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밀림에서, 해외에서'… 무서워서 귀가 못하는 미얀마 시민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밀림에서, 해외에서'… 무서워서 귀가 못하는 미얀마 시민들

입력
2021.05.18 18:33
수정
2021.05.18 18:34
11면
0 0

계엄령 민닷 주민 5,000여 명 밀림 피신?
계엄군 밀림까지 쫓아가 중화기 난사?
도움 호소한 미인대회 참가자도 귀국 미뤄

미국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대회에서 '미얀마를 위해 기도를' 팻말을 펼친 투자 윈 린. SNS 캡처

미국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대회에서 '미얀마를 위해 기도를' 팻말을 펼친 투자 윈 린. SNS 캡처

미얀마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 도움을 호소한 여성들은 처벌될 공포에 떨며 귀국을 미루고 있고, 계엄군이 짓밟은 마을 주민들은 밀림으로 숨어들었다. 군인들은 은신처까지 쫓아가 주민들에게 총을 난사하고 있다.

18일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친주(州) 민닷 지역이 속한 북서부 산악지대 밀림과 계곡엔 주민 5,000여 명이 계엄군을 피해 은신해 있다. 주민 약 2만 명인 민닷은 2월 쿠데타 이후 무장 투쟁 등 시민 저항이 거세 최근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하고 대대적 공세로 장악한 지역이다.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앞세워 시민 저항을 무력화하고 헬기와 박격포 등으로 마을을 초토화했다.

군인들을 피해 밀림으로 피신하는 미얀마 주민들. 미얀마나우 캡처

군인들을 피해 밀림으로 피신하는 미얀마 주민들. 미얀마나우 캡처

"거의 모든 사람이 떠났다"는 구호단체 활동가의 증언처럼 마을은 '유령 도시'로 변했다. 여성과 어린이들은 담요와 냄비만 들고 바위 길을 뚫고 달아났다. 밀림도 안전하지 않다. 요리를 하기 위해 불을 피우면 연기를 보고 달려온 군인들이 중화기로 공격하는 통에 밀림에도 정착할 수 없는 처지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마을로 내려갔다가 체포된 사람도 있다. 한 주민은 "며칠 후면 굶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호단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음식과 의약품 지원을 긴급 요청했다.

계엄군이 장악한 미얀마 친주 민닷. 이라와디 캡처

계엄군이 장악한 미얀마 친주 민닷. 이라와디 캡처

미처 달아나지 못한 주민들의 공포는 극심하다. 군인들은 주민들의 재산을 약탈하고 집을 불태웠다. 무차별 총격 탓에 밖에 나갈 수도 없다. 계엄령이 선포된 상황이라 민닷 지역의 민간인 피해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집에 숨어 있다가 총격을 당한 10세 소녀 등 20여 명의 부상자는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전 중 사망한 시민은 최소 9명이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가 밝힌 쿠데타 이후 사망자 숫자는 800명으로 늘었다. 반(反)군부 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는 "민닷을 보호하지 못해 슬프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무엇보다 어린이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스 미얀마 투자 윈 린이 미국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대회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미얀마를 위해 기도를' 팻말을 들었다. SNS 캡처

미스 미얀마 투자 윈 린이 미국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대회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미얀마를 위해 기도를' 팻말을 들었다. SNS 캡처

해외에서 발이 묶인 미얀마 여성들도 있다. 미국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대회에 참가한 투자 윈 린은 13일(현지시간) 전통의상 경연 도중 '미얀마를 위해 기도를' 문구가 적힌 팻말을 펼쳐 보인 뒤 처벌을 우려해 귀국을 미루고 있다. 3월 태국에서 열린 미인대회에서 "군부 총탄에 죽어가는 우리를 구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한 한 레이는 여전히 태국에 머물고 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