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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퀴어 가족 시트콤 '으랏파파' 쓴 퀴어 작가 이반지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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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퀴어 가족 시트콤 '으랏파파' 쓴 퀴어 작가 이반지하 [인터뷰]

입력
2021.05.06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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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퀴어 가족 시트콤 '으랏파파'를 쓴 페미니스트 퀴어 아티스트 이반지하 작가는 자신이 쓰고 부른 노래 '우리가족 LGBT'를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이 퀴어인 퀴어 가족을 그렸다. 한진탁 인턴기자

국내 최초 퀴어 가족 시트콤 '으랏파파'를 쓴 페미니스트 퀴어 아티스트 이반지하 작가는 자신이 쓰고 부른 노래 '우리가족 LGBT'를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이 퀴어인 퀴어 가족을 그렸다. 한진탁 인턴기자

"쟤... 이쪽이냐?"

중년의 레즈비언 고현미(백현주)는 사뭇 진지하다. 애인이 떠나고 남은 방 하나에 들인 혀크(강다현)가 오갈 데 없는 쌀차비(문혜인)를 집에 데려오자 그의 성적 지향부터 묻는다. "우리 쪽"이라는 이유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세 사람은 '가족'이 되기로 한다. 국내 최초로 퀴어 가족을 다루면서 '정통 가족 시트콤'을 표방한 '으랏파파'의 시작이다.

페미니스트 퀴어 아티스트로 이름 높은 이반지하 작가가 쓰고,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 '공동정범' 등을 만든 김일란 감독이 연출한 '으랏파파'가 지난 3월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의 유튜브채널 연분홍TV에 공개된 이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반지하 작가가 작사·작곡하고 부른 노래 '우리가족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같은 시트콤을 만들어보자는 연분홍치마 측 제안에서부터 비롯됐다.

이반지하 작가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성애 가족 안에 게이 아들이나 알고 보니 남편이 게이였다는 식으로 퀴어인 구성원을 넣거나, 모두가 퀴어인 '퀴어 유니버스'를 보여주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는데 후자를 택했다"고 밝혔다. "(여성에게) 만나는 여자가 누구냐"고 묻고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남자를 만나"느냐고 혀를 차는, 퀴어가 기본값(디폴트)인 세상이 펼쳐진다.


퀴어 가족을 다룬 정통 가족 시트콤 '으랏파파'는 연분홍치마의 유튜브 채널 연분홍TV에서 볼 수 있다. 연분홍치마 제공

퀴어 가족을 다룬 정통 가족 시트콤 '으랏파파'는 연분홍치마의 유튜브 채널 연분홍TV에서 볼 수 있다. 연분홍치마 제공

고현미와 혀크, 쌀차비는 생긴 대로 산다. 사람은 누구나 원래 자기 모습대로 있을 권리를 가지니까. "보통 퀴어를 말할 땐 소수자라서 설명이 많이 필요해요. 실은 삶이 먼저 있고 나서 언어가 생긴 건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설명 이전에 좀 더 직관적이고 총체적으로 삶 자체에 접근을 하고 싶었어요." 퀴어 유니버스 관문을 한번 넘어서면 많은 것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보통 사람들 생각이 퀴어물 하면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가 다 인 거예요. 이성애 사회가 사랑뿐 아니라 여러 관계와 역할이 얽혀있는 것처럼 퀴어 커뮤니티도 사랑, 연애가 전부가 아니거든요." '으랏파파' 속 캐릭터가 "입체적인 사람들"인 건 바로 그래서다. 퀴어 당사자뿐 아니라 이성애자 역시 공감할 부분이 적지 않다. 중년의 체육교사 고현미와 탈가정·탈학교한 10대 퀴어 청소년인 혀크와 쌀차비는 세대 갈등을 빚기도 한다.

"10대 퀴어 청소년은 항상 웃겨주고 싶은 존재들"이었다는 이반지하 작가는 "그래서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의 10대들이 '으랏파파'를 보고 좋아했다는 얘기가 가장 듣기 좋았다"고 했다. "'으랏파파'를 통해 그들 이야기가 주목받고, 다시 그들이 발화하는 연결고리가 됐으면 해요."


이반지하 작가는 2004년 데뷔 이후 다방면에서 페미니스트 퀴어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한진탁 인턴기자

이반지하 작가는 2004년 데뷔 이후 다방면에서 페미니스트 퀴어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한진탁 인턴기자

미술을 전공한 그는 2004년 퀴어문화축제 공식파티에서 혜성처럼 데뷔했다. 대학 시절 노래패 활동을 하면서 만든 자작곡을 당시 퀴어문화축제에서 일하던 친구가 듣게 되면서다. 반지하 방에서 곡 작업을 했다고 해서 급조한 이름이 이반지하다. 그때 대부분 퀴어들이 그랬듯 생존을 위해 정체성을 분리한 '선택'이었다.

"김소윤은 현대미술가로, 이반지하는 퀴어 퍼포머로 분리해왔는데 어느 순간 그런 게 다 지치고, 싫어지더라고요. 이제는 내가 편한 것 위주로, '사회가 좀 더 불편하라'는 심정으로 공을 넘겼죠." 2019년 연 '최초마지막단독인권콘서트'를 기점으로 그는 본명 김소윤을 병기하고 있다. 이 선택 역시 그가 많은 걸 무릅쓰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냥 나로 사는 건데 퀴어로 산다는 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운동적 측면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마음대로 살 거예요. 그게 포인트예요. 그냥 끝까지 재밌게 살고 싶어요."

말하자면 '으랏파파'는 이반지하식의 운동이다. 파일럿으로 3회를 먼저 선보인 '으랏파파'는 시즌제를 노리고 있다. 현재 투자를 기다린다. "미국 시트콤 '심슨 가족' 같은 퀴어 시트콤이 한국에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게 소망입니다. 누구보다 잘 만들 수 있거든요!"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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