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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론 머스크'  '일론 스모크'... 머스크는 풍자·조롱의 왕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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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론 머스크'  '일론 스모크'... 머스크는 풍자·조롱의 왕 됐다

입력
2021.05.23 10:30
수정
2021.05.23 14:12
0 0

일론 머스크 얼굴 합성한 영상물, 짤 '봇물'
가상화폐 피해 본 누리꾼들 크게 공감
"머스크에 대한 부정적 관심이 만든 결과물"

유튜버 '나몰라패밀리 핫쇼'가 딥 페이크 기술로 일론 머스크를 풍자한 영상. 유튜브 캡처

유튜버 '나몰라패밀리 핫쇼'가 딥 페이크 기술로 일론 머스크를 풍자한 영상. 유튜브 캡처

전 세계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웃기고 울린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제는 전 세계 누리꾼의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머스크를 다룬 각종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

머스크는 그동안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도지코인에 대한 교묘한 트윗을 올리거나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자신이 올렸던 트윗의 내용을 번복하는 등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의 트윗 한 번에 가상화폐 시세도 요동쳤다. 투자자들은 "머스크 트윗을 확인하기 위해 알람을 설정해야 한다" 며 속을 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어지는 머스크의 '트위터 장난질' 에 누리꾼들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누리꾼들은 '짤' 또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그런 머스크를 비꼬거나 비판했다. 콘텐츠의 인기가 커지면서 코인 투자와 거리가 먼 사람들까지도 사로잡았다.

국내 유튜브 콘텐츠에서는 '나몰라패밀리 핫쇼'가 제작한 '나 일론 머스크의 코인 노래방'이 대표적이다. '나 일론 머스크'는 딥페이크(지인이나 유명인 얼굴을 합성한 영상물) 기술을 이용해 일론 머스크의 얼굴에 목소리를 입힌 가상 캐릭터다.

'나일론 머스크'는 자신을 전남 영광 출신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노래를 부른다.

"내려갈 땐 쭉쭉 올라갈 땐 찔끔, 수익 볼 수 없는 걸요."

"눈물은 나오는데 활짝 웃어, 내 돈을 잃고서 막 크게 웃어..."(나 일론 머스크 - "꼴은 날" 가사 중)

그의 노래 '꼴은 날' 은 가수 아이유의 노래 '좋은 날'을 개사한 곡이다. 이 노래의 영상은 21일 기준 조회수 173만 회를 기록했다. 특히 코인 투자금을 다 잃은 사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사에 누리꾼들은 '웃픈'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돈 잃어서 울고 있다가 엄청 웃었다," "원래 좋아하는 노래인데 감정 이입까지 돼서 하루에 10번씩 듣고 있다," "남 일이 아닌 내 이야기라 더 서글프다" 라며 공감했다.

특히 영상의 끝부분에 빠짐없이 사투리로 "화성 갈 끄니까~(갈 거니까)"를 외친다. 머스크의 최종 목표인 '화성 여행'을 풍자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유튜버의 콘텐츠 중에는 '나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 우주선이 화성으로 이륙에 성공하다 중간에 폭발하는 것을 지켜보는 영상이 있다. 이 영상에는 1,7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역시 화성에 미친 남자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가 이걸 본다면 무슨 반응일까"라며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구독자 김모(26)씨는 이 유튜버가 머스크 관련 영상을 처음 올렸을 때부터 꾸준히 챙겨보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가상화폐 투자 경험은 없었다.

김씨는 "일론 머스크는 코인(가상화폐)의 상징이지 않나. 그런 사람이 자꾸 말을 번복하니까 사람이 가벼워 보였다"며 "그런 사람이 마치 한국말로 어눌한 사투리를 쓰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상황이 웃겨서 계속 보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일론 머스크를 리그 오브 레전드(롤) 챔피언(캐릭터)에 빗댄 풍자물도 인기다. 사진 속 일론 머스크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실제 캐릭터의 능력을 묘사해 놓은 것만큼이나 구체적이다.

