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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곡예비행 '블랙이글스' 두고..."소음도 모자라 환경오염 논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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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곡예비행 '블랙이글스' 두고..."소음도 모자라 환경오염 논란까지"

입력
2021.05.11 16:10
수정
2021.05.11 17:4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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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대책위 "전투기 소음·?환경 피해 유발"
공군 "연막사용 최소화·저속훈련 소음 저감"
주민들 "언제까지 참기만 하나" 부글부글

횡성 군용기소음피해대책위원회가 지난달 원주시 소초면 공군 제8 전투비행단 정문 앞에서 블랙이글스 해체 및 군용기 소음피해 대책 마련 촉구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대책위 제공

횡성 군용기소음피해대책위원회가 지난달 원주시 소초면 공군 제8 전투비행단 정문 앞에서 블랙이글스 해체 및 군용기 소음피해 대책 마련 촉구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대책위 제공

화려한 곡예비행으로 창공을 수놓는 공군 '블랙이글스'를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다. 올 들어 전투기가 내뿜는 소음은 물론 스모크(전투기가 에어쇼 과정에서 하늘에 문양을 그리기 위해 배출하는 연막) 피해를 주장하는 전투비행단 인근 주민들이 블랙이글스 해체 또는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공군이 불가 입장을 전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블랙이글스 등 공군 곡예비행단은 강원 원주에 소재하고 있으며, 이곳을 이륙한 곡예전투기들은 횡성 상공에서 주로 훈련한다.

11일 공군본부가 횡성군용기 소음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에 보낸 문서에 따르면 공군은 "블랙이글스 해체는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특수비행팀이 우리 공군에 꼭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곡예비행단은 주요국들이 운용하고 있다. 자국에서 생산한 기체를 통해 화려하고도 웅장한 편대비행을 선보임으로써 자국 항공산업의 우수성과 조종사의 비행기량, 전투력 과시 목적이다. 미국의 썬더 버드, 러시아의 러시안 나이츠, 일본의 블루 임펄스 등이 대표적인 곡예비행단이다. 블랙이글스는 한국우주항공산업(KAI) 경남 사천 공장에서 생산한 T-50 기반의 기체를 사용한다.

공군은 또 대책위에 블랙이글스의 연막 사용을 최소화하고 저속 훈련을 통해 소음 저감에 나서는 것은 물론, 소음과 연막에 대한 환경영향조사를 통해 위해성이 확인되면 사용 중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내놨지만, 대책위는 반발하고 있다.

박재경(51) 집행위원장은 "공군본부의 현실인식이 주민 정서와 여전히 동떨어져 있음을 확인했다"며 "환경영향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스모크 사용부터 전면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앞서 지난달 30일 공군본부에 소음 피해와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확인 및 대책을 요구한 바 있다.

횡성 주민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문제는 소음이다. 고도를 급상승시키거나 급격한 방향 전환 시, 또 곡저공비행 시 소음이 만만치 않다. 비행장 인근 횡성군 갈풍리 주민들은 "블랙이글스 편대가 원주 전투비행단에 다시 상주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기존 항공기 소음에 전투기 소리가 더해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소음이 심할 때는 바로 옆사람의 얘기도 잘 들리지 않는다. 전투기가 뜨면 전화 통화도 할 수 없다. 언제까지 참기만 해야 하느냐"는 게 비행장 인근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이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군용비행장 소음 방지와 피해보상에 관한 법률(군 소음법)이 마련됐으나 가장 피해가 큰 1종 구역(95웨클 이상)의 보상액수가 한 달 최대 6만 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보상을 위한 소음 측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웨클은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발생하는 소음도와 운항 횟수, 시간대, 소음의 최대치 등에 가산점을 둬 평가하는 종합 소음도다.

여기에 최근 훈련기가 내뿜는 스모크의 위해성 논란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공군과 일각에선 경유 성분인 스모크가 안개 형태로 높은 상공에서 희석돼 영향이 미미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주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급기야 주민들은 비행단 해체를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7일부터 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박 위원장은 "최근에는 상수원보호구역에 전투기 스모크가 뿌려진 것을 확인했다"며 "소음도 모자라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공군이 주민들의 고통에 공감, 해결 의지가 있다면 참모총장이 조건 없이 대책위와 면담해야 한다"며 공군 지휘부와의 대화를 촉구했다.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상공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에어쇼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상공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에어쇼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횡성=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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