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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손정민씨 친구 측 "집안에 유력인사 없어… 억측 삼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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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손정민씨 친구 측 "집안에 유력인사 없어… 억측 삼가달라"

입력
2021.05.17 17: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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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폐기엔 "낡고 오물 묻어… 사안 심각성 몰랐다"
"유족 생각해 해명 자제… 경찰 수사 지켜봐달라" 호소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고 손정민씨를 위한 평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고 손정민씨를 위한 평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지난달 25일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의 친구 A씨 측이 17일 입장문을 내고 "도를 넘는 억측과 명예훼손은 삼가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실종 사건 발생 22일 만에 처음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A씨 측은 A씨와 A씨 부모가 손씨 실종 당일부터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진실을 숨기거나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 "만취해 세부 상황 기억 못해"

A씨 측 법률대리인이 공개한 입장문에는 A씨와 A씨 부모가 기억하는 실종 사건 당시 상황이 설명돼 있다. 지금까지 경찰이 밝혀낸 사실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다.

A씨 측 입장을 풀어쓰면 A씨는 지난달 24일 다른 친구와 밤 10시 정도까지 청주 4병을 나눠 마신 뒤 손씨에게 연락했고, 손씨 제안에 따라 한강공원에서 만나 사건 당일인 이튿날 오전까지 술을 마셨다. A씨는 손씨와 대학 입학 이후 수차례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도 함께 갔을 정도로 친분이 있다고 한다.

A씨는 만취해 당시 세부 상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옆으로 누워 있던 느낌, 나무를 손으로 잡았던 느낌, 고인을 깨우려고 했던 것 등 단편적 장면만 기억할 뿐 시간 순서도 명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앞서 경찰이 확보한 목격자들은 A씨가 사건 당일 오전 2시부터 돗자리에 드러눕거나 구토하러 가기를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손씨 휴대폰을 갖고 귀가한 경위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3시 37분 자신의 휴대폰으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대신 받은 아버지와 1분 57초간 통화하며 '정민이가 술에 취해 깨우기 힘들다' '친구 잘 깨워서 집에 보내고 너도 빨리 택시 타고 돌아오라'는 대화를 했다. A씨는 오전 4시 30분쯤 나들목(일명 토끼굴)을 통해 공원을 나와 택시로 귀가했는데, 어머니가 A씨가 벗어놓은 점퍼에서 손씨 휴대폰을 발견했다고 한다.

A씨가 부모와 함께 한강공원에 되돌아온 경위는 이렇다. 손씨도 귀가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A씨가 "잘 모른다"고 답하자 A씨 부모는 손씨가 여전히 공원에서 자고 있을까봐 걱정됐다는 것이다. 다만 "새벽에 손씨 집에 연락드리기 송구스러워 직접 가 확인해보기로 했다"는 게 A씨 측 입장이다. 공원에서 손씨를 찾던 중 A씨 어머니는 평소 친분이 있던 손씨 어머니에게 전화해 손씨 귀가 여부를 확인했고, 이후 손씨 부모도 아들을 찾으러 공원으로 나왔다. 그러다 손씨 어머니로부터 오전 6시 3분 '경찰에 신고를 마쳤다. 이제 우리가 나왔으니 집에 돌아가시라'는 문자를 받고 귀가했다고 A씨 측은 설명했다.

A씨 가족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A씨 측은 입장문을 통해 줄곧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왔다고 강조했다. A씨는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총 세 차례 조사를 받았고, 이달에도 프로파일러 면담과 참고인 조사에 응했다. A씨 부모도 각각 한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또 A씨는 의류·노트북·가방·아이패드, 아버지는 휴대폰, 어머니는 차량 블랙박스와 핸드폰 등 경찰에서 요청받은 자료를 모두 제출했고, 이달 4일엔 가택수색도 받았다고 한다. A씨가 귀가하던 당시 아파트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도 경찰이 확보했다고 A씨 측은 밝혔다.

각종 의혹의 계기가 된, A씨 신발을 버린 경위에 대해선 "신발이 낡았고 토사물까지 묻어 있어 어머니가 집 정리 후 모아둔 쓰레기와 함께 버렸다"고 밝혔다. 신발을 버린 날짜는 지난달 26일로, 당시 A씨 어머니는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몰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간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고인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기되는 의혹이 억울하다고 해명하는 것은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A씨 가족 중 유력 인사가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A씨 아버지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는 결혼 후 지금까지 줄곧 전업주부"라고 덧붙였다.

A씨 측이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처음 입장을 밝혔지만, A씨의 기억이 만취 전과 손씨 실종 이후 시간에 국한돼 있어 손씨의 실종과 사망 경위를 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A씨 측은 "경찰 조사를 통해 A군의 무고함이 밝혀지더라도 A군과 A군 가족들은 정상적 생활로 돌아가기 어렵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며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A군 가족들을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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