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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정책 검토 완료' 하루 만에 퍼부은 北 '담화 폭탄'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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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정책 검토 완료' 하루 만에 퍼부은 北 '담화 폭탄' 의도는

입력
2021.05.0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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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하루 3차례 담화'는 상당히 이례적
美 대북정책·한미회담 앞둔 주도권 잡기?
김여정 대남·외무성 대미 경고 역할 분담

2019년 3월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 묘를 방문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2019년 3월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 묘를 방문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북한이 2일 미국과 남측을 겨냥해 3건의 담화를 동시에 쏟아냈다. 담화를 통한 '밀고 당기기' 외교에 능숙한 북한에서도 하루에 3건을 발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밝혔고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 대화 재개 협의를 앞둔 시점에서 긴장을 증폭시키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이다.

포문은 대남·대미 사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열었다.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25~29일 비무장지대(DMZ) 인접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했다는 주장에 대해 "남조선 당국이 무분별한 망동을 또다시 방치해두고 저지시키지 않았다"며 "남쪽에서 벌어지는 쓰레기들의 준동을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면서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우리 정부에 책임을 물은 셈이다.

김 부부장이 문재인 정부를 몰아붙이는 동안 외무성은 미국을 직격했다. 북미관계를 담당하는 권정근 외무성 북미국장은 "미국 집권자는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큰 실수를 했다"며 "그의 발언에는 미국이 반세기 이상 추구해온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구태의연하게 추구하겠다는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져있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외교와 단호한 억지'라는 원칙을 밝힌 것을 비판했다.

외무성은 또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의 '북한 인권'에 대한 언급을 직격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최고 존엄까지 건드리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미국이 인권을 내정간섭 도구로, 제도 전복을 위한 정치적 무기로 악용했다. 단호한 억제로 우리를 압살하려는 기도를 표명한 이상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잇단 담화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공식화한 시점에 나왔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밝히고,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 일괄 타결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 동시에 전략적 인내에도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실용적 노선'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남북이 주장해온 동시적·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북한은 담화를 통해 한미 모두에 대결 태세를 취한 셈이다. 현재까지 언급된 미국의 대북정책으로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쉽지 않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국책기관 관계자는 "미국이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었다고 해도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최대 치부인 인권 문제를 걸고 나오자 대화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남·대미 경고 주체가 다른 점도 눈에 띈다. 남측에 대해선 '2인자'인 김 부부장이 나섰지만 미국에 대해선 실무급이 나서 반전의 여지를 두었다. 또 김 부부장의 담화가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 실린 데 반해 외무성의 대미담화는 게재되지 않은 것은 미국에 대해선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당장 군사 도발에 나서기보다는 미국의 움직임을 좀더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도발을 시사하며 한미를 압박하고 나섰지만, 미국의 새 대북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때까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한미정상회담에서 제시될 미국의 대북 메시지와 국무부의 북한인권특사 임명 여부 등이 남북 및 북미관계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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