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당권 출사표 김웅 "윤석열·유승민·원희룡 스타로 키워야"

입력
2021.05.20 16:00
수정
2021.05.20 19:02
24면
0 0

[김희원의 질문]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초선의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13일 당대표 출마선언은 선명한 비전을 담은 점에서 드물고 그 비전이 약자를 향한 점에서 반갑다. 그러나 낮은 곳을 찾아가고 청년을 끌어들이겠다면서도 차별금지법에 기권 의사를 밝히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반페미 주장을 감싸는 불균형한 인식은 당혹감을 남긴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초선의원들의 약진을 일컬으며 “국민의힘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자신했다.

초선의원으로서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김웅 의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을 만나 "영남에서 3선, 4선 한 분들 누가 아느냐"라고 반문했다. 배우한 기자

초선의원으로서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김웅 의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을 만나 "영남에서 3선, 4선 한 분들 누가 아느냐"라고 반문했다. 배우한 기자



"초선들 약진 보고도 도로영남당? 불가능하다."

-출마 선언문에서 국민의힘의 ‘불가역적 변화’를 외치며 “가장 낮은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약자를 포용하는 보수라는 지향점을 어떤 정책·법안으로 구현할 것인가.

“국회에 와 보니 법으로 약자의 지위를 바꾸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 예를 들면 가사노동자법도 보기에 따라 중간 착취를 인정한 것이다. 현장에서 법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스럽다. 방향을 바꿔 보려 한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위해 한 달 넘게 농성하고 있는데 그가 소상공인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각 계층이 국회에 들어오는 것이다. 새로 생긴 약자들, 즉 플랫폼 노동자, 이주 노동자 등이 정치권으로 들어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별도 트랙을 만들어 주는 게 가장 좋다. 우리 당이 따뜻한 보수가 되겠다고 백날 이야기해 봐야 결국 성공한 계층만 들어오니 소용이 없다. 한국형 헤리티지재단을 만들겠다는 것도 정치 낭인이 되지 않고 정치를 준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변화가 ‘불가역적’인지는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나가고 나니 탄핵 부정, 사면 요구 등 퇴행 조짐이 보인다. 결국 도로영남당, 결국 영남 기반 중진이 좌지우지하는 당으로 가는 것 아닌가.

김 전 위원장이 토대를 만들었고 제가 튀어나와 3주 동안 엄청 두들겨 맞으면서도 버티고 있지 않나. 과거 같으면 나 혼자로 끝났을 것이고 돌연변이니까 저러다 말겠지 했겠지만 지금은 확연한 흐름이다. 김은혜 의원은 출마를 선언한 날, 지지율이 3.5% 나왔고, 저는 전라도권(그는 전남 여수 출신이다)이라는 욕을 듣고도 8%대가 나오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20%대를 찍었다(17일 PNR 조사 기준). 이걸 보고 우리 당원들도 지금 이대로 가면 안 되겠구나 느낀다. 당 주도권을 잡으려는 누구든 개혁과 쇄신을 하겠다는 이 그룹을 무시할 수 있을까. 못 한다. 당대표 선거를 통해 제가 만들고자 했던 건 쇄신그룹이다. 거기(영남)에서 3선, 4선 한 분들, 누가 알기나 하나. 지금 당에서 강력한 스피커들은 오히려 초선이 많다. 이 추세는 계속 갈 것이다. 중진들이 ‘정치 그렇게 하는 거 아냐’ 하면 바로 ‘정치 잘하셔서 4연패 했느냐’ 쏘아 붙이는 상황이다.”

"윤석열 공정 가져올 후보… 유승민·원희룡 키워야"

-이번 당대표의 가장 큰 임무는 대선 관리다. 대선 경선 룰을 100% 국민경선으로 미리 만들어 두겠다고 했다.

“모든 당은 바이어스(편향성)가 있다. 당원은 주장이 강하고 당은 강한 주장에 끌린다. 그런 식이면 우리 당 대통령 후보는 홍준표 의원 아니면 황교안 전 대표가 될 것이다. 결과는 뻔하다. 보궐선거에서도 보았듯이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게 맞다. 특히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이지 당의 대표가 아니다. 당의 바이어스를 교정하고 중도를 최대한 포착하기 위해 국민경선이 필요하다. 그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한테만 유리하겠나. 밖에 있는 주자들이 들어올 수 있고 대선 승리와 당이 중도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은 당원의 것이 아니다. 그러면 왜 국가가 공적 지원을 해 주겠나.”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판매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서적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판매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서적들.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을 적극 영입할 건가.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후보는 아니나 다음 대선의 중요한 화두는 공정과 경제라고 보기 때문에 꼭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경제에 있어서는 국민 신뢰를 얻고 있지만, 민주당에 조국이 있다고 우리가 공정의 가치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공정이란 가치를 우리에게 가져올 큰 장점을 가진 분이다.”

