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올려
"대학이 가해 교수와 학생들 분리조치 안 해"
동료 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교수가 자신을 포함한 사건 관계자들의 실명을 공개하며 "학교가 사건을 덮으려 한다"고 폭로했다.
경북 경산 영남대에 재직 중이라고 밝힌 A교수는 "여자로서 세상에 강간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죽기보다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용기를 내서 제 실명을 밝히고 공개한다"며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12일 현재 청원이 공개되며 실명, 대학 이름 등은 모두 익명 전환된 상태다. 청와대 청원은 개인정보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내용 등이 포함될 경우 일부 내용을 가리고 공개한다.
A교수는 "얼마 전까지 (제가 소속된) 센터장이자 부총장이었던 B교수에게 'C교수에게 강간을 당했으니 분리조치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제게 돌아온 말은 '시끄럽게 하려면 나가라'였다"고 했다. 또 "B교수는 이후 오히려 저를 내쫓으려고 보직을 없애고 회의에 부르지 않는 등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참다 참다 가해자인 C교수를 강간죄로 고소하고, 부총장 B교수도 고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영남대는 지난달 A교수의 요구를 묵살한 국제교육부총장 B교수를 의원면직 처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대학 관계자는 "(강요 혐의로 피소된) B교수가 경찰 조사나 교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부총장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오해를 피하려고 의원면직을 요청해 처리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A교수는 그러나 대학도 이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료 여교수마저 강간한 교수이면 학생들은 얼마나 위험할까 하여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하고 학생들과의 분리조치를 요청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대학은 거창하게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뭔가 하는 척만 할 뿐, C 교수와 학생들과의 분리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조치가 적절한지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며 "여자 교수가 강간을 당해도 이런 정도(의 대응)이면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는 어떻게 하나"고 반문했다.
A교수는 마지막으로 "숨죽이고 뒤에서 우는 많은 여성들을 대신해 호소한다. 대학은 이렇게 강간을 덮으려고만 하지 말라"며 "여러분께서 힘이 돼 주시고 대학이 권력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처사를 감시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해당 청원은 게시된 지 하루 만에 13만 명 이상의 참여인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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