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석굴암·불국사? 수학여행 말고 '경주 사진여행'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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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석굴암·불국사? 수학여행 말고 '경주 사진여행' 어때요

입력
2021.05.11 17:00
수정
2021.05.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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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밭·나룻배·징검다리...요즘 경주 사진 명소

경주의 신라 유적 곳곳에 사진 명소가 숨어 있다. 월정교 아래 징검다리는 은은한 조명이 수면에 비칠 무렵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몰리는 곳이다.

천년 고도 경주는 학창시절 빠지지 않는 수학여행지다. 학습과 여행이라는 기묘한 조합에서 학생들의 관심은 대개 배움보다 놀이에 쏠리기 마련이다. 불국사·석굴암· 첨성대 등 문화재 얘기가 지겨울 법도 한데 경주는 여전히 청년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다. 유적지 사이사이에 SNS 사진 명소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여름으로 접어드는 이즈음 가장 주목받는 곳은 경주역사지구 동편 청보리밭이다. 황룡사터와 분황사 사이 유휴지에 조성한 보리밭으로, 초록 일색이던 보릿대와 이삭에 연노랑이 번지고 있다. 황금빛 물결이 일렁일 날이 머지않았다. 평평한 보리밭 끝에는 멋스러운 외관의 황룡사 역사문화관이 걸리고, 그 너머로 남산 능선이 아늑하게 감싸고 있다. 여러 갈래의 밭고랑 사이로 산책로가 교차하기 때문에 보리밭 한가운데에 들어가서 사진 찍기 좋다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황룡사터 인근 청보리밭은 경주에서 요즘 가장 뜨는 사진 명소다. 예비 부부가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청보리밭에서 웨딩 사진을 찍고 있다.


한 여성이 황룡사터 청보리밭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청보리밭 옆의 황룡사터에 지금은 주춧돌 석재만 남아 있다. 당시 동양 최대의 사찰로 평가된다.


청보리밭 옆 분황사 역시 신라시대를 대표하는 사찰이다.


보리밭은 곧장 황룡사터로 이어진다. 황룡사는 진흥왕 14년(553) 궁궐을 짓다가 누런 용이 나타나 절로 고쳐 지은, 당시 동양 최대 규모의 사찰이었다. 선덕여왕 12년(643) 백제의 장인 아비지가 완공했다는 9층 목탑도 유명하다. 아쉽게도 고려시대 몽골군의 침입으로 모두 불타 없어져 지금은 광활한 대지에 주춧돌만 남아 있다. 보리밭 맞은편 분황사 역시 선덕여왕 때 지은 사찰로, 국보 제30호 모전석탑을 보유하고 있다.

첨성대를 비롯해 동궁과 월지, 계림과 월성 등 궁성 유적이 몰려 있는 경주역사지구에서 요즘 가장 뜨는 곳은 월정교다. 월정교의 존재는 삼국사기에 ‘궁궐 남쪽 문천(현 남천)에 월정교ㆍ춘양교 두 다리를 놓았다’는 기록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에 없어진 것을 10여 년의 조사와 고증을 거쳐 2018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문루 2층에 복원 과정을 담은 영상물과 출토 유물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그러나 여행객이 몰리는 곳은 월정교 아래의 징검다리다. 잔잔한 수면에 비치는 월정교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는 곳이다. 특히 박명이 남아 있는 어스름 무렵 야경이 아름답다.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명사로 알려진 경주 최부자집이 자리한 교동마을과 붙어 있어 한옥마을의 정치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해질 무렵 경관 조명을 밝힌 월정교 아래 징검다리에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여행객이 몰려 있다.


2018년 복원한 월정교 아래 징검다리는 최근 인증사진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황남동 고분군은 곡선의 봉분과 메타세쿼이아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조명을 밝힌 경주 월정교 뒤로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다. 월정교는 교동마을, 경주역사지구와 연결돼 있다.


인근의 황남동 고분군도 변함없는 사진 명소다. 둥그스름한 무덤의 곡선과 네 그루가 한 몸처럼 수형을 유지하고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검붉은 노을이 배경으로 펼쳐지면 더욱 아름답다. 경주 ‘핫플레이스’의 명성을 이어가는 ‘황리단길’과 연결된다.

도심 서편을 흐르는 형산강 건너 강 언덕에 위치한 금장대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금장대 아래 유수지에 놓인 나룻배가 포인트다. 강변에 형성된 작은 연못 주변을 산책하기 좋도록 공원으로 꾸몄고, 연못 가장자리에 설치한 나룻배는 인증사진 명소가 됐다. 주변의 유채꽃이 끝물이라 조금 아쉽지만, 무성한 버드나무로 둘러싸인 연못이 비밀의 정원처럼 배경으로 잡힌다. 금장대에 오르면 형산강 너머로 경주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에 거슬리는 고층빌딩이 없어 고도의 평온함이 잔잔히 펼쳐진다.

금장대 아래 유수지의 나룻배는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경주의 사진 명소다. 푸르름이 더해 가는 작은 연못이 비밀의 정원처럼 배경으로 걸린다.


경주의 사진 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금장대 아래 나룻배. 주변 유채꽃이 끝물이라 조금 아쉽다.


형산강변 금장대에서는 경주 도심을 편안하게 조망할 수 있다.

금장대에서 남쪽으로 5km 떨어진 서악동 삼층석탑은 경주시가 5월의 사진 명소로 추천하는 곳이다. 서악동 삼층석탑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시 보물로 지정된 신라시대 유물이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정갈한 자태로 선 탑 주변에 현재 작약꽃이 만발하다. 탐스러운 분홍과 진홍빛 꽃잎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꽃밭 뒤편 솔숲에는 헌안ㆍ문성ㆍ진지ㆍ진흥 네 왕의 무덤이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서악마을 입구는 거대한 규모의 태종무열왕릉이 버티고 있다.

경주시에서 5월의 사진 여행지로 추천하는 서악동 삼층석탑. 주변에 분홍 작약이 화사하다.


경주시에서 5월의 사진 여행지로 추천하는 서악동 삼층석탑. 인근에 무열왕릉을 비롯해 5기의 신라 왕릉이 포진해 있다.


버드나무 거목이 운치를 더하는 진평왕릉은 경주의 웨딩사진 촬영지로 인기 있는 곳이다.

보문동의 진평왕릉은 경주의 스튜디오 사진작가들 사이에 웨딩사진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아담한 능 주변으로 아름드리 왕버드나무와 복자기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아 고즈넉하게 소풍을 즐기기에도 좋다.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진평왕릉을 “왕릉으로서의 위용을 잃지 않으면서도 소담하고 온화한 느낌을 주는 고분”이라 평했다. 진평왕은 신라 제26대 왕으로 선덕여왕의 아버지다.

경주=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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