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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어린이 인스타' 만든다는데...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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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어린이 인스타' 만든다는데... 약일까 독일까

입력
2021.05.12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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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어린이 전용 인스타' 계획
시민단체 및 미국 44개 주 나서 반대
"정서발달 악영향, 사생활 공개 위험"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 이미지. 로이터 자료사진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 이미지. 로이터 자료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동 전용’이란 보호막이 씌워지면 어린이들도 안전하게 온라인 세계를 즐길 수 있을까, 아니면 그래도 부작용이 더 클까. 페이스북이 13세 미만 아동 세대를 겨냥한 별도 인스타그램 출시 계획을 내놓으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찬반 여론의 명분은 ‘어린이 보호’로 같다. 대신 해석이 정반대다. 이미 적잖은 어린이들이 우회 경로를 통해 성인 세계에 발을 디딘 만큼 전용 공간이 오히려 이들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논리다. 반면 아동 보호단체들은 SNS가 미성년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안전 보장 효과도 별로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 당국은 일단 반대 여론 쪽 손을 들어줬지만, 업체는 개발을 강행할 태세여서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뉴욕, 캘리포니아 등 44개 주(州) 법무장관들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린이 전용 인스타그램 출시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편지에는 “아이들은 아직 인터넷 환경이 야기하는 각종 도전을 헤쳐나갈 준비가 덜 됐다”고 적혀 있었다. 한 마디로 어린이들에게 SNS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3월 관련 플랫폼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ㆍ동영상 전용 SNS로 페이스북 소유다. 아직 구체적 틀은 나오지 않았으나 페이스북이 2017년 내놓은 ‘메신저 키즈’처럼 제한된 공간을 제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런 구상은 즉각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반박에 부딪혔다. 성인들이 이용하는 인스타그램도 주로 부와 미모를 과시하는 통로로 이용되는데, 아동용마저 만들어지면 또래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의 욕망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생활이 공개돼 온라인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외모 집착을 부채질해 아동기 정서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영국 호주 등 35개국에서 모인 아동보호 시민단체는 지난달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에게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은 아동을 착취하고, 조작된 환경에 노출하는 결과를 부를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발송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회사 측 옹호 논리는 180도 다르다. 페이스북은 현재 13세 이상 연령대에만 플랫폼 이용 권한을 주지만, 나이를 속이고 가입하는 아동들이 많다고 본다. 여기에 아동들을 노린 범죄도 횡행하는 만큼 아예 어린이들만 활동할 수 있는 양질의 ‘판’을 깔아주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스테파니 어트웨이 페이스북 대변인은 “현실은 어린이들도 이미 인터넷에 접속한 상태라는 것”이라며 “회사는 안전하고 연령에 적합한 방식으로 이들을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반대 여론이 조금 더 우세하다. 특히 올해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이용하는 어린이들 사이에 ‘기절게임(의식을 잃을 때까지 목을 조르거나 숨을 참는 행위)’이 유행하면서 미국과 이탈리아 10대가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 SNS의 폭력성은 더욱 부각됐다. 진 트웬지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인스타그램은 SNS 가운데 가장 중독성 있다”며 “어린이에게 안전한 플랫폼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일각에선 성장 한계에 도달한 페이스북이 손쉬운 길을 찾으려 아동들을 끌어들였다고 질타하기도 한다.

당국까지 가세한 비판 공세에도 페이스북은 입장을 거둘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업체 측은 이날 “앞으로 아동발달 전문가들과 어린이의 안전과 정신건강, 사생활 보호 등의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혀 개발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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