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수립도 못하던 '강경파' 네타냐후
팔레스타인과 무력 충돌 격화 속 부활
15년이나 지켜낸 권좌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역전 기회를 잡았다. 역설적이지만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무력 충돌로 인해서다. 전면전을 앞둔 국가적 위기 앞에 개혁보다 강한 지도력을 선호하는 민심이 ‘호재’가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은 13일(현지시간) 전쟁을 목전에 둔 이ㆍ팔 교전으로 중도성향 정당 ‘예시 아티드’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연립정부 구성이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전체 의석(120석) 중 과반(61석)을 확보해 연정을 꾸리려면 아랍계 정당 후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양측 충돌 여파로 이스라엘 사회 내 유대인과 아랍계 시민의 갈등이 고조돼 이들의 지지를 장담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반(反)네타냐후 세력이 주도하는 연정 구성이 무산되면 네타냐후가 총리직을 이어갈 여지가 생긴다.
이ㆍ팔의 군사적 충돌은 지난 2년간 4차례나 네타냐후 주도의 연정 구성이 무산돼 그 권한이 야이르 라피드 예시 아티드 대표에게 넘어간 지 불과 이틀 만인 7일 시작됐다. 라피드 입장에선 여러 소수 정당들의 연대 지지를 끌어 모으는 일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매머드급 악재가 터진 것이다. 여기에 정권 교체 ‘캐스팅 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된 극우정당 야미나마저 이번 사태로 마음을 바꿔 네타냐후를 선택할 경우 권력 사수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라피드의 군사 경험 부족도 약점이다.
여러모로 이ㆍ팔 충돌 국면은 네타냐후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어느 정당도 연정을 출범시키지 못할 경우 또 총선을 치러야 하고 제1의 수혜자는 네타냐후가 될 확률이 높다. 라피드에게 주어진 시간은 내달 2일까지다. 현지 정치평론가 미첼 바라크는 최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서 “이스라엘은 현재 총리나 국방장관을 바꾸고 싶지 않은 대형 위기를 맞았다”라며 “네타냐후는 자신이 원하던 바로 그 상황 속에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일각에선 이번 사태도 네타냐후 정책 실패의 결과물인만큼 하루 빨리 지도자를 교체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나라를 통합하기보다 아랍인과 유대인을 차별하는 통치 방식을 고수해 갈등을 부추겼고 결국 전면전 위기를 불렀다는 주장이다. 하마스가 로켓포를 발사해 교전이 시작됐지만,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스라엘 경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것이 단초가 됐다.
산전수전 다 겪은 네타냐후는 이미 유리하게 돌아가는 정치적 형세를 꿰뚫고 민심을 자기 쪽으로 끌어 들이려 공세적 행보로 나서고 있다. 그는 앞서 12일에도 “통합된, 강한 리더십”을 강조하며 “외부의 적과 내부 폭도들로부터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일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외부의 적, 하마스에 맞설 강력한 지도자는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