-따뜻한 보수를 당의 지향점으로 추구하는데, 그렇다면 유승민 전 의원이 적합한 후보 아닌가.

“많은 부분에서 준비가 되어 있고 해답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소신 있는 정치인,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정치인, 따뜻한 보수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인이다. 또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수석으로 서울대에 들어갔다가 노동운동을 한 경험이 있는 분이다. 노동자의 삶을 이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윤 전 총장은 공정과 정의를 갖고 있다. 이 세 분을 스타로 만들어야 한다. 이기고 지는 것은 제가 어찌 할 문제는 아니다. 홍 의원이 ‘유승민을 대통령 후보 만들려고 나를 못 들어오게 한다’는데 그러면 훨씬 지지율 높은 윤 전 총장 들어오라 한 건 뭐겠나. 3명이 각자 장점을 살리면 쭉쭉 커 나갈 것이다. 지금 당내 주자들 지지율이 너무 낮다고 하는데 당 중진 중에 ‘배신자 유승민’이란 비판에 대해 ‘소신 있는 거다’라고 옹호한 사람이 있나. ‘원희룡 혼자 잘났다’고 할 때 ‘잘나서 노동운동했나’고 감싼 적 있나. 그들의 장점을 이야기하면 지지율도 오를 것이다.”


"청년 정치인 별도 트랙 없이 정치 입문 어려워"

-앞서 말한 한국형 헤리티지재단에 대해 설명해 달라. 100억 원 기금을 마련해 청년 정치인을 양성한다는 건데.

“기금 마련은 영국 밀리언펀드 등 외국에서 성공한 사례가 많다. 상속세법을 잘 이용하면 된다. 공익재단에 기부하면 상속가액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상속세를 절감할 수 있다. 상속세로 낼 돈을 정치로 끌어들여 이 돈으로 청년 등이 만든 정책을 구매하고 구매한 정책을 입법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정책을 개발하면서 1년이든 4년이든 정치 준비를 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연구소와 인큐베이터 기능을 같이하는 재단이다. 가령, 광명 을에서 출마하고 싶은 사람이 광명 을에서 보수 정당이 승리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한 정책연구를 해서 제출하면 재단이 구입해 준다. 그러고 나서 자기가 공천에 지원할 수도 있다. 제 지역구에도 정치에 관심 있는 20대가 많고 정책 제안도 많이 하는데, 이 친구들이 당에 와서 기초의원부터 올라올 수가 없다. 그러다 정치 낭인이 되거나 28, 29세 돼 직업을 찾아 떠난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청년위원들의 포스터 문구가 논란이 돼 부위원장은 면직되고 위원장은 정치은퇴를 해 버렸다. 문제가 뭐였을까.

“물리적 나이로 청년이라 볼 수 없다. 결정적 문제는 진짜 청년들이 대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각김밥 먹고 컵라면 먹는 그 친구들이 목소리를 내게 해야 한다. 코인이라도 사는 이들은 마지막 기대라도 있다. 그조차 없는 버려진 친구들도 많다. 라이더들이 요구하는 건 ‘비 오는 날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세요’ 이런 건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비 오는 날 배달해 본 그런 친구가 정치로 와야 한다.”

이준석 반페미 논란 "당대표가 나설 일 아냐"

-논란이 되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이남자 정치’와 할당제 폐지, 성평등 원칙에 대한 입장은.

“이 전 최고위원은 20대 남자의 분노를 대변하는 것이고 태영호 의원은 ‘이남자 이여자 대결’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한다. 이 전 최고위원 혼자 끌고 갈 일은 아니고 당내 다른 분들이 반대 입장을 제시해 논쟁할 사안이라고 본다. 아직 논쟁이 없다.”

-당대표가 되면 어떤 목소리를 낼 건가? 이 전 최고위원은 여성할당제 없애자 하고 지금 김 의원이 주장하는 기초의원 청년 공천 30% 할당도 반대라는 거고, 알아서 각자도생하라는 거 아닌가. 이게 대등하게 토론할 문제인가.

“나는 할당제를 우리 당의 정책을 실현시키는 도구로 생각한다. 정치의 목적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 주는 것이고, 페미니스트 루시 스톤의 유언처럼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적극적 우대조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 전 최고위원의 이야기도 들어줘야 한다. 20대 남자는 차별의 주체가 아닌데 오히려 차별 대상이 되고 있다는 불안, 불공정을 느낀다. 이걸 진중권 전 교수처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

-20대 남자의 불안, 불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여성보다 더 차별받고 있다는 왜곡된 현실 인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당대표가 이준석, 진중권 중 누가 옳다고 이야기하는 자리는 아닌 것 같다.”


