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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비공개 청문회' 하면 조국도 무사했다고? '여로남불' 개편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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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비공개 청문회' 하면 조국도 무사했다고? '여로남불' 개편 논의

입력
2021.05.20 08: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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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김오수 청문회 이후 제도 손질 예고


2019년 9월 6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9년 9월 6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오수 검증 대전'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예고하고 나섰다. 2001년 도입된 정부 고위 인사 인사청문회 제도가 지나친 망신주기, 가족 신상 털기 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화두를 던진 건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청문회로 하고, 공개된 청문회에서는 정책과 능력을 따지는 청문회로 개선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인사청문 제도의 손질 얘기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매번 흐지부지됐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격이라서다. 야당 시절엔 인사청문 제도를 활용해 정권을 흔들다 여당이 되면 제도를 탓하는 '여로남불' 상황이 20년간 반복돼 왔다.

"청문회 개선" 말로만 합의, 6개월간 논의 공전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과 김태년(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정례회동에서 기념촬영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과 김태년(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정례회동에서 기념촬영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대근 기자

19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대로 청문회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것"이라며 "제도 개선 공감대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개선을 위한 여야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했고, 여야는 이에 합의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TF는 구성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비공개 청문회는 안 된다'고 반발하면서다.

민주당은 홍영표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등을 기반으로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청문회 제도를 손보겠다는 계획이다. 홍 의원의 개정안은 인사청문회를 '윤리청문회'와 '정책청문회'로 나누고, 도덕성을 검증하는 '윤리청문회'는 비공개로 여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 민주당 의원은 1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도 도덕성 질의가 비공개로 이뤄졌다면, 한국 사회가 반으로 갈라지는 '조국 대전'을 치르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조 전 장관도 무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9월 열린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는 조 전 장관과 가족의 도덕성 문제로 얼룩졌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딸·따님(224회)' '표창장(132회)' '부인(99회)' '인턴(90회)' 등으로, '검찰개혁(57회)' '공수처(10회)' 등 정책 용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로남불' 청문회...? 여당일 때만 "바꾸자"

2015년 12월 선거구 획정 협상이 결렬된 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회의장실을 나서며 엘리베이터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5년 12월 선거구 획정 협상이 결렬된 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회의장실을 나서며 엘리베이터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제는 정치권이 여당일 때만 청문회 제도를 고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는 점이다. 청문회가 야당에는 '정권 공격의 시간'이고, 여당에는 정부를 옹호해야 하는 '방탄의 시간'이라서다. 비공개 청문회로 바꾸면 야당에 좋을 게 없다는 정치적 계산 때문에 제도 개선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국민의힘은 '비공개 청문회'가 국회의원들끼리 문 닫고 주고받기 하는 '깜깜이·짬짬이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할지는 이미 국민 사이에서 결판이 나 있다. 국민의 뜻을 따르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여당이었던 2014년엔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냈다.

말을 바꾼 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야당 시절 민주당은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의혹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검증했는지, 검증을 하긴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총리 후보자 추천과 검증에 세 번이나 실패하고서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청와대의 모습이 기이하게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3개월간 상호 교차 검증하는 미국....사전 검증은 '도덕성의 무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전체회의가 10일 야당의 반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전체회의가 10일 야당의 반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뉴스1

전문가들도 미국식 '비공개 도덕성 청문회'를 도입하자는 의견에 회의적이다. 미국은 '도덕성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엄격한 사전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전제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미국은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윤리처(OGE), 부처 윤리담당관실 등 4개 이상의 기관이 3개월 이상 각각 검증을 실시한 후 상호 교차 검증에 나선다"며 "문제가 있는 후보는 사전에 걸러져 의회로 보내지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19일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국민의 알권리 침해 논란이 커질 것"이라며 "여야가 검증할 도덕성 분야를 정하고, 전체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질의 시간과 정책 질의 시간의 비율을 정해 진행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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