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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백신 격차 더 벌리는 '백신 공장' 인도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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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백신 격차 더 벌리는 '백신 공장' 인도의 위기

입력
2021.04.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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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국 배분 프로젝트 코백스 대부분이 인도産
"최소 내달까지 자국민 접종"… 대안 마땅찮아
"강국 열망 '백신 외교'가 참사 불러" 자성론도

24일 인도 수도 뉴델리의 노천 화장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이 화장되고 있다. 뉴델리=AP 연합뉴스

24일 인도 수도 뉴델리의 노천 화장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이 화장되고 있다. 뉴델리=AP 연합뉴스

수급 불균형과 자국 우선주의 탓에 가뜩이나 심각한 글로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출시된 코로나19 백신의 60%를 생산해 ‘세계 백신 공장’으로 불리는 인도에 감염 폭증 위기가 닥치면서다. 한때 자국 내 접종보다 다른 나라를 먼저 살피던 ‘백신 외교’ 선도 국가가 졸지에 시혜 대상으로 전락한 형국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 감염자 급증 사태에 노출된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달 이미 백신 유출을 제한하기 시작한 인도 정부가 앞으로도 당분간 잠정 중단한 수출을 재개하지 못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함께 빈국에도 백신이 공급되게 하려는 취지의 국제 백신 공동 구매ㆍ배분 프로젝트 ‘코백스’를 운영하는 ‘가비’(Gaviㆍ세계백신면역연합)의 대변인은 WSJ에 “적어도 다음달까지는 인도 정부가 자국 내 백신 생산분 전부를 자국민 보호에 우선 투입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이는 코백스에 치명적인 손실이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이 주종인 올해 코백스 물량의 대부분이 인도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부국ㆍ빈국 간 백신 접종 속도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백스 백신 부족은 사실상 최대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일단 미국이 다른 나라 대상 백신 지원에 인색하고, 아직 WHO의 사용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 백신도 대안으로 마땅치 않아서다. 코로나 확산세가 인도에 버금가는 브라질 보건당국마저 26일 안전성이 의심스럽다며 ‘스푸트니크V’의 사용 승인을 거부했을 정도로 러시아 백신 불신이 여전하기도 하다.

인도의 형편이 단시간에 호전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 인도는 아비규환을 방불케 한다. 인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28일 하루 사망자 수가 3,000명을 넘어서며 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도 36만여명으로 집계돼 종전 기록을 깼다. 하루 감염자 규모가 30만명을 상회한 게 벌써 7일째다. 그러나 실제 수치는 더 클 공산이 크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정치인과 병원이 사망자를 빠뜨리거나 못 본 체하거나 수치스러움 때문에 가족의 코로나 사망 사실을 숨기는 일이 있다고 전했다. 인도의 실제 누적 감염자가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5억명에 달할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미 CNN방송).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상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고 의료용 산소 가격은 천정부지다. 화장터가 모자라 임시 화장터나 주차장에서 처리되는 사망자가 부지기수다.

12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하르드와르에서 열린 힌두교 최대의 성지 순례 축제 '쿰브멜라'에 참여하려 빼곡히 모인 신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고 있다. 하르드와르=AP 뉴시스

12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하르드와르에서 열린 힌두교 최대의 성지 순례 축제 '쿰브멜라'에 참여하려 빼곡히 모인 신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고 있다. 하르드와르=AP 뉴시스

인도를 ‘코로나 지옥’으로 만든 핵심 요인으로는 변이 바이러스가 지목된다. 최근 인도에서는 ‘이중 변이’에 이어 ‘삼중 변이’까지 발견됐다. 그러나 변이 탓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WHO의 타릭 야사레비치 대변인은 대규모 모임과 낮은 백신 접종률이 변이 등장과 맞물렸다며 지금 인도의 위기는 이 세 요인이 어우러진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라고 규정했다.

‘자만에 따른 오판’의 결과가 이번 위기라는 자성론도 제기된다. 유엔 사무차장과 인도 인적자원개발부 장관을 지낸 샤시 타루르 인도 국민회의 의원은 27일 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고를 통해 “코로나 위기를 강국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과도한 민족주의적 열망이 인도로 하여금 자국 내 접종 백신 물량의 3배를 다른 나라에 제공하는, 섣부른 ‘백신 외교’를 감행하게 했다”며 “‘백신 마이트리’(백신 우정) 프로그램은 오만의 소산이었다”고 꼬집었다.

백신 속도전과 방역의 ‘이중 실패’를 부른 건 지나친 낙관이었다는 게 타루르 의원의 생각이다. 지난해 9월 10만명에 육박했던 일일 신규 확진자가 5개월간 꾸준히 감소해 올 2월 1만명 밑까지 내려가자 정부가 고무된 나머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군중이 빼곡히 모인 선거 집회와 종교 축제를 허용하고, 백신 종류나 생산 물량을 확대하고 접종 속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국의 인도 지원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이 보낸 산소 관련 장비가 27일 이미 뉴델리에 도착했고 유럽연합(EU)과 프랑스, 미국, 중국 등도 원조를 준비 중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26일 전화 통화 때 백신을 언제쯤 보낼지를 논의했다고 이튿날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많은 인도인이 세계에서 가장 큰 백신 생산국에서 제때 예방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좌절감을 느낀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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