초선급 단일화는 "파이부터 키운 후에…"

7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웅 의원. 김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앞두고 조언을 구한 자리였다. 뉴스1

7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웅 의원. 김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앞두고 조언을 구한 자리였다. 뉴스1

-1호 법안으로 정보경찰을 폐지하고 국무총리실에 국가안전정보처를 신설해 그 기능을 맡는 법안을 낸다. 1년에 하나씩 알짜배기 법안만 내겠다고 했는데 검찰개혁 바로잡기 시리즈 법안을 내나?

“그건 내가 할 필요가 없다. 국민들이 못 견딜 것이다. 1, 2년 지나면 옛날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그런데 보자. 검사들이 반대할 거다. 검사들은 지금 업무가 줄어 칼퇴근을 한다. 수사기관이 정보 기능까지 갖고 있는 건 어마어마하게 위험하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정보를 갖다 붙이면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떼어 놔야 한다. 법무부 밑에 두는 게 맞지만 자료가 검찰로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어 인사검증 기능이 있는 총리실 산하에 두자고 한 것이다.”

김웅의 정책 비전


●낮은 곳을 향한 정책
“획기적 정책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서 성공했던 법 중 소상공인, 청년이 창업할 경우 자금 마련을 위해 제3 주식시장을 만드는 것, 1930년대 미국에서 했던 신혼부부 대출 지원 등이 있겠다.”

●손실보상 소급 적용
“이미 발생한 손실에 대해 보상해 주느냐의 문제라 소급 입법과 상관이 없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재산권 침해를 할 수는 있지만 정당한 보상을 하게 되어 있다. 지금 상황은 외환위기(IMF) 때보다 더 위험하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소상공인을 살려 놔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적용해야 한다. 이 정도 경제규모 국가에서 산재 사망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없다. 안전은 비용이다. 다른 선진국은 당연히 비용을 쓰니까 사고가 안 난다. 노동자의 목숨까지 팔아가며 돈을 벌어야 하는 사업은 없다고 본다.”

●재산세 감면
“보유세는 낮추는 게 맞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는 과세 원칙에 안 맞는다. 연금소득자들이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경우 집값이 뛰어 세금 내기 어려운데 집 팔고 나가라는 것은 폭력적이다.”

●기본소득
“기본소득론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효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세연 전 의원과 7, 8개월 기본소득 공부를 했다. 전 세대는 어려워도 청년 기본소득은 필요하다고 본다.”

●차별금지법, 낙태법
“제가 사랑하고 저를 아끼는 신부님이 입장을 보류해 달라고 하셨다.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올라오면 기권할 것 같다.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초선급 의원들의 지지율이 중진 후보들을 뛰어넘는데, 자평한다면.

“내 지지율이 아니고 우리 당의 변화에 대한 요구다. 누가 나와도, 대구경북(TK) 지역 초선이 나왔으면 더 나왔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 변화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당대표 선거는 당원 표가 70%라 결과는 모르지만 당원들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초선급 단일화하나? 이 전 최고위원은 안 할 것처럼 말이 바뀐다.

“저를 좋아하는 사람과 이 전 최고위원을 좋아하는 사람은 확연하게 갈린다. 단일화한다고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잘 모른다. 지금은 셋 다 최대한 파이를 키워야 한다. 파이를 키우면 당의 개혁과 쇄신의 흐름으로 작용할 거다. 단일화는 그 후에 필요하면 할 수도 있다."

-결국 초선 당대표 출마의 의미는 당의 쇄신과 변화라고 하겠다.

“그렇다. 우리는 국민의힘의 가장 큰 약점인 과거에서 자유롭다. 당이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국민들이 애정을 줄 마음은 있다. 지난해 나온 정강정책을 보면 어느 정당보다 노동·복지정책이 강화됐다. 그 변화를 국민이 실감하게 하면 된다.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가 ‘당을 어떻게 바꿔야 합니까’ 물었더니 ‘당대표가 되어서 정강정책을 실현하면 된다’ 하더라. ‘네, 콜!’ 하고 돌아왔다. 몇 년 안에 우리 정치에는 혁신적 세대 교체가 일어날 것이다. 심지어 40대는 역할도 못 해보고 30대, 20대로 넘어가는 격변이 올 거다. 지금 20대는 투표권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 세대에 빨리 정치의 주도권을 넘겨주고 퇴장하는 게 맞을 듯하다.”

김희원 논설위원
변한나 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