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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차관에 증거인멸교사 적용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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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차관에 증거인멸교사 적용 가닥

입력
2021.05.05 04:30
수정
2021.05.05 08:49
1면
0 0

경찰, 영상 삭제 요구 들어준 기사엔 '증거인멸' 혐의
이달 중순 이 차관 소환조사 후 이달 내 송치 방침
영상 묵살 의혹 경찰관엔 특수직무유기 적용 무게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뉴시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뉴시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무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해 이달 안에 검찰에 송치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르면 이달 중순 이 차관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 당국이 이 차관 기소를 단행할 경우 법무부 차관직 유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폭행 피해자로 알려진 택시기사 A씨에게 증거인멸 혐의를 각각 적용해 이달 중 검찰에 불구속 송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올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조정에 따라 경찰은 기소 의견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기 때문에, 이번 방침은 경찰이 이 차관의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차관은 차관으로 임명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6일 저녁 서초구 자택 인근에 정차한 택시 안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는 A씨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하고, 이틀 뒤 A씨를 만나 합의금을 제안하며 택시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휴대폰으로 촬영해 저장했던 블랙박스 녹화 영상을 삭제해 폭행 증거를 없앤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차관은 일시정차를 포함해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한 경우 적용되는 특정범죄가중법(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도 받고 있는데, 이 부분은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월 27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월 27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고영권 기자

경찰은 다음 주까지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마저 확인한 뒤 이달 중순쯤 이 차관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 차관이 소환 요구에 즉각 응할 경우 이번 달에 수사를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다음 주까지는 마지막 사실관계 확인 작업을 거치려고 한다"며 "정리가 되는대로 이 차관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사건 내사 과정에서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를 알고도 묵살한 의혹을 받는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 대해서도 특가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하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특수직무유기는 특가법 수사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그 직무를 유기할 경우 적용되는 법률"이라며 "이 차관의 폭행이 특가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떠나 수사관이 적절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의심되면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한 1월 27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한 1월 27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사건 담당자인 B 경사가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적절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보고라인에 있는 담당 과장 역시 부적절한 처리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B 경사는 이 차관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보고 당사자 간 합의 등을 이유로 내사 종결했지만, 최초 사건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특가법 위반 혐의를 둔 사실이 드러나 '봐주기 수사' 논란이 잇따랐다. 이 차관에게 특가법 위반 혐의를 최종 적용할지 여부는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소관이지만, 경찰은 수사 마무리 시점에서 이 사안에 대한 자체 결론을 내놓을 계획이다.

경찰은 이 차관이 사건 직후 B 경사와 세 차례 통화를 시도한 것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13일 두 차례, 같은 달 16일 한 차례 B 경사의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했지만 실제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B 경사 등 수사팀이 폭행 사건 내사를 종결하는 과정에서 이 차관 측이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이 실제 기소될 경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현 정부 법무부 수뇌부 출신이 재판에 넘겨지는 불명예가 되풀이된다. 더구나 장관 퇴임 후 기소된 조 전 장관과 달리 이 차관은 기소 이후 사퇴 논란에 휩싸일 공산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학의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기소될 경우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신지후 기자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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