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참가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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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참가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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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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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대구 달성군 다사읍 디아크문화관 전경. 김재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았던 대구경북의 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최근 대구는 하루 평균 10명 안팎으로 타지역에 비해 비교적 적은 수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는 여전히 700명 가까운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외출에 나서는 상춘객들이 늘어나면서 또 다른 대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가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비대면’ 원칙을 유지한 채 저마다 ‘뉴노멀’이라는 이름으로 신종 코로나를 이겨내는 방법들을 찾아내고 있다. 마라톤대회 역시 비대면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마라톤대회는 통상적으로 수천명의 사람들이 ‘탕’ 소리와 함께 시작점을 출발하는 풍경이 그려진다. 흥겨운 음악소리와 자원봉사자, 북이나 장구, 꽹과리를 들고 길거리에서 응원전을 펼치는 시민들이 뒤섞여 즐기는 마라톤대회는 우리에게는 일종의 축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규모 오프라인 마라톤대회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로 취소됐던 대구국제마라톤대회는 올해 ‘언택트’의 힘을 빌려 다시 돌아왔다. 마라톤대회를 비롯한 수많은 야외 행사가 취소되는 상황에서 이번 대회는 마라톤 동호인들과 참가자들에게 가뭄의 단비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언택트 대구국제마라톤대회’ 10km 코스에 직접 참여해봤다.

기자가 마라톤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마라톤대회보다 기념 티셔츠?

지난 3월 사무실로 이름이 적힌 번호표와 마스크, 책자, 기념티셔츠, 양말, 에너지바 등이 담긴 택배가 도착했다. 단돈 2만원에 제공받은 기념품에 동료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명 회사의 로고가 붙여진 기념 티셔츠를 보고 자신도 참여할 걸 그랬다며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다만 마라톤을 위한 것인지 기념 티셔츠를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언택트 마라톤대회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열린 ‘언택트 달서하프마라톤대회’에도 참가한 바 있다. 지난 대회 땐 달서구 대명유수지 부근을 코스로 정한 뒤 달렸지만 이번엔 대명유수지와 금호강 너머 강정고령보를 선택했다. 강정고령보는 이미 수차례 마라톤대회가 열린 적이 있을 정도로 마라톤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데다 주말과 평일 저녁이면 나들이를 하러 나온 대구 시민들의 대표 휴식처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지난 대회보다 체력은 좋아졌을까. 규칙적인 앞산 등반과 어쩌다 한 번씩 하는 풋살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기대를 해보기도 했다. 최근 받은 건강검진에서 몸무게 10kg 감량을 권유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퇴근 후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가열차게 밖을 나서기엔 피곤이 앞섰다. 의지박약인 탓일지도 모르겠다.

모처럼 좋은 날씨를 보인 지난 17일 강정고령보에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전동휠과 자전거, 코로나 확산으로 한때 실종됐던 텐트촌도 재등장했다. 이들에 얼굴에는 어김없이 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 신종 코로나 속에서도 여지없이 찾아온 봄철 산들바람에 밝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대구 시민들이 달성군 강정고령보에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재현 기자


“외로움 속 홀로 레이스”

오전 11시 간단한 준비 운동을 마치고 강정고령보의 랜드마크 디아크 앞을 출발해 우륵교, 고령 다산문화공원을 돌아오는 코스를 달렸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혼자 뛰는 길이 외롭고 심심하게만 느껴졌다. 파이팅을 외쳐주는 사람도, 곳곳에 설치된 음수대도 없었다. 주변에 핀 꽃들과 새 소리만이 스스로를 반겨줄 뿐이었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옆을 계속해서 스쳐 지나갔다.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에 뜀걸음은 계속해서 멈춰졌다. 연신 휴대폰 카메라로 주변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마라톤 대회 특유의 흥겨움이 그립기만 했다.

자전거 도로를 뛰다 보니 반환점인 다산문화공원에 도착했다.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과 강 너머 달성군 사문진나루터와 사문진교를 거니는 시민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반환점을 돌아 출발지였던 디아크 앞으로 재차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나온 시민들은 더 많아졌다. 잔잔한 바람에 연날리기를 하는 가족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강정고령보 인근 자전거길에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기록은 1시간 15분 20초. 시간과 거리는 대구국제마라톤대회 공식 어플리케이션으로 측정했다. 힘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걷기를 반복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저조한 기록이다. 주기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는 다짐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은 까닭이다.

준비운동을 확실히 하지 않은 탓이었을까. 완주를 마치자 그동안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허벅지 근육이 심상치 않게 올라왔다. 발바닥에 통증이 이어졌고, 걷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강정고령보 우륵교를 건너 자전거길을 따라 뛰다보면 고령군 다산문화체육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김재현 기자


새로운 ‘뉴노멀’ 방식, 언택트 마라톤대회

이번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서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바로 세계 첫 ‘엘리트 마라톤대회’다. 동호인뿐만 아니라 전문 엘리트 선수들 역시 비대면으로 대회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는 2001년 마스터즈 하프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2008년부턴 엘리트 부문 대회도 함께 개최하고 있다. 2009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공인 국제대회로 지정됐고, 2013년에는 IAAF로부터 첫 실버 라벨 인정을 받았다. IAAF는 전 세계 마라톤 대회를 매년 평가해 골드, 실버, 브론즈 등 3개 등급을 부여하는데, 대구국제마라톤대회는 국내 3대 메이저 대회로 불린다.

지난해 대회는 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 등으로 인해 취소됐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취소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총 1만2,262명이 신청했다. 엘리트 부문 해외 71명, 국내 139명 등 14개국 210명이 출전했고, 마스터즈 부문에는 일반 1만624명, 학생 플로깅 1,428명이 참가했다. 모두다 어플레이케이션을 활용해 기록을 측정하는 비대면 방식이었다. 또 대구국제마라톤대회는 각자 신청한 거리를 4월 한 달 동안 달린 누적거리를 기록을 인정했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달리면 됐다.

대구에서 언택트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달서구는 지난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언택트 달서하프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 대회는 참가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기록 측정이 가능한 장비를 이용해 5㎞, 10㎞, 하프코스 등 신청한 종목 거리만큼 달린 후 인증하면 됐다. 비대면 마라톤대회가 이제는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전경. 김재현 기자


일상에 스며든 코로나19, 언제쯤 사라질까

완주를 마치고 강정고령보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감상했다. 이번에도 역시 하늘에 드론을 띄웠다. 금호강과 달성습지, 강정고령보, 다사읍과 고령 다산면, 성서공단 등 주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늘에서 바라본 대구의 풍경은 평화롭기만 했다. 이 평화로운 풍경처럼 우리들의 일상엔 언제쯤 평화가 찾아올까.

신종 코로나로부터의 평화는 아직도 찾아오지 않았다. 병원과 보건소, 일선 지자체 등 현장에서는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1년이라는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양보하고 포기해야만 하는 이 안타까운 현실은 언제쯤 끝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 백신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서 신종 코로나 조기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마스크 없는 생활을 꿈꾸기에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10km 달리기를 지켜봐 준 군복무 시절 후임은 "이런 기억들도 언젠가는 추억이 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작은 바이러스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 수 있었던 아름다운 기억과 또는 소중한 생명, 시간을 앗아갔다는 점에서 슬픈 추억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봄이 왔지만 봄은 오지 않았다.

하늘에서 바라본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부근 모습. 김재현 기자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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