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상화폐, 기는 법적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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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상화폐, 기는 법적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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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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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가상화폐 열풍이 온 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거래 규모가 커지다 보니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4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61조240억 원으로 3월 말보다 4조5,400억 원 불어났다고 한다. 2월에는 29조 원, 3월에는 18조 원 증가했으니 3개월 사이 52조 원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은행권의 시각은 시중 유동자금의 상당 부분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빗썸 코인원 등과 제휴한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1분기에만 신규 개설 계좌가 145%가량 늘었고,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내어주는 케이뱅크는 지난달 중 고객이 약 146만 명 늘었다고 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액은 지난달 15일 하루 기준 약 24조 원으로 국내 주식 투자에 해외 투자액을 합한 21조 원을 넘어섰다.

가상화폐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가상화폐와 관련한 각종 불법과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조만간 가칭 '가상자산업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법안은 업체가 신규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올릴 때, 발행 규모나 위험성을 자세히 적은 백서를 거래소에 반드시 제출하도록 하고, 가상자산 예치금을 금융기관 등에 별도로 보관해 투자자가 사기 피해를 봤을 때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가상화폐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으니 제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과연 어떤 형태의 자산으로 보고 규제할 것인지, 어느 부처가 규제를 담당할 것인지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가상화폐를 화폐의 일종으로 본다면 기획재정부가 관할하는 것이 맞겠지만 발권자인 중앙은행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가치를 보증하는 통화나 지역화폐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그럴 수는 없다. 다른 대안은 가상화폐를 금융투자상품 또는 그와 유사한 투자상품으로 간주하여 규제를 하는 것이다. 이용우 의원의 법안도 결국 금융투자상품규제의 핵심인 공시규제와 영업활동규제를 골자로 하는 것이어서 이런 접근방식에 해당한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내재가치를 가진 기초자산과 연계되어 있지 않아 발행단계이건, 유통단계이건 공시규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도대체 내재가치가 없는데 발행가의 적정성을 어떻게 검증할 것이며, 어떠한 공시가 투자판단에 유용하다고 볼 것인가. 섣부른 제도화는 가상화폐의 위험성에 대한 본질적 대응을 회피하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가상화폐를 일종의 사행행위 수단으로 보고 일부 합법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일부 카지노사업에 대한 합법화모델이나 복권사업의 합법화모델처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가상화폐거래를 허용하는 것이 되는데 이는 사실상 가상화폐의 거래를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보는 접근방식이 될 것이다.

인도는 암호화폐의 발행이나 거래는 물론 보유자체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터키의 경우도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중국을 비롯해 볼리비아, 에콰도르, 베트남 등도 가상화폐의 채굴, 보유,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한다. 가상화폐거래가 활발한 나라들일수록 폐해가 크기에 규제의 강도는 점점 더 강력해지는 형국이다.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규율을 조속히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주영 변호사·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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