특히 '도지!' 라는 이름의 스킬에서는 "머스크가 트위터에 도지라고 글을 남기면 적 챔피언이 재산의 30%를 투자하게 한다" 는 설명이 담겨 있다. 이 부분은 현실 가상화폐 투자 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아 누리꾼들을 또 한 번 '웃프게' 했다.

누리꾼들은 저마다 댓글창에서 실제 캐릭터를 놓고 스킬을 분석하는 것처럼 "이 챔피언 사면 왠지 끝이 안 좋을 것 같다" "스킬이 별로라 서포트 챔피언으로 좋겠네"라며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얼굴 합성 사진도 국내외에서 화제다. 사진에는 집이 불에 타고 있는데도 뒤를 돌아보며 미소를 살짝 짓는 일론 머스크의 얼굴이 담겨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가상화폐 시장에 불을 질러 놓고 정작 아무렇지 않게 상황을 관전하는 머스크의 모습에 딱 들어맞는다며 "약 오른다" "머스크 얼굴만 봐도 열 받는다"는 반응이 주를이뤘다.

머스크의 해명 트윗에는 '짤'로 응수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한편 19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는 또 하나의 트윗을 올렸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다이아몬드 손을 가지고 있다"라며 급락하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을 심폐소생하려는 듯했다. '다이아몬드'는 증권가에서 '하락장일 때 팔지 말고 계속 보유하라'는 의미로 쓰인다.

그러자 한 누리꾼은 재빠르게 '짤'로 답했다. 머스크의 트윗이 올라온 직후 한 트위터 이용자는 하락하는 가상화폐 시세를 산의 능선에 비유한 이미지를 올렸다.

그는 가상화폐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상황에도 온화한 표정으로 "저 산을 보라(check out those mountain)"며 옆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그림 속 인물을 통해 일론 머스크를 비판했다. 해당 트윗은 2만3,000건의 좋아요를 받았다.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서는 언어 유희를 사용해 일론 머스크를 풍자했다. 한 이용자는 스페이스X 우주선이 이륙하는 장면 위에 스페인어로 "Bitcoin contamina mucho(비트코인은 오염을 많이 일으킨다)", 또 "Also: Elon SMOKE"라고 적힌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앞서 비트코인은 채굴하는데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해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 했던 일론 머스크의 발언을 돌려서 비판한 것이다. 특히 '머스크'와 '스모크'의 발음이 비슷한 점을 활용해 일론 '머스크' 대신 일론 '스모크'라고 불러 눈길을 끌었다.

"머스크 조롱 콘텐츠는 '부정적 관심이 만들어 낸 아이러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전 세계적으로 일론 머스크를 풍자하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호응을 얻고 있는 현상을 두고 "유명하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사람이 오락가락하고 이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SNS 등을 통해 실망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부정적 관심과 이를 즐기려는 마음이 함께 영향을 준 아이러니한 결과"라고 밝혔다. 특히 "사람들은 머스크에 대한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풍자 콘텐츠는 이 중 부정적 측면이 더 크게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곽 교수가 말하는 '긍정적 관심'이란 "머스크를 신비롭게 여기는 것"이다.

곽 교수는 "사람들은 머스크가 화성에 가겠다고 공언하는 것 등이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우주선 개발에 성공하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꿈꾸기 힘든 것에 도전하는 머스크의 모습에 대리 만족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즉 머스크를 특이하지만 대단한 사람, 한마디로 '괴짜'로서 가지는 신비감이 크다는 것.

또 "최근에는 그런 머스크가 입방정으로 인해 가벼운 이미지를 얻었다"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다 되레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기도 했으니 사람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불만과 조롱이 터져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머스크를 대상으로 한 갖가지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에 대해 "의미는 조롱일지라도 사람들이 머스크에 관심이 있으니 단순히 악플을 쓰고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현재 사람들은 머스크를 부정적 관심 속에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규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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