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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고리'와 '숭고'라는 기둥 통해 독자적 비평체계 건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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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고리'와 '숭고'라는 기둥 통해 독자적 비평체계 건설해"

입력
2021.05.10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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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팔봉비평문학상] 심사평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심사위원들이 제32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작 선정을 위해 토론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심사위원들이 제32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작 선정을 위해 토론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지난 한 해 동안 출간된 평론집 중 최종적으로 네 권이 본심에서 논의됐다. 양윤의의 '앨리스의 축음기', 오형엽의 '알레고리와 숭고', 조강석의 '틀뢴의 기둥', 황도경의 '장면의 소설'. 이 평론집들을 앞에 두고 오랜 시간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

양윤의씨의 평론은 이 중 가장 발랄한 스텝으로 한국문학의 현장을 탐사하며 동시대 문학의 잠재성과 징후를 첨예하게 파고드는 열정과 성실함이 돋보였다. 그럼에도 외국 이론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논리의 비약은 약점으로 지적됐다. 황도경씨의 평론은 언뜻 사소해 보이는 소설의 한 장면에 대한 섬세한 읽기를 통해 소설 전체의 비밀에 다가간다. 비평 읽기의 즐거움과 발견의 기쁨을 동시에 주는 재미있는 평론집이다. 다만 기획의 아이디어가 돋보인 반면 비평의 현장성이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조강석씨의 평론은 언어와 생각의 밀도가 만만치 않은, 크리티컬 에세이로서의 품격이 있는 글이다. 무엇보다 문학의 가치와 존재 근거를 진중하게 파고들어가는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그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탄탄한 자기 사유의 밀도보다 외국 이론에 대한 공부의 흔적이 더 두드러지게 드러난다는 점이 아쉬웠다. 오형엽씨의 평론은 ‘알레고리’와 ‘숭고’라는 두 개의 큰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나름의 독자적인 비평 체계를 건설하려는 야심 찬 시도로 읽혔다. 현재 쓰이고 있는 문학작품들의 심층을 탐문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구축한 나름의 구조와 체계에 튼실한 살을 붙여나가려는 비평적 야심이 두꺼운 성과를 보여준다.

심사위원들은 네 권을 놓고 난상토론을 이어간 끝에 조강석씨와 오형엽씨의 평론집으로 논의의 대상을 좁혔다. 두 평론집은 한국문학의 현장을 깊이 있게 탐문하면서 그 속에서 가능성을 길어 올리는 평론집에 시상한다는 팔봉비평문학상의 취지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었다. 비평이 쓸모없고 필요 없다는 주장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비평의 존재 가치가 손쉽게 탄핵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시대의 비평이 처한 환경이다.

와중에 이 비평가들은, 느리지만 우직한 발걸음으로 비평이란 과연 무엇이고 또 어떠해야 하는가를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의 비평적 글쓰기로써 진지하게 탐색하고 있었다. 두 평론가의 비평이 모두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지만, 그 읽기의 어려움은 어쩌면 우직함과 진중함의 또 다른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고심과 숙의를 거듭한 끝에 심사위원들은 결국 오형엽씨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수상자 오형엽씨에게는 진심어린 축하를, 함께 자리한 다른 세 분의 비평가들께는 공감과 경의를 보낸다.

김영찬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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