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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만에 조건 없이 휴전한 이·팔... 바이든 압박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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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만에 조건 없이 휴전한 이·팔... 바이든 압박 통했다

입력
2021.05.21 18:44
수정
2021.05.21 19: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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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기대한다" 바이든 메시지 하루 만에 합의?
동예루살렘 정착촌 등 근본적 갈등은 여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1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지지구의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무력충돌 10일 만에 조건 없는 휴전에 합의했다. 국제사회와 주변국의 중재에도 꿈쩍 않던 양측이었지만, 미국이 나서자 하루 만에 포성을 멈췄다. 하지만 사건의 발단이 된 동예루살렘 정착촌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일(현지시간) 안보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하마스와의 휴전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휴전은 21일 오전 2시부터 시작됐으며, 상호 간 조건 없이 이행하기로 했다. 하마스 역시 로이터통신에 “이집트와 유엔 등이 중재한 휴전안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다만 하마스 지도부가 “이스라엘로부터 성전산과 셰이크 자라 지역에 대한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성전산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공통의 성지이며, 셰이크 자라는 이스라엘 정부가 퇴거를 명령한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정착촌이다.

양측은 지난 10일 충돌을 시작한 후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에도 휴전은 없다는 완강한 태도를 고수했다. 유엔 등이 휴전 협상을 위해 14일 3시간 공습 중단을 제안했지만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 모두 거절했다. 이 · 팔 갈등에 으레 중재자로 등장했던 이집트도 양측 지도자를 모두 만나 설득했지만 허사로 돌아갔다.

강경했던 이 · 팔 지도부가 휴전에 도달한 건 미국이 적극적 개입에 나선 덕이 컸다. 이스라엘 감싸기로 일관하던 조 바이든 정부가 휴전을 요구하자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 · 팔 충돌이 시작되자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 공동성명 채택 등 국제사회 차원의 대응도 미국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점점 불어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일제히 쏟아진 것이다. 일단 여당인 민주당에서부터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 탄압을 방조한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칼을 뽑아 들면서 분위기가 긴박하게 변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해 “하루 안에 휴전으로 가는 중대한 긴장완화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충돌이 시작된 후 공식적으로 이뤄진 네 번째 통화였는데, 이전의 세 차례 통화와 달리 이스라엘 방어권을 지지한다는 언급은 빠졌다. 하마스는 “이틀 안으로 휴전을 예상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평화와 안전을 되찾는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이스라엘 국방부 고위 관료들이 “이미 작전은 큰 성과를 거뒀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설득해 휴전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중재로 이 · 팔 무력 충돌은 일단락됐다. 이번 충돌은 10일 이스라엘 정부가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에서 열린 반(反)이스라엘 시위를 강경진압하며 시작됐다. 하마스는 10일까지 사원에서 이스라엘 병력을 철수하라고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로켓포 공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도 공습으로 대응하며 대규모 무력충돌로 번졌다.

이번 충돌로 가자지구에서는 아동 61명을 포함해 232명이 숨졌고, 1,900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가자지구에서만 2,000명 넘게 사망했던 2014년 ‘50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이스라엘에서도 12명이 사망했고 300명 넘게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은 최신 미사일 방어체계인 ‘아이언돔’으로 하마스의 로켓포를 요격해 상대적으로 인명피해가 적었다.

휴전은 성사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 있다. 일단 이 · 팔 지도부는 휴전 선언 직후 각자 서로가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사건의 발단이 된 동예루살렘 정착촌 갈등도 해결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알아크사 사원에서 시위에 나섰던 이유가 동예루살렘 정착촌에서 이들을 내쫓기로 한 이스라엘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수일 내로 중동 지역을 방문해 협력과 복구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협력 방안이 쉽게 도출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갈등의 중심인 동예루살렘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가 모여 있어 종교적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 역시 “휴전은 했지만 갈등의 근본 원인인 예루살렘을 둘러싼 종교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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