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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벗어나 북남미로... K팝 전진기지 바뀌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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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벗어나 북남미로... K팝 전진기지 바뀌는 이유

입력
2021.05.16 14:47
수정
2021.05.16 16:23
21면
0 0

SM·하이브·CJ ENM, 북남미서 K팝 아이돌 제작
"K팝이 새로운 기준"?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음악시장 달굴 땔감으로
OTT업계는 남미시장 진출 교두보로 K팝 활용
"한한령 중국 제약 커" 아메리카 대륙서 다각화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태평양 너머 북미와 남미에서 K팝 아이돌그룹이 잇따라 제작된다. 강렬한 비트에 각 잡힌 군무와 중성적인 패션, 이런 K팝 DNA를 갖춘 보이그룹들이 현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데뷔하는 것이다.

그간 K팝 현지화 기획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 집중됐다. 하지만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의 활약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아메리카 대륙이 새 K팝 전진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인 한한령에 막힌 K팝 기획사들은 아메리카 시장으로 발을 넓혀 몸집 키우기에 나서고, 굴지의 북남미 음악·영상 제작사들은 시장 개척의 돌파구로 K팝을 내세우며 변화가 이뤄졌다. 영향력이 커진 K팝이 세계 대중문화 산업 지형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룹 NCT(사진)는 SM의 K팝 현지화 전략이 집약된 독특한 시스템의 보이그룹이다. 서울에선 NCT127(서울의 경도)이, 중국에선 웨이션브이가 변형된 NCT로 활동 중이다. NCT할리우드를 뽑는 미국 오디션엔 국적과 상관 없이 만 13~25세의 남성이 지원할 수 있다. SM 제공

그룹 NCT(사진)는 SM의 K팝 현지화 전략이 집약된 독특한 시스템의 보이그룹이다. 서울에선 NCT127(서울의 경도)이, 중국에선 웨이션브이가 변형된 NCT로 활동 중이다. NCT할리우드를 뽑는 미국 오디션엔 국적과 상관 없이 만 13~25세의 남성이 지원할 수 있다. SM 제공


미국판 'BTS·엑소' 남미판 '워너원' 제작

엑소 등이 속한 SM엔터테인먼트(SM)는 미국 MGM텔레비전과 손잡고 현지를 기반으로 활동한 K팝 아이돌그룹을 연내 선보인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그룹 'NCT-할리우드' 새 멤버를 뽑는 프로젝트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멤버들은 SM에서 노래와 춤 등의 트레이닝을 받고 데뷔한다. '더 보이스' 등을 연출한 프로듀서인 마크 버넷 MGM텔레비전 의장은 "이번 글로벌 오디션은 혁신적인 프로그램"이라며 "K팝은 음악의 장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문화적인 현상이고, SM을 통해 K팝을 미국에 이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할 K팝 DNA를 갖춘 그룹을 함께 만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루시안 그레인지 유니버설뮤직그룹 의장.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할 K팝 DNA를 갖춘 그룹을 함께 만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루시안 그레인지 유니버설뮤직그룹 의장.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K팝 아이돌그룹 제작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방탄소년단을 거느린 하이브는 세계 최대 음반사인 유니버설뮤직과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K팝 보이그룹을 기획한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하이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무실을 두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멤버 선발 과정은 2022년 현지에서 전파를 탄다. 올해와 내년 2년 연속으로 미국 안방극장을 통해 K팝 신인 그룹 데뷔 과정이 세계로 소개되는 셈이다.

남미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해 K팝 아이돌그룹 기획에 나선 한국의 CJ ENM, 미국 워너브라더스 OTT인 HBO맥스, 멕시코 기반 제작사인 엔데몰샤인붐독.

남미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해 K팝 아이돌그룹 기획에 나선 한국의 CJ ENM, 미국 워너브라더스 OTT인 HBO맥스, 멕시코 기반 제작사인 엔데몰샤인붐독.


CJ ENM은 남미판 '프로듀스'를 내놓는다. 워너브라더스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HBO맥스와 멕시코를 기반으로 한 제작사 엔데몰샤인붐독과 함께 K팝 아이돌그룹 멤버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공동 제작한다. 이 오디션은 남미 39개 지역에서 이르면 내달 말부터 진행된다고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이 전했다


2019년부터... 유니버설 합작·이타가 인수, 높아진 K팝 위상

K팝의 북남미 이식은 세계 대중문화의 권력 이동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K팝은 코로나19로 꽁꽁 얼어붙은 음악 시장을 녹이는 핵심 땔감이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음악 시장은 K팝으로 44.8% 성장했다. 세계 평균 7.4%의 6배를 웃도는 규모다. 음반 시장 불황에서도 K팝은 홀로 성장했다. 세계 음반 시장 매출이 2013~2019년 연평균 5.7%씩 줄 때, K팝 음반 시장은 같은 기간 되레 27.7% 상승했다. 음악은 글로벌하면서도 무해하고 스타일은 새로운 K팝이 세계 음악 시장의 뉴노멀로 떠오르며 국적과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은 결과다.

그룹 방탄소년단. 하이브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 하이브 제공

영국 월간 모노클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혁신이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했고,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K팝이 비서구권을 보는 방식을 바꿨다"고 평했다. 이런 변화들은 유니버설뮤직 등 세계 유명 음반사가 K팝 기획사에 러브콜을 보내 미국에서 K팝 아이돌을 기획하고, 아리아나 그란데와 저스틴 비버를 배출한 이타카홀딩스가 하이브와 전격 합병하는 밑거름이 됐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K팝 아이돌그룹 데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A사 관계자는 "2019년에 합작 제안이 들어왔는데 코로나19로 다소 늦춰진 것"이라며 "현지에서 K팝 프로젝트에 더 적극적"이라고 귀띔했다.

북미 OTT 업계는 K팝을 남미시장 진출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K팝이 남미에서 워낙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CJ ENM과 K팝 오디션 프로그램을 합작하는 HBO맥스는 내달 본격적으로 남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홍준기 CJ ENM 음악콘텐츠본부 미주사업팀장은 "남미에서도 2030세대의 K팝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며 "HBO맥스가 남미 진출을 앞둬 함께 K팝 DNA를 가진 그룹 제작을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트위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K팝 팬이 가장 많은 국가 톱10 중 1위인 미국을 비롯해 7위인 브라질 등 네 나라가 북남미 국가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K팝은 2000년대 이후 사양길을 걸은 영미권 보이 혹은 걸그룹 시장의 블루오션"이라며 "북남미에서 뉴키즈온더블록과 백스트리트보이즈를 즐긴 부모가 안전한 K팝을 자녀와 공유하며 더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브 산하 쏘스뮤직에서 지난해 공고한 오디션 포스터. 중국은 없다. 하이브 제공

하이브 산하 쏘스뮤직에서 지난해 공고한 오디션 포스터. 중국은 없다. 하이브 제공


오디션 지역서 사라진 중국... 탈 '차이나머니'

중국 시장이 꽉 막히면서 국내 K팝 기획사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북남미 진출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등으로 반중 정서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차이나머니' 눈치보지 않고 해외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이브 산하 그룹 여자친구를 배출한 쏘스뮤직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플러스 글로벌 오디션' 일정에서 중국을 뺐다. 국내 K팝 기획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 현지 분위기 때문에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도 중국 브랜드 CF를 찍었는데 결국 공중파에선 전파를 타지 못했다. 여전히 제약이 커 일본과 북남미 시장으로 더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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