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만 앞섰던 공수처 100일... 수사기관 신뢰감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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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만 앞섰던 공수처 100일... 수사기관 신뢰감엔 '의문'

입력
2021.04.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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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공수처 출범 100일... 평가와 전망]?
김진욱 처장 개인기로 돌파하려다 '무리수'
공수처 능력 및 공정성 우려로 번지기도
"조직 완성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옹호론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가 입구 모습. 홍인기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는 30일 출범 100일을 맞는다. 그러나 평가는 박하기만 하다. 검찰 개혁의 ‘상징’이라는 부담감 탓인지 의욕만 내보였을 뿐, 수사기관으로서의 신뢰감은 거의 보여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진욱 공수처장이 ‘개인기’로 각종 국면을 돌파하려다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공수처의 능력이나 공정성을 둘러싼 세간의 우려는 김 처장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 공수처가 검사 정원도 채우지 못한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조직 구성을 완전히 끝마친 다음에서야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수처 접수 사건 966건… 이제 본격 검토 착수

올해 1월 21일 닻을 올린 공수처는 이후 석 달간 ‘수사 실무’를 맡을 검사(처장, 차장 제외)와 수사관이 아예 없었다. 이달 15일과 19일 검사 13명 및 수사관 20명이 각각 임명되면서 이제 막 수사 관련 업무에 첫발을 뗀 상태다.

그 사이, 사건은 끊임없이 공수처로 몰려들었다. 지난 23일까지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은 총 966건에 달한다. 이 중 817건(84.6%)은 고소ㆍ고발ㆍ진정 형태로 민원인들이 직접 공수처를 찾은 경우다. 검찰ㆍ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를 인지해 통보한 사건은 124건(12.8%), 수사 도중 이첩한 사건은 25건(2.6%)으로 각각 집계됐다.

수사 대상을 기준으로 보면, 검사(검찰 소속) 사건이 절반에 가까운 408건(42.2%)으로 가장 많았다. 검찰을 향한 국민의 불신이나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게 공수처 사건 통계에서도 드러난 셈이다. 판사 관련 사건은 207건(21.4%), 기타 고위공직자 사건은 105건(10.9%)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46건(25.5%)은 ‘피고발인 불상’이었다. 공수처는 현재 ‘공수처 검사’ 13명을 두 팀으로 편성, 고소ㆍ고발ㆍ진정 사건부터 절반씩 나눠 공소시효 임박 여부와 사안의 중요성 등을 검토 중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건 현황 및 인력현황. 김대훈 기자


기대 부응하려다 악수… '수사 아마추어' 면모

문제는 검사 선발 전부터 공수처가 각종 구설수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면담’ 논란이 대표적이다. 검사와 수사관이 없는 상황인데도, 이 지검장 측 요구를 수용하느라 김진욱 처장이 ‘공수처 검사’ 신분임을 내세워 ‘면담 겸 기초조사’에 나섰다가 스텝이 꼬였다. 민감한 사건과 관련한 언급을 김 처장이 계속 내놓으면서 ‘수사 아마추어’의 면모를 스스로 드러내는 악수(惡手)를 뒀다는 평가도 많다.

법조계에선 “의욕만 넘친다”는 쓴소리가 쏟아진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성윤 지검장이 공수처장 관용차를 타게 한다거나, 면담 기록도 안 남기는 건 검찰에선 상상조차 못 하는 일”이라며 “수사 경험이 없는 처장과 차장이 기대에 부응하려고 예민한 현안에 모두 대응하다가 무리수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 수사기관보다 우월?... ’4월 수사’ 공언도 부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7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다른 수사기관에 대한 ‘우월감’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 처장은 공수처 사건을 검찰에 이첩할 때 ‘공소권 유보부 이첩’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는 검찰이 하되,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사건 이첩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검찰을 ‘공소제기 권한이 없는’ 기관처럼 대한 것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에 기존 법 체계를 흔들 권한까지 있는 건 아니다”라며 “공수처 또는 김 처장의 생각을 다른 기관에까지 강제하려 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새로운 형사사법시스템의 핵심은 대등 관계인 여러 수사기관 간 협력과 견제이며, 사건 처리에서도 ‘협의’가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1호 사건’ 수사 착수 시점을 ‘4월’로 콕 집는 바람에 공수처 조직에 부담을 안겼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수사는 법으로 의율 가능한 범위 내에서 범죄가 인지돼야 착수하는 것”이라며 “특정 시점을 정해두면 결국 무리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부서 봐도 ‘온전한 조직’ 빨리 갖춰야”

다만 이제 겨우 출범 100일이고, 공수처 조직도 ‘미완의 상태’인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검사나 수사관이 정원을 못 채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검사는 정원 23명(처장, 차장 제외) 중 13명만 임명됐고, 수사관도 정원 30명(파견인력 제외) 중 20명만 뽑힌 상황이다. 게다가 부장검사급은 현재 정원(4명)의 절반인 2명뿐이다.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부에서 봐도 ‘온전한 조직’을 완성하는 게 1차 과제”라며 “당장은 공석인 검사, 수사관 자리를 양질의 인재로 채우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그래야만 처장이나 차장이 개인기로 국면 돌파를 하려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며 “공수처 평가는 조직 완성 후 수사 국면에 들어간 뒤 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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