국의 역할이 앞으로 굉장히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는 별개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은 이르면 당장 이달부터 공급이 시작된다.
이 교수는 "5월 말부터 소량이 들어오는 것으로 들었다"며 "2분기에 소량 접종하기 시작해서 3분기부터는 국내 생산이든 외국에서 도입이 되든 간에 국내접종에서 주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더나 백신 이상 반응은 화이자 백신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기술협력, 추후 팬데믹 대응·백신개발 효과 기대
이재갑 교수는 한국 국립감염병연구소와 미국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H)가 연구협력을 추진하게 된 것을 두고 "향후 신종 감염병 대응과 치료제, 백신 개발 등의 노하우를 전수받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IH는 지난해부터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담당해 온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이끌고 있는 조직이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개발된 많은 코로나 백신에 대해 NIH가 개입한 연구가 상당히 많고, 치료제 개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허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립감염병연구소가 지난해 9월 설립돼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NIH를) 벤치마킹할 수 있고, 이번 팬데믹 대응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다음 팬데믹을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과 모더나,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의 협력도 높게 평가하며 국내 백신 개발 능력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국립보건연구원-모더나 제휴에 대해선 "mRNA 같은 경우 국내에 연구·개발에 대한 기반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립보건연구원이 우리나라 회사들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인데, 모더나사와의 협력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했다.
노바백스-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가 동시 유행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한 콤보 백신 개발에도 협력할 것으로 들었다"며 "각각의 강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국내 백신 역사는 긴데, 중간에 여러 가지 부침이 있어서 생산 기반이 많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LG 등에서 백신 개발과 관련된 부분을 노력하면서 많이 따라 잡고는 있지만 최근 개발되는 핵심기술인 mRNA 백신이라든지 아니면 면역증강제 기술 이런 부분들은 쫓아가야 할 부분이 있다"며 "이번에 기술협력, 국내 위탁생산 등을 통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기반을